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을 가는 사람은 위험이 따르고 외로운 법이다. 17세기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이도 그랬다. 그는 피사의 사탑에서 사원의 램프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진(振子)의 법칙을 발견했으며 사제(私製)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을 넷이나 발견했다. 그러나 그토록 위대한 과학자도 당시 교회의 절대권력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지구는 부동의 우주 중심이라는 당시 교회의 지배논리인 천동설(天動說)과 반대인 지동설(地動說)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종교재판소에 의해 이단으로 찍혔다. 혹독한 고문으로 갈릴레이는 별 수 없이 법정에서 지동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서서 희미하게 “그래도 지구는 움직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저희가 수행하는 연구는 매단계마다 세계최초로 진행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설원(雪原)에 발자국을 내는 심정입니다. 과학연구는 윤리의 테두리 속에서 진행돼야겠지만 현실은 앞서가는 과학을 뒷받침하는 윤리규정을 미처 마련하지 못한 예도 있습니다” 지난 11월24일 황우석 교수가 연구용 난자 기증문제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토로한 내용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전인류의 바람인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열었다. 생명과학연구의 신기원을 열었기에 황교수팀의 연구가 서구 강국이 주도한 기존의 글로벌 스탠더드에 완전히 부합되는데 무리가 있다. 우선 생명에 대한 해석 자체도 서구적 종교관에 입각한 기존논리에 지배되고 있는 경향이다.

문제가 된 난자기증원칙만 해도 40여년 전 ‘헬싱키 선언’의 일부 ‘주의’ 사항일 뿐이다. 연구원의 난자 제공도 올해 1월 시행된 ‘생명윤리및 안전에 관한 법률’ 발효 이전에 이뤄진 것이니 위반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토록 세계적 파문이 일게 된 것은 앞장서서 신천지를 연 과학자이기에 당하는 유명세와 시새움 탓이 적지 않다. 그러나 갈릴레이가 그랬듯이, 진화론의 다윈, 상대성원리의 아인슈타인이 그랬듯이 과학은 끊임없이 구각(舊殼)을 깨며 진전하게 마련이다. 황교수 팀이여, 부디 전방위적 도발에 위축되지 말고 열매를 거둘 때까지 매진하시라.

논설위원. 희곡작가


[불교신문 2185호/ 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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