30대 후반 H씨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갖고 불안감에 휩싸이던 끝에 지인의 추천을 받아 관세음보살 칭명염불을 시작했다.

염불을 한번도 제대로 배우거나 행한적이 없었던 H씨는 처음엔 어색했지만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염불을 함으로써 불안을 치유하는 탁월한 효과를 보았다. 최근 10년간 대비주 500만독을 성취한 71세 K씨도 “대비주 기도를 통해 마음의 힘이 길러졌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종단 차원에서 열린 제1회 조계종학인염불시연대회는 전국의 학인 스님들의 열정적인 동참으로 성황리에 회향했다. 사진은 염불시연을 응원하는 학인 스님들. 불교신문 자료사진

선운사 말사 임실 상이암에서는 매월 넷째주 토요일마다 전국서 몰려든 재가불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천수경 다라니를 염송하고 아미타경을 독경하는 염불수행으로 밤을 지샌다.

2006년부터 염불선 1000일 수행을 하고 있는 인터넷 금강카페 회원들은 청화스님의 은사 금타스님이 선정 중 용수보살로부터 전수받은 것으로 알려진 보리방편문 288자로 마음을 관하고 부처를 염하는 보리방편문 수행을 정기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광주 관음선원에서는 최근 주지 준수스님이 강설한 금강경으로 염불명상을 하고 있다. 금강경을 책읽듯 독경하는 것과 음률을 넣어 염불로써 명상하는 것은 마음에 환희로움이 많아지고 평안한 마음을 전해주는 효능이 있다는 게 준수스님의 설명이다.

칭명염불, 전두엽 활성화

알파파 증가 과학적 입증

‘참선으로 깨닫겠다’

강박 관념 덜고 ‘평안한 마음’ 얻기도…

지난 17일 열린 조계종학인염불시연대회가 염불의 생활화ㆍ대중화를 표방하고 나섰지만, 염불은 이미 많은 재가불자들 사이에 친근한 수행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법상스님은 염불이 각광받고 있는 최근 추세에 대해 “‘꼭 깨달아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참선에서 기대하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몸과 마음이 저절로 자가 치유되어 보다 안정된 생활의 효과로 힐링과 웰빙할 수 있는 장점이 염불에 있다”라고 내다봤다.

염불과 경전 독송은 입으로 소리를 내는 의식이다. 과학적 실험으로도 ‘낭독’의 효과와 효능이 증명됐다. 김보경씨 저서 <낭독은 입문학이다>에서 입을 통해 큰소리로 낭독할 때 판단능력을 총괄하는 뇌의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차분하고 안정적인 뇌파인 알파파가 나타난다는 실험결과다. 낭독독서와 불보살 칭명의 유사성을 전제했을 때 주목할만한 실험결과다.

염불이 불자들의 생활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는 반면, 아직 대다수 조계종 스님들은 염불을 등한시하는 실정이다. 염불을 수행이 아닌 수행의 ‘수단’으로만 치부하는 경향이 여전하다. 지난 2013년 개원한 남양주 봉선사 염불원은 첫 안거에 6명의 스님들이 방부를 들였지만 올해 하안거 때는 입방자가 없어 개원하지 못했다.

조계종의례위원장 인묵스님은 “스님들 사이에 염불을 수행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은 아직 부족하다”며 “염불이 진부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편견을 불식시키려면 염불이 수행의 방편으로 인식되고 전승될 수 있도록 스님들이 적극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재가자들 사이에선 염불수행에 천착하는 ‘염불행자’들이 늘고 있는 반면, 불자들에게 체계적인 염불지도와 점검을 해줄만한 ‘염불 전문 스님’들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불교신문3029호/2014년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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