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충실하라”

사진설명: 1960년대 법주사 주지 시절 경내를 포행하는 추담스님. 불교신문 자료사진
1960년 8월부터 1966년 말까지 법주사 주지 소임을 본 추담스님은 일제강점기부터 진행된 미륵대불 조성불사 회향을 위해 정성을 다했다. 나라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이기에 일반 불자들의 화주 갖고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원력 세운 것은 반드시 성취하고야 마는 스님의 열정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묘안을 찾게 된다.

박정희 장군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했을 때의 일이다. 서울로 올라온 스님은 매일같이 박의장이 출근하는 길목에 서서 석가모니불 정근을 했다. 날이 좋으나 궂으나 거르지 않았다. 승복 입은 스님이 박의장 눈에 띄지 않을 리 없었다.

궁금증이 생긴 박의장은 육영수 여사와 친분이 있던 청담스님을 통해 추담스님을 초청했다. “무엇 때문에 매일같이 서 계신지요” “저는 법주사 주지인데, 민족통일을 염원하는 미륵대불 불사를 마치기 위해서는 나라에서 관심을 가져 주셔야겠기에 그렇게 매일 서 있었습니다” 그 뒤로 육영수 여사와 이방자 여사도 법주사를 직접 참배하는 등 정부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1961년 초반에는 윤보선 대통령도 법주사에 들러 치하했을 정도로 추담스님은 많은 노력을 했다.


“정직 용기 성실” 3대 생명

진짜 참선은 ‘생활 실천’



근대의 이름난 조각가 김복진 선생이 일제강점기부터 시작한 법주사 미륵대불은 뜻을 세운지 50여년만인 1964년 6월 14일 단오절을 맞아 점안법회를 성대하게 거행했다.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선생이 글씨를 쓰고, 추담스님이 지은 비문에는 미륵불을 조성한 까닭을 이렇게 적고 있다. “발을 천천히 미래에 두고 현실을 재촉하여 나아가는 자책과 노력으로써 이상은 각각으로 실현되리니, 현실에 이상이 내재된 소이인 것이다. 항상 현재에서의 새로운 각오 밑에 정법신심(正法信心)을 견고히 하라. 영원한 현재, 유유히 현실에 충실하여 자중(自重)에 노력할 것이다.”

추담스님의 화두가 늘 ‘현실’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추담스님이 강조한 참선의 궁극적인 목적도 ‘선방’에 머물지 않고 ‘세간’으로 나왔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무엇보다 참선(參禪)이 제일”이라고 말했던 스님은 수행자에게 정직(正直) 용기(勇氣) 성실(誠實)이 3대 생명임을 강조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정직해야 하며, 용기가 있어야 하고, 성실하게 시간 지키기를 생명으로 삼아 이해와 존경과 사랑을 언제나 남에게 베풀 줄 알아야 한다. 누구로부터든지 자비를 배워서 누구에게나 그 영역을 넓혀 베풀기를 계속하라. 그것이 진짜 참선이고, 최후의 원력이다.”

개개인의 삶이나 중생들의 생활에 실제적으로 회향하는 정진이 ‘진짜 참선’이라는 경책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성수 기자


이번호부터 주2회 연재합니다.



[불교신문 2001호/ 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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