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오존도’ 생동감있게 표현

 
 
신라시대 고승 혜철국사가 경문왕 1년(861)에 착공해 873년에 완공했다는 천년고찰 영천 백흥암. 제10교구본사 은해사 산내암자로 현재는 비구니스님 수행도량으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주위에 잣나무가 많아 백지사(柏旨寺)라고 불렸던 이곳은 조선 명종 1년(1546)에 백흥암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선 중종 15년(1520) 왕세자(인종, 1515~1545)의 태(胎)를 봉안하면서부터 조정의 수호사찰로 정해졌던 백흥암은 수백 명 넘는 대중이 생활하기도 했다.
 
 
구름·옷 주름 표현, 색감 볼때 18세기 추정
 
별화는 좌불·인물화 다수, 용 학 등도 보여
 
 
특히 백흥암에는 보물 790호 극락전과 보물 486호 극락전 수미단이 유명하다.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아미타삼존불이 모셔져 있는 극락전은 건물은 기둥 위 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공포를 넣은 다포양식이다. 안쪽 천장은 가운데가 높고 주변이 낮아 층을 이루게 있어 조선 초기의 건축수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극락전 안에 봉안된 불단인 수미단 우리나라 현존 사찰의 불단 중 장식성이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꼽힌다. 장식 문양들이 아름답고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내용도 풍부해서 신축 사찰의 불단 장식 문양의 모델이 되기도 한다.
 
<사진>영천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에 그려져 있는 석가오존도.
 
이와 더불어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극락전 벽면에 그려져 있는 벽화 석가오존도 역시 생동감 있는 표현으로 눈여겨 볼만한 작품이다. 가로로 긴 벽면에 나란히 앉아 있는 석가삼존과 이들 사이에 작게 표현한 가섭존자와 아난존자, 본존 머리 좌우에는 구금을 타고 날아오는 타방불들이 작게 묘사돼 있다. 각 존상들은 모두 구름을 타고 있는 모습이다. 각기 신체의 뒷면에는 길게 이어지는 구름이 마치 꼬리처럼 표현돼 있다. 구름과 옷 주름의 도식적인 표현과 탁한 색감 등으로 미뤄 18세기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벽화는 <법화경>에 따르면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축산에서 설법을 할 때 미간 백호에서 팔만사천광명을 비워 광명이 미치는 여섯 대지의 실상을 드러내 보이셨다. 또한 그 광명을 본 여섯 대지의 불보살이 ‘아! 석가모니께서 무진설법을 하시는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환희심에 눈 깜짝할 사이 수천의 권속을 데리고 와 나뭇가지에 앉아 설법을 듣는다”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밖에도 극락전 내부에는 금단청을 해놓았는데,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다. 별화는 좌불도와 인물화가 대부분이며, 용, 학, 비천상 등도 간혹 볼 수 있다.
 
허정철 기자 hjc@ibulgyo.com
 
※참고자료=관조스님 사진집<사찰벽화>(미술문화)
 
 
[불교신문 2555호/ 9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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