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염불시대 〈上〉 왜 다시 염불인가

염불이 뜨고 있다. 바야흐로 염불시대다. 염불수행을 두고 시대에 뒤떨어진 하근기라고 치부하거나 ‘대처승 수행법’이라고 폄하하는 시대는 지났다. 염불 잘하는 스님을 찾기가 어려운 까닭에 ‘염불승’이 푸대접받던 시절도 이제는 옛말이다.

<천수경> 다라니 염송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도량이 두각을 나타내는가 하면, ‘염불명상’이라는 새로운 수행콘텐츠를 만들어 전법하는 포교당도 생겼다. 2003년 입적한 청화스님의 보리방편문 염불선을 이어가고 있는 1000여명의 재가불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세운 ‘염불도량’이 개원을 앞두고 있다.

최근 들어 서점가에선 염불수행 관련 서적도 쏟아지고 있다.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나무아미타불’을 염불하는 불자들이 늘고 있고 신묘장구대다라니를 10만독 100만독 성취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TV 드라마에서도 이제는 ‘오마이 갓’보다 ‘관세음보살’을 칭명하는 배우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염불하는 층도 갈수록 젊어지고 있다. 부전 스님이나 노보살들의 전유물로 비쳐졌던 염불이 이제는 젊은 재가불자들로부터 각광받는 추세다. 얼마 전 종단 차원에서 처음 열렸던 학인염불시연대회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미ㆍ니들이 몰려와서 참신하고 유쾌한 창작염불을 선보여 큰 호응을 받았다. 전통염불의식을 재현하는 엄숙한 자리로 그치지 않았다.

염불전문도량 서적 이어

배우들도 ‘관세음보살~’

첫 학인염불시연대회선

‘유쾌한 창작염불’ 호응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공유할 수 있는 치유법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율동과 음률을 곁들여 흥겨움을 더했고, <반야심경>을 흑인음악 랩으로 각색한 창작염불도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은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정신으로 불교문화의 꽃, 염불을 계승해나가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왜 다시 ‘염불바람’이 부는가. 조계종의례위원장 인묵스님은 “종단이 안정되고 수행이 다양화되는 현실에서 나타난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염불이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

인묵스님에 따르면 불교정화 이전만도 사찰마다 염불방이 있었고 염불수행이 주를 이루다가 정화운동 이후 태고종 사판승들이 염불의식의 주도권을 가져감으로써 선(禪)을 표방한 조계종은 자연스럽게 염불과 멀어졌다.

인묵스님은 “불교정화 이후 조계종은 선방 수좌들이 참선하는 풍토, 태고종은 불교의례와 염불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서울의 흥천사와 개운사, 봉원사, 백련사, 안장사 등에서 태고종 스님들이 염불의식이나 범음 범패 작법 계승에 적극 나서면서 염불이 그들만의 전유물로 인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불의 위상이 높아지고 염불수행에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불안하고 조급한 현대인들에게 힐링문화의 대안으로 ‘염불만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정운스님은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불교적으로 쉽게 수행할 수 있는 키워드는 염불”이라며 “염불은 자신을 위한 힐링도 되지만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들과 공유될 수 있는 치유법”이라고 피력했다. 

[불교신문3029호/2014년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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