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룡혜남(黃龍慧南, 1002∼1069)스님은 속성이 장(章)씨이고, 강서성(江西省) 옥산현(玉山縣)출신이다. 어려서부터 침착했고 대인의 기풍이 있었으며 훈채(菜)를 먹지 않았다. 19세에 삭발하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뒤, 여러 곳을 행각하며 가르침을 구하다가 운문종(雲門宗)의 늑담회징(潭懷澄)선사에게 운문선(雲門禪)을 참구하고, 그와 더불어 자리를 나누어 설법하니, 이로부터 그 명성이 제방에 알려졌다.그 뒤 행각 중에 임제종(臨濟宗)의 운봉문열(雲峰文悅, 997∼1062)선사로부터, “그대가 늑담회징선사에게서 전수받은 종지는 마치 약으로 쓰는 수은(水銀)과도 같아서 한 때의 장난거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장간의 뜨거운 풀무에 넣으면 금방 녹아 버릴 것이다. 그대가 대사(大事)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석상초원(石霜楚圓, 986∼1039)선사를 만나보아야 할 것이다”는 충고를 듣자, 선사를 찾아가서 가르침을 청했다. 스님을 맞이한 석상초원선사는 웃으면서 말하기를, “그대는 일파(一派)의 영도자로 행세하면서 총림(叢林)에 이름이 자자하니 동등한 자격으로 앉아서 법을 논해야 할 것이다”고 하면서 시자(侍者)에게 의자를 가져다 주도록 하였다. 스님은 이에 한사코 사양하면서 간절히 교시를 청하였다.운문종의 늑담회징선사에게서운문선을 참구하던 혜남스님석상초원선사를 찾아가임제종 가르침 이어받아 선법 전개이에 선사가 물었다. “그대는 운문종의 선을 배웠으니 아마도 그 종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운문스님이 동산수초(洞山守初, 910∼990)스님에게 몽둥이 석대를 때리겠다 하였는데 몽둥이 석대 맛을 보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부당한가?” 스님은 선사의 말이 끝나자 마자 확신에 찬 어조로 바로 대답하였다. “몽둥이 맛을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대답을 들은 선사가 다시 물었다. “몽둥이라는 소리만을 듣고서 그대는 맞았어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까마귀, 까치 우는 소리, 종소리, 목어소리, 북소리, 운판소리 등을 들을텐데, 그때마다 몽둥이를 맞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몽둥이 맞는 일을 언제 그만 둘 테인가?” 스님이 쩔쩔매며 답변을 못하자, 선사가 말했다. “내가 처음엔 그대의 스승이 될 자격이 없다고 하였는데, 이제 보니 그렇지 않다. 내 밑에서 정진하도록 하여라” 이에 스님은 일어나 절을 하면서 사제의 예를 갖추었다.다음 날 스승이 물었다. “대산파자화(臺山婆子話)에서 조주(趙州)선사가 감파(勘破)한 것이 무엇인지 어디 한번 말해보라” 스승의 이 물음에 대하여 스님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고 물러 나왔다. 그 다음날 다시 가서 그 뜻을 물어 보았으나, 스승은 망신만 줄뿐이었다. 이에 스님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풀리지 않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왔는데 망신만 주시니, 이것이 어찌 자비심으로 법(法)을 베푸는 도리라고 하겠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웃으며 대답했다. “이것이 망신인가?” 그 순간 스님은 그 깊은 뜻을 깨닫고, 이에 스승에게 게송을 지어 바쳤다. “총림의 걸출한 조주선사, 노파를 감파한 일 유래 없도다. 이제는 온 세계 거울처럼 맑으니, 망신스럽게 길 묻는 일 없게 되었네.”이후 스님은 황룡산에 주석하며 임제종의 가르침을 설했다. 스님은 선의 길에 처음 들어선 학인들을 제접할 때마다, “사람마다 모두 태어난 인연이 있다. 그대가 태어난 인연은 무엇인가?”, “내 손은 왜 부처님 손과 닮았는가?”, “내 다리는 어째서 나귀의 다리와 닮았는가?”라는 나중에 ‘황룡삼관화(黃龍三關話)’로 총림에 회자(膾炙)되는 세 가지 질문을 했다. 그렇지만 황룡사에 주석하는 30여년 동안 제대로 계합(契合)하는 자가 적었다고 한다.중국선의 황금기였던 당대에 성립된 임제종(臨濟宗).위앙종(仰宗).조동종(曹洞宗).운문종(雲門宗).법안종(法眼宗)을 ‘선종오가(禪宗五家)’라고 한다. 그러나 송대에 들어서면서 위앙종, 법안종, 조동종은 일찍 쇠퇴한다. 이 중 조동종만이 나중에 법맥을 다시 잇게 된다. 그 결과 오직 운문종과 임제종 만이 활발하게 그 선법을 전개하는데, 이중에서 임제종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졌다. 그러던 중 석상초원(石霜楚圓)의 문하에서 양기파(楊岐派)와 황룡파(黃龍派)로 분립되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중국선종을 일컬을 때 임제종의 2파와 당대 선종오가를 합쳐서 ‘오가칠종(五家七宗)’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덕진/ 창원전문대 교수[불교신문 1996호/ 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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