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을 말할 때는 두가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현재"<천수경>을 읽자!"라고 할 때는, 도량석.불공.재 등에서 읽고외우는것을 말한다. 흔히 사찰이나 신행단체 등에서 편집해서 쓰는<법요집>이나 <불자독송집>류에서 볼 수 있는 <천수경>이다. 필자는이를 "현행 독송용 <천수경>"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는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식과 독송의 편리를 위해서 새롭게 편집된 경전일 뿐이다.현재 불교학계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대정신수대장경 속에서는"현행 독송용 <천수경>"이 그대로 발견되지 않는다. "현행 독송용<천수경>"의 핵심인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중심으로 설하는 또다른<천수경>이 발견될 뿐이다. 이 대장경 속의 <천수경>을 필자는"본래의 <천수경>"으로 부르고자 한다. 구분의 편의를 위해서다. 이두가지 <천수경>의 관계는 후자의 "신묘장구대다라니"를 비롯해서다른 다라니와 현교의 교설들을 편집한 것이 전자의 <천수경>이 될것이다.이 글은 후자 즉 "본래의 <천수경>"을 탐구하고자 한다. 그 이유는두가지다. 첫째, "본래의 <천수경>"에 대한 적확한 이해 위에서만 "현행 독송용 <천수경> "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가능할 것이기때문이다. 사실 이 분야는 선행되어야 할 연구의 분야이다. 둘째,"현행 독송용 <천수경>"에 대해서는 이미 필자 나름으로 연구의결과를 발표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김호성, 1992.1994)<천수경>류의 의궤와 경전들 대정신수대장경의 분류에 의하면,"본래의 <천수경>"은 밀교부에 소속되어 있다. <천수경>의 핵심이신묘장구대다라니를 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정신수대장경밀교부 3(제20권)을 살펴보면,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설하면서천수천안 관세음보살 신앙을 고취하는 경전과 儀軌는 19종에이른다. 이 중 구체적이고도 실제적인 수행법을 설하고 있는 의궤는다음과 같은 7종이다.1, <금강정유가천수천안관자재보살수행의궤경>(T.1056, 不空 역)2, <천수천안관세음보살치병약합경> (T.1059, 伽梵達摩 역)3, <천광안관자재보살비밀법경> (T.1065, 三昧蘇바羅 역)4, <대비심다라니수행염송약의>(T.1066, 不空 역)5,<섭무애대비심대다라니경계일법중출무량의남방만원보타락해회오부제존등홍서원력방위급위의형색집지삼마야표치만다라의궤(T.1067,불공 역)6, <천수관음조차제법의궤>(T.1068, 善無畏 역)7, <금강정유가청경대비왕관자재염송의궤>(T.1112, 金剛智 역) 이들 의궤에서 설하고있는 수행법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첫째, "신묘장구대다라니"의 지송방법이다. 둘째, "신묘장구대다라니"에 나오는 불 보살을 비롯한 많은 불 보살을 만다라의 圖像으로그려 모시는 방법이다. 이들 두가지 수행 의궤는 모두 우리불교사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염송의수행은 의궤에서 설해진 바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용성스님의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그저 일심으로 염송하기를 반복하는것이었다.만다라의 도상을 조성하는 사례는 보고된 바가 없다. 일본의 경우,밀교계 종단의 독자적 발달에 힘입은 것이겠지만 <千手만다라>의조성사례가 많았음이 보고 되고 있다. "로케쉬 찬드라, 1988"다음,"신묘장구대다라니"를 설하면서 천수천안 관세음보살 신앙을고취하고 있는 경전들은 다음과 같은 12종이다.1, <천안천비관세음보살다라니신주경>(T.1057, 智通 역)2, <천안천비관세음보살다라니신주경 別本>(T.1057, 智通 역)3, <천수천안관세음보살모다라니신경>(T.1058, 菩提流支 역)4, <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경>(T.1060, 伽梵達摩 역)5,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주본>(T.1061, 金剛智 역)6, <천수천안관세음보살대신주본>(T.1062A., 金剛智 역)7, <세존성자천안천수천족천설천비관자재보리살달바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 (T.1062B.)8, <번대비신주>(T.1063)9, <천수천안관세음보살대비심다라니>(T.1064, 不空 역)10,<청경관자재보살심다라니경>(T.1111, 不空 역)11, <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T.1113A. 指空 讐校)12, <대자대비구고관세음자재왕보살광대원만무애자재청경대비심다라니>(T.1113B. 不空 역)이 중에는 呪本만 있는 경우도 있으며, 주본과 함께 여러가지법문을 시설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1.4.9의경우이다. 첫째, 지통 역의 경우는 627-649년 사이에 번역된 것으로최초의 번역이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전체가 94구이며, 무드라25印을 설하고 있다. 둘째, 가범달마 역은 650-655년 사이에 번역되었다(650-661년 사이에 번역되었다는 설도 있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82구인데, 이는 뒤에서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셋째, 불공역은 723년에 번역된 것으로 가장 늦다. "신묘장구대다라니"는 74구이다.이들 중에서 "현행독송용 <천수경>" 성립에 母本이 되었던 것은가범달마 역본이다. 우리 불교사에서 <천수경>의 수용에 대한 가장오래된 기록은 의상스님에게서 나타난다. <백화도량발원문>(의상스님의 작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과 <투사례>에 <천수경>의 수용자취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신묘장구대다라니"와 十願六向부분(나무대비관세음 원아속지일체법 아약향축생 자득대지혜)인데,의상스님의 입당연대(661-671)와 생몰연대(625-702)를 감안하면,부합하는 것은 가범달마의 번역이다<김호성, 1993>.다만, 불공의 번역 역시 영향을 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그것은 계청 부분(계수관음대비주 소원종심실원만)이 불공의 번역에서만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의상 이후의 일이다.가범달마 번역의 <천수경>"현행 독송용 <천수경>"에, "천수천안관자재보살광대원만무애대비심대다라니"라고 한 뒤, "계청"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우리는"본래의 <천수경>"의 제목을 확인할 수 있으며,가범달마 번역이 미친 또하나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가범달마역본의 전체적인 내용을 구분해 보면다음과 같다.1, 서분:會衆의 등장2,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緣起3, 관세음보살의 발원:십원육향4, 대비주 지송의 공덕:不受十五種惡死, 得十五種善生등5, 대비주:82句6, 대비주의 본질:열가지 마음 "十心"7, 대비주 지송의 공덕:十二藏8, 대비주 이름들9, 대비주 지송의 공덕10, 四十手眞言11,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의 다라니12, 유통분이같은 내용의 범주적 이해를 통해서, 우리는 이 <천수경>이 매우풍부한 내용을 잘 정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대비주(-신묘장구대다라니)"는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의 다라니이다. 그러므로 먼저천수천안 관세음보살은 어떤 인연으로 천수천안관세음보살이되었는지 알아보자. 관세음보살 스스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세존이시여, 제가 과거 무량억겁 이전을 생각해 봅니다. 그때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으니 千光王靜住如來이신데,그 부처님께서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또한 일체중생을 위해서 이 "광대원만무애대비심다라니"를 설하였습니다.금색의 손으로 저의 정수리를 만지시며 "선남자여, 그대는 마땅히이 心呪를 지녀서 널리 미래의 악세에 일체중생을 위해서 큰 이익을짓도록 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때 저는 겨우 初地에 머물고있었을 뿐인데, 이 다라니를 한번 듣고서는 第八地로 초월했습니다.저는 그때 마음으로 환희하였기 때문에, 곧 서원을 발하였습니다. "만약 제가 미래에 능히 일체중생을 안락케 하고 이익케 할 수있다고 한다면, 저로 하여금 즉시 몸에 千手千眼이 생겨서 구족케하소서"라고 원을발하자,곧 몸에 천수천안이 모두 구족되었습니다."이와같이 해서 천수천안을 갖춘 관세음보살은 십원육향을 발원하게된다.이는 우리의 "현행독송용 <천수경>"을 통해서 익히 아는 바다.그런 뒤에 다라니의 지송 공덕이 설해지고 있다. 열다섯 가지의악한 죽음을 당하지 않으며 열다섯가지의 좋은 삶을 살게 된다는등의 내용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미 필자가 한글로 옮겨서 정리한바 있으므로<김호성, 1992>, 여기서 다시 부연하지 않는다. 공덕을설하는 부분은 뒤에서 두번 더 나오게 된다. 이는 경전 일반의양식적 특성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좀 거칠게 말하면, 모든 경전의정종분은 그 경전에서 설하고자 하는 법문의 시설과 그 경전을 수지독송함으로써 얻어지는 공덕의 찬탄을 번갈아 설한다 말할 수 있다.이는 擧果勸修이니, 공덕을 들어줌으로써 믿음을 이르키게 하고 수행하게 하는 뜻에서이다.대비주의 성립사와 번역<천수경>의 핵심은 대비주에 있다.가범달마 번역에는 82구, 우리나라 전래의 유통본은 84구이니 큰차이는 없다고 생각된다. "본래의 <천수경>"을 찾아보면, 대개 이다라니의 표기는 두가지로 행해져 있다. 첫째, 싯담 문자로 적는방법이다. 둘째, 싯담 문자를 중국어로 음사하는 방법이다. 이들둘 중의 한 방법을 택하거나, 아니면 둘 다를 취하거나 하였던것이다. 그 밖에 뜻을 해의한 경우는 없다. 그 이유에 대해서현장은 뜻으로 옮기지말고 음사해야할 다섯가지 경우에서 "비밀이기때문에"라고 했거니와, 우리의 경우에도 이러한 원칙은 잘 지키면서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 까닭에 중국의 음사를 다시 우리의 음운으로 읽어서 "나모라 다나다라 야야"라고 읽고 있는 것이다.물론, 이같은 발음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구비로 전승되는과정에서 겪은 우리말의 음운현상이 한 몫 하였을 것이고, 구절의뛰어읽기는 우리 시가를 읽거나 외울 때 일어나는 율격적 토막에의한 습관이 은연 중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필자는 생각하고있다. 근래 일부 학자들 중에서 다라니의 해의를 시도한 경우가없지 않다. 겸하여 뜻으로 옮겨서 읽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필자도 학문적 입장에서의 해의는 필요하리라 본다. 그를 통하여<천수경>의 성립사적 입장이 밝혀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런데, 이에 대한 연구 역시 이미 이루어진 바 있다. 인도 출신의세계적 불교학자 로케쉬 찬드라는 "신묘장구대다라니"를 철저히해부하고 있다. 그의 방대하고도 정치한 연구에 따르면, "신묘장구대다라니" 속에 담겨있는 관음신앙은 靑頸관음(니라간타,Nilaka ha)에 대한 신앙이다.여기까지는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不空이 <청경관자재보살심다라니경>이라 옮기고 있는 것이기에. 그런데, 찬드라는 한 걸음 더나아가 인도의 힌두교 신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토대로 하여,다라니에 쓰인 말의 어원을 분석하고 있다. 니라간타는 힌두교의신인 시바와 비시누(하리-하라)의 신격화라고 한다.<찬드라, 1988>그와같은 힌두교신에 대한 신앙이 관세음보살 신앙의 모태가 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긍이 가는 논리이다. 대승불교는 초기불교에서극복하였던 바라문교의 개혁된 형태인 힌두교로부터 영향을 받으며습합하여 형성되는 것이니, 그 가장 현저한 예가 바로 밀교이다."신묘장구대다라니"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이와같은 힌두교적신앙의 영향 아래 성립된 청경관음에 대한 기도문이라 할수 있다."하례"는 "하라"의 호격이니곧 시바-비쉬누의 혼합된 형태가 기도의대상이라는 이야기도 성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학문적으로는의의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신앙적 입장에 서있는 불자들에게는 별다른 의미를 줄 수 없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보수적 태도를 취하는 바, 의식을 위한 의식문이나 독송을위한독송문으로서의 "현행 <천수경>"에 서는 해의하지 않은 채 우리말로음사된 다라니를 독송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대비주의본질이제 "본래의 <천수경>" 속에서는 이 다라니를 어떻게 말하고있는지 살펴본다.대범천왕이 관세음보살에게 다라니의 본질을 묻자, 관세음보살은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는 크게 자비로운 마음이며, 평등한마음이고, 함이 없는 마음이며, 염착이 없는 마음이고, 공이라관찰하는 마음이며, 공경하는 마음이고, 낮추는 마음이며, 어지럽지않는 마음이고, 집착하지 않는 마음이며, 위없는 보리의 마음이니,이를 마땅히 알지니라. 이와같은 마음들이 곧 다라니의본질이니라." 다라니의 문자적 해석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직다라니를 열심히 수지독송함으로써 이러한 마음들을 지닐 수 있게된다는 말씀이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