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 대비심으로 소망 성취

 

우리나라의 각 사찰에서 불공을 드리며 기도를 시작할 때 필수적으로 독송하는 경전이 하나 있다. 부처님께 마지(摩旨)를 올릴 때도 반드시 독송하는 이 경은 의례용 경전이라 할 수 있는 〈천수경(千手經)〉이다. 이 경은 불교 신앙의 주술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밀교경전에 속한다. 〈다라니〉를 수지 독송케 하여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밀교 특유의 수행법을 제시해 놓은 경이지만 세속적인 원을 이루게 하는데도 이 경을 상용해 왔다.

이 경의 본래 이름은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경〉이다. 1권으로 되어 있는 이 경은 당나라 때 가범달마(伽梵達磨)가 번역했으며, 이 밖에도 비슷한 이름으로 역자가 다른 3가지가 더 있다. 불공(不空)이 번역한 것과 보리유지(菩提流志), 그리고 지통(智通)이 번역한 것이 있는데 모두 대정 신수대장경 20권에 수록되어 있다.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손이 천 개 눈이 천 개인 관세음보살의 광대한 대비심에 의해 중생들의 소망이 성취되어 구경의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이다.

주술적 요소 지닌 ‘밀교 경전’

‘귀의-찬탄-참회-발원’ 뜻 담겨

밀교에 속해 있는 경전들은 대개가 다라니를 설해 놓고 있다. 다라니(dharani)란 불.보살에 대한 염원 등을 함축하고 있는 경전의 어구.구절을 가리키는 말이나, 그 어원의 뜻을 밝혀 보면 모든 것을 간직하여 잃어버리지 않게 한다는 뜻이 있다. 비유하여 말하면 깨지지 않는 그릇에 물이 가득 차 있으면서 새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역된 말로 총지(總持) 혹은 능지(能持)라 하며 또 능차(能遮)라고도 한다. 능차는 마음속에 악한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 준다는 뜻이다. 이 다라니는 주술적 기능을 갖고 있다. 원래 다라니는 경전의 독송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경전에 설해진 내용을 짧은 구절에 축약하면서 생기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론이나 논리로 설명하는 사변적인 말이 아닌 주술적인 능력이 내포되게 된 것이다.

〈천수경〉에는 대다라니인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중심이 되며, 그 외에 소다라니가 8개 설해져 있다. ‘정구업진언’에서 ‘오방내외안위제신진언’ ‘개법장진언’ ‘참회진언’ ‘정법계진언’ ‘호신진언’ ‘관세음보살본심미묘육자대명왕진언’ 그리고 ‘준제진언’이다. 이들 진언은 각기의 성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주술적 위력을 발휘하는 것들이다. 〈천수경〉 전체의 내용이 관음신앙과 관계된 것이므로 소진언 가운데서는 ‘관세음보살본심미묘육자대명왕진언’이 중요한 진언이다. 줄여서 ‘육자대명왕진언’이라 하는데 밀교수행자들이 지송하는 대표적인 진언으로 여섯 글자가 육도 윤회를 벗어나 생사해탈을 성취하게 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천수경〉에는 불교 신행의 기본이 되는 네 가지 뜻이 담겨져 있다. 진언과 찬게(讚偈)로 이루어진 경의 내용을 살펴보면 귀의와 찬탄과 참회, 발원으로 이루어져 있는 전체 대의를 파악할 수 있다.

몸과 마음을 바쳐 일체 부처님께 귀의하는 지극한 마음으로 보리심을 발하여 부처님을 찬탄하며 자리이타의 공덕을 찬탄한다. 그리고 자신이 과거세로부터 지어온 10악을 비롯한 모든 업을 참회한다. 이 참회는 대승의 참회로 업의 성품이 공함을 통달해야 진정한 참회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음은 발원으로 이에는 보살의 이타정신이 악도에 가 악도중생을 고통을 소멸케 하는 육향(六向)과 십원(十願)등이 설해져 있다. 아울러 이 발원은 대승의 회향정신으로 필경에는 중생들을 제도하는 중생회향으로 귀착된다. 〈천수경〉의 이 네 가지 뜻은 불교 신앙정서의 기본 요소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조계종 승가대학원장

[불교신문 2327호/ 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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