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향내 그윽한 아산 인취사 중생 사로잡는 ‘백의관음’가득 한여름 땡볕을 희롱하듯 피어난 백련을 찾아서 충남 아산 인취사를 갔다.본지와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가 2차 사찰생태기행의 첫발을 인취사로 내딛은 까닭은 한창 피어 물오른 ‘7월의 백련’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30평 남짓한 절터에 1천여평 자연생태가 조화롭게 구비된 인취사에서 백련의 향기를 만났다. 〈편집자〉 후박나무등 꽃나무 풍부 환경친화 불사 ‘본보기’ 인취사 가는 길은 적막하고 텅 비었다. 작열하는 여름 태양을 피해 모두 어디론가 숨어들었기 때문이다. 들에는 간간이 보리가 제멋대로 혼자 익어가고 있었고 벼가 저 혼자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소녀의 가르마 같은 소로(小路)에는 간간이 자동차가 지나가고 있을 뿐이다. 연꽃이 아름답다는 인취사(仁翠寺)로 가는길은 오랜만에 평화를 구가하고 있었다. “내려야 합니다. 이곳에서부터는 걸어야 합니다” 산을 배경으로 마을이 있고 또 그 앞에는 들판이 있는 전형적인 농촌마을에 도착한 느낌이다. 깊은 산골 절경의 계곡이 있을 만한 곳이 아니었다. 겨우 경운기가 한 대 지날 정도의 길가에는 눈부신 연꽃들이 줄지어 서서 오가는 나그네를 맞이하고 있을 뿐이다. 연꽃의 절 인취사에 도착한 것이다. 부지런한 사람의 손에 가꿔진 연꽃길을 따라가니 저 멀리 1백여호가 넘는 농가가 있다. 그러나 인취사는 얼른 눈에 띄지 않았다. 아니다, 가까이 가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은은한 풍경소리 들리고 그 마을과 너무도 잘 조화된 절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 좋다” 이곳저곳에서 절로 탄성이 일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10여분 걷다보니 인취사에 도착했다. 있는 듯 없는 듯 그 자리에 있는 인취사를 방문한 손님을 제일먼저 맞이한 것은 한 마리의 백구. 오랜 방황을 끝내고 돌아온 고향집 같은 포근함이 마음깊은 곳에서부터 인다. 인취사는 이렇듯 기존 사찰의 개념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웅전을 비롯 5동의 건물은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지어져 작은산과 1백여호가 넘는 마을의 집들과 그 앞에 펼쳐진 들판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인취사의 백미는 연꽃의 호수. 법당서 들길따라 10여분을 걷다보면 수천 수만송이의 꽃을 담고있는 아담한 백련의 호수를 만난다. 1천여평의 공간에 무더기로 혹은 저 혼자서 피어있는 하얀 연꽃송이들은 “아! 아!” 절로 탄성이 일게 한다. 이 연꽃들은 혜민스님이 주창한 30년 자연(自然) 포교의 꽃이며 힘이다. 진흙속에서 피어나는 연꽃들은 진흙탕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중생들의 마음을 건져올리기에 충분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었다. 여기저기 흩어져서 합장을 하고 무심삼매(無心三昧)에 빠져 연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은 눈부신 연꽃만큼이나 청량했다. 청량한 눈빛 천진한 마음을 담은 채 그 자리에 붙박이처럼 앉아 움직일 줄 모르는 사람들의 모습은 한송이 연꽃 그 자체였다. 자연포교의 원력과 힘을 확인하는 대목이었다. 30여평 남짓한 대웅전 범종각 사경실 요사 2동으로 구성된 인취사는 연꽃외에도 후박나무 한국목련 깽깽이풀 딱총나무 옥잠화등 꽃과 나무들로 가득하다. 인취사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30년전 이곳에 주석하기 시작한 혜민스님의 독특한 불사관 때문이다. 혜민스님의 첫 불사는 경내에 온갖 꽃나무의 씨를 뿌리는 일이었다. 돌멩이 하나 흙 한줌 아끼고 가꾸는 것이 진정한 불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30년전의 혜안(慧眼)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그래서 혜민스님은 천연의 재료를 사용한 사경실과 요사2동만 건립했다. 꼭 필요한 최소한의 불사만 이뤄진 것이다. 유달리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는 사경실(寫經室)이다. 분청사기 공법으로 타일을 만들어 본뜬 외벽, 신문지를 뭉개서 황톳물로 색깔을 낸 내벽, 갈대와 볏짚으로 덮어서 겨울 여름 실내온도가 자동조절 될 수 있게한 지붕등 천연의 자연재료를 최대한 활용해 가장 환경친화적인 불사를 한 것이다. 사경실에는 백닥나무로 만든 닥종이와 쪽물을 들인 천으로 〈화엄경〉 전 80권의 내용을 전부 사경할 예정이다. 현재 4천 1백미터의 천을 82필로 나누어 쪽물을 들여놓은 상태. 화엄대탑의 출발이다. 이 모든 작업을 혜민스님은 혼자서 한다. 불사에는 시간보다는 원력이 깃들어야 하고 욕심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불사하는 일 역시 깨달음을 위한 또다른 수행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설계사에 의뢰해 조감도를 그리고 준공식을 봉행한 후 속도전으로 마구 밀어부치는 불사풍토에 따끔한 일침이다. “이곳에 처음 온 사람은 사찰이 있는 것을 모르지요. 그러다가 연꽃을 따라 나무를 따라오다가 비로소 사찰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요”라고 말하는 마을 사람들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아직도 연꽃호수 주위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무석가모니불” “관세음보살”의 명호를 염송하며 그곳에 등신불처럼 앉아 있었다.아산=글 河正恩기자 jung75@buddhism.or.kr사진 金亨周기자 cooljoo@buddhism.or.kr 인취사는…백제 무령왕 19년(519년)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진 인취사는 제6교구본사 마곡사의 말사로 취(翠)라는 글자가 잘못 전해와 인취사(咽嘴寺)혹은 인화사(仁華寺)등 여러이름을 갖고 있다. 조선시대 영조때 편찬된 지리지 〈여지도서〉에는 “인취사는 정문 3칸 동실방 3칸 서실방 3칸 북실협방 4칸이 있다”는 기록이 전해져 오고 있다. 현존하는 유물로는 고려때 작품으로 전하는 석조삼존불상, 동종(조선시대), 3층석탑 2기, 근래 조성한 삼층석탑 1기가 있다. 답사객 들의 ‘나도 한마디’ ▲ 사찰에 거주하면서 수십년동안 백련을 돌보고 있는 스님에 놀랐다. 산세에 맞는 건물규모와 백련이 피어있는 연못의 조화에 감동받았다. ▲ 지나친 생태보존과 자연위주의 조경으로 문화재적 요소가 불충분해서 아쉽다. ▲ 문화유산의 원형을 보존하는 방법을 볼 수 있었고 불교의 상징인 연꽃을 재배하는 스님의 원력에 놀라웠다. ▲ 작은절이지만 연꽃불사로 사찰 특유의 멋을 살렸다. ▲ 요사체에서 산을 가리지 않는 제방의 높이, 옛건물인 극락전을 그대로 살리고 새건물을 불사한 조심스러움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 생전 처음으로 백련의 향기를 맡았다. 몇십년을 하루같이 가꿔온 수목과 한 수행자의 삶이 인상깊었다. ‘자연’이야말로 최고의 법문이다. ▲ 생태문화와 자연친화적인 것들은 사찰의 장점이자 한계이다. 역사와 전통문화양식도 가치있지만 현대적인 감각과 접목될 수 있는 사찰문화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인터뷰-주지 혜민스님 “자연사랑이 곧 애국이여”“돌멩이 하나 흙 한줌, 이 강산 무엇하나 빠뜨리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 애국인 것이여.” 살아있는 부처님이 금방이라도 걸어나올듯한 충남 아산 인취사에는 단 한명의 스님인, 혜민(惠民)스님이 살고있다.〈사진〉 30년 전 혜민스님이 인취사에 처음으로 왔을 적만 해도 인취사는 지금의 모습과 달랐다. “후박나무 한국목련 등 법당 앞마당서부터 씨를 뿌렸습니다” 경내 곳곳에 흐트러진 꽃나무가 자신과 이 곳 인취사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며 스님은 당시를 회상했다. “내가 여기에 온 날이 1970년 7월13일이지.” 30년전의 날짜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 스님의 모습에 오늘의 인취사를 있게 한 힘이 엿보인다. 스님은 또 “요즘 젊은이들 문제 많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한다. “한국청년의 정신과 넋은 어디가고 서양문물만을 무분별하게 쫓아가고 있느냐”며 “자연을 살펴보고 사랑할 줄 알아야 나라가 사는 것”이라고 성토한다. 스님의 포교 방식은 독특했다. 설명이 따로 필요 없다. “백련꽃 한송이만 봐도 ‘아 부처님!’하는 탄성이 나오면 그것이 곧 절에 온 맛이라.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이 포교도 시대가 요구하는 역사 문화 전통의식을 가장 기본적으로 가질 수 있는 마음을 주면 그 뿐이라” 스님은 지난달 21일 올해로 일곱번째 연꽃제인 ‘백련시사’를 열었지만 30여명의 시인 화가 다인들을 초청했을 뿐, 단촐하고 조용한 축제를 가졌다고 한다. 축제가 열리기 전까지 홍보를 꺼렸다는 스님은 이유를 물어보자 이렇게 설명한다.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하는데 떠들썩하게 선전해봤자 많은 사람 몰려와 화려하고 요란한 나머지 본연의 색깔을 잃어버린다”고. 스님은 인취사만의 독특한 색깔을 30년전부터 찾아낸 것일까. 자연과 하나된 가람의 풍경이야말로 사찰의 참모습임을 스님은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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