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서 천태산까지

삼의일발 장자불와…중국인 감화
위험 무릅쓰고 바닷길로 求道대장정 올라
중국 천태종 16대 조사 의통스님 비롯
지장보살 교각스님 등 수행 ‘법등’ 역할


사진설명: 쑤저우에서 천태산에 이르는 지역은 승랑.교각스님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스님들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사진은 전장 금산사.
구법(求法)의 길은 대부분 바닷길이었다. 구법승들은 한반도의 서해안에서 중국의 동해로 이르는 해로(海路)를 이용했다. 위험을 무릅쓰고 해로를 택한 것은 시간 때문이었다. 해로는 육로보다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관문은 등주(登州)와 명주(明州)였다. 등주는 산둥반도에 위치해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다. 명주는 7~8세기부터 무역항으로 이름이 높은 곳이다. 운하를 통해 양쯔강 하류와도 연결되어 있다. 내륙으로의 접근이 용이했다. 2005년 12월 20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진행된 ‘구법승의 발자취’를 찾는 답사는 그 관문 가운데 하나인 명주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명주는 현재 저장성(浙江省)의 닝보(寧波) 일원이다. 답사는 2005년 12월 20일 상하이(上海)를 시작으로 장쑤성(江蘇省)과 안후이성(安徽省)을 거쳐, 저장성에 이르는 길을 택했다. 중국의 동남부 지역에 해당된다. 장쑤성에서는 쑤저우(蘇州), 전장(鎭江), 양저우(揚州), 난징(南京)의 사찰들을 답사했으며, 안후이성에서는 삼조사와 구화산을 참배했다. 저장성에서는 보타산과 항저우(杭州), 닝보, 천태산, 사오싱(紹興)에서 구법승의 행적과 유적을 찾았다.

중국으로의 구법은 구법에만 그치지 않았다. 구법승들은 중국 불교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구법승들의 두타행(頭陀行)은 중국 불자들을 크게 감화시켰다. 중국인들의 간청에 의해 귀국하지 않고 중국에서 입적한 스님들의 행적이 그것을 말해준다. 의통(義通)스님은 중국 천태종의 제16대 조사로 추앙받고 있다. 승랑(僧朗)스님은 중국 삼론종의 실질적인 개산조였다. 도육(道育)스님은 40년간 삼의일발(三衣一鉢)하며 산문 밖을 나가지 않은 채 수행했다. 반야(波若)스님은 장좌불와로 평생을 일관했다. 현광(玄光)스님은 수행하던 사찰이 폐쇄됐지만 홀로 남아 산문을 지키며 법등을 이었다. 교각(喬覺)스님은 중국인들에게 지장보살로 추앙받고 있다.

# 쑤저우.전장.양저우.난징

사진설명: 지장보살 교각스님상이 봉안되어 있는 구화산 육신보전 내부.
쑤저우(蘇州)는 장쑤성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가운데 하나다. 양쯔강 유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이기도하다. 도시의 북서쪽에 위치한 후츄산(虎丘山)은 인공적으로 만든 산으로 허뤄(闔閭)의 무덤이다. 해발 34m밖에 되지 않는다. 정상에 운암사가 있다. 운암사에서는 ‘세속오계’를 만든 신라의 구법승 원광스님이 공부했다.

전장(鎭江)은 양쯔강 하류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금산사는 그 강변에 위치하고 있어 절 정상에서 바라보는 시가지와 강변의 모습이 아름답다. 동진(東晋) 시대의 고찰이며, 산문에는 ‘강천선사(江天禪寺)’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청(淸)나라 강희제가 내린 편액이다. 선종 사찰임을 알 수 있다. 금산사는 고려의 의천(義天)스님이 항저우로 가는 도중에 이곳에서 불인요원(佛印了元) 선사를 만나 법담을 나눈 곳이다.

양저우(揚州)는 양쯔강 북쪽에 위치한 곳이다. 최치원과 신라 구법승 여해스님이 발자취를 남긴 곳이다. 대명사가 있다. 당나라 스님인 감진(鑑眞)스님을 기리기 위해 예전부터 있던 절을 확대해 만들어진 절이다. 현재 절 안에는 ‘감진기념당’이 있다. 감진스님이 수행했던 시기에는 신라 구법승 여해스님이 주석했다. 명나라 초기와 중화민국 시대에 수도가 난징(南京)이다. 난징 북동쪽에 서하사가 있다. 고구려 승랑스님이 주석하며 중국 삼론학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곳이다.

# 구화산.천주산

사진설명: 보운의통스님의 화상을 모신 천태산 진각사.
삼조 승찬스님이 주석했던 천주산 삼조사를 참배했다. 불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일주문과 대형 연못을 조성하는 불사가 진행중이다. 산문을 들어서면 계단식으로 형성된 가람을 만날 수 있었다. 구화산은 신라 왕자 출신인 교각스님이 평생 수행한 곳이다. 스님이 구화산에서 보여 준 두타행의 흔적은 아직도 그대로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 항저우

항저우는 링보와 함께 구법승의 발길이 가장 많이 거쳐 간 곳이다. 항주의 서호(西湖)는 인공으로 만든 호수다. 호수 둘레에는 수많은 절들이 있다. 이 곳에 의천스님, 지종(智宗)스님, 나옹(懶翁)스님 등의 숨결이 묻어 있다. 용흥사는 의천스님이 참배한 곳이다. 정자사는 영명연수스님이 주석했던 곳이다. 지종스님, 의천스님, 나옹스님도 수행했다. 항저우에는 이밖에도 당나라와 수나라때부터 조성된 많은 사찰들이 존재한다. 영은사, 육화탑, 용정사, 천축사 등은 구법승이 발자취를 남긴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려웠다.

#보타산

관음도량 보타산은 지장도량 구화산, 문수도량 오대산, 보현도량 아미산과 함께 중국불교 4대성지다. 주산군도의 수많은 섬 가운데 하나지만 한중 불교 교류의 중요한 이정표다. 한반도를 향한 수많은 배가 이 곳을 반드시 거쳐 갔기 때문이다. 보타산에는 검은 대나무 군락지가 있다. 바로 자죽림이다. 그 옆에 불긍거관음원이 있다. 관세음보살님이 보타산에 오신 내력을 간직한 사찰이다. 그러나 이 내력에는 한.일간, 한.중간 역사적 인식 차이가 크다. 일본과 중국은 보타산에 관세음보살상을 모셔 온 사람을 일본 승려라고 주장하지만, 신라인이라는 주장이 최근 한국 불교학계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낙산사와 자연 지형과 건립 유래가 비슷한 불음동, 낙산사 해변과 유사한 모습을 간직한 일천보 해변 등 보타산은 우리나라 대표적 관음도량인 낙산사와 매우 비슷한 곳이다. 구법승으로는 나옹스님의 발자취가 역사적 문헌과 함께 또렷하게 남아있다.

# 링보(寧波)

한반도에서 서해를 건너 중국으로 가는 관문이다. 그만큼 구법승의 발자취도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나 현재는 흔적만을 간신히 간직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는 의통스님이 수행했던 보운선원을 기리는 비석이 있다. 지금은 아파트촌으로 변해 있었다. 인근에 고려사관(高麗使館)이 있어 1천년 전 한국의 수많은 상인과 스님들이 거쳐 간 곳임을 알 게 한다. 링보 주변에서 주목할 사찰은 아육왕사다. 의통보운 스님이 입적한 곳이다. 옛 문헌을 따라 보운스님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이번 답사에서 스님의 유골을 모신 오석산을 찾아 스님의 발자취를 발견했다.

또한 링보 인근에는 설두사가 있다. 미륵도량으로 중국에서는 4대 불교성지 다음으로 많은 불자들이 찾는 곳이다. 의천스님이 참배했다.

#천태산

남조에서 북송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가진 천태산 불교의 융성은 그 융성만큼 많은 구법승의 발자취를 남겼다. 현광, 반야, 연광(緣光), 도육, 체관(諦觀), 의통, 지종, 의천스님 등이다. 당대에는 국청사 앞에 신라의 구법승이 머물던 신라원(新羅院)도 있었다. 구법승들의 발길이 많았다는 반증이다.

저장성 링보=박기련 기자

취재협조 : 한국불교연구원

[불교신문 2194호/ 1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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