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발전과 동문화합 위한 연수’ 개최
총무원장 진우스님 ‘선명상’ 주제 법문
덕문·정운스님 발제하고 분과토론 열려
“학인 급감…승가대 어제와 오늘 점검”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운문승가대 연수회에 참석하여 입재법문을 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운문승가대 연수회에 참석하여 입재법문을 했다.
300여명의 운문승가대 비구니 동문 스님들이 참석했다.
300여명의 운문승가대 비구니 동문 스님들이 참석했다.

한국불교 비구니계를 이끌어온 비구니 승가교육의 산실, 청도 운문사승가대학 출신 스님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구니승가교육의 어제와 오늘을 점검하고 불교중흥의 원력을 세웠다. 운문사승가대학 총동문회(회장 석우스님)는 3월28일~29일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300여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참석한 가운데 운문사승가대학의 역할과 불교계 나아갈 방향 등을 주제로 ‘모교발전과 동문화합을 위한 연수’를 성황리에 열었다.

수행과 포교, 출가정신을 되돌아보고 운문사승가대학 발전과 동문 스님들의 화합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연수는 운문사승가대학 50여년 역사상 처음 열린 자리다. 연수에는 3기부터 60기까지 동문 스님들이 두루 참석했고 이 가운데 27기 스님들이 연수를 주관했다.

운문사 회주 명성스님은 운문사 주지 진성스님이 대독한 축사에서 이 날의 감회를 전했다. “제가 운문사에 들어와서 학인 스님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가 벌써 54년이 넘었으니 운문사승가대학의 역사도 벌써 반세기를 넘었습니다. 운문사승가대학과 대학원, 율원을 비롯해 운문사를 거쳐 간 졸업생 수는 올해 현재 총 2193명입니다. 운문의 동문 스님들은 운문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각계 각처에서 전법과 수행, 가람수호, 사회복지 등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한국불교 비구니계를 이끌고 있습니다.”

연수회 입재식에는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총무원장 스님은 이 시대 전법포교의 방편을 ‘선명상’으로 삼은 배경과 의미를 법문을 통해 상세하게 설명했고, 핵심종책이나 다름없는 내용을 직접 듣게 된 비구니 스님들은 진중한 자세로 경청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선명상의 필요성에 앞서 근래 들어 종단이 갈등과 반목 없이 비교적 안정돼 있음을 천명하면서 무엇보다 종단안정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또한 불교가 고등종교라 할지라도 기복적 요소를 배제하기 어려운만큼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진정성 있게 적극적으로 정성스럽게 기도와 축원에 임하는가 자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간화선은 업장을 소멸하고 완전무결한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 고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상승의 수행법이다. 그럼에도 간화선으로 대중을 온전하게 설득할 수도 없고 호응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불교가 오랜 세월 역사적으로 거쳐오면서 그 시대가 요구하는 방편으로 중생을 구제했는데 지금 우리 불교는 해방 전후 과거 모습에 멈춰있다시피 하고, 그런 이유로 젊은 세대들이 구시대적인 불교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문사승가대학 동문 스님들의 연수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운문사승가대학 동문 스님들의 연수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총무원장 스님은 “선명상이란 현대 젊은이들의 사고와 정서에 맞게 불교를 각색해서 부처님법을 온전하게 전달하기 위한 방편”이라며 “올해 안에 간화선명상 염불명상 등 각양각색의 명상프로그램을 구축해서 유수사찰들에 그 프로그램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분별심을 버리고 고락(苦樂) 자체를 없애는 것이 관건인데 스님들부터 ‘더 즐겁자’ ‘더 행복하자’ 해서는 안된다. 더 즐거우면 더 괴로운 일이 생기고 더 행복하면 더 불행한 일이 생기는 이치를 알아야 한다. 그것이 불교임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똑바로 전법을 해야 한다. 그래야 스님들 스스로 품격이 높아지고 세간에서 존경을 받는다. 스님이 존경받는 세상이 돼야 불자가 늘고 출가자도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법문 이후에도 즉석에서 질의응답을 받기도 했는데, 위파사나 수행법에 관한 분명한 관점과 최근 종단의 조직개편이나 지방 승가대학의 제도적 보완에 관한 설명까지 상세하게 설명해 큰 박수를 받았다.

교육원장 범해스님이 격려사를 했다.
교육원장 범해스님이 격려사를 했다.

이에 앞서 교육원장 범해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운문사승가대학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으며 근래에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시대변화에 발맞춰가 있다”며 “이번 연수에서 종단 비구니 승가의 발전과 훌륭한 출가자 양성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여러 난제를 극복하는 뜻깊은 자리를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운문사승가대학 총동문회장 석우스님의 개회사도 눈길을 끌었다. 석우스님은 “10여년 전까지만도 운문도량은 250여명의 학인 스님들이 어른 스님과 강사 스님들을 모시고 입지발원(立志發願), 정진불퇴(精進不退), 유통교해(流通敎海)의 학훈을 가슴에 새기며 신심을 돋우고 뜨거운 경학 연마의 열기로 운문의 대도량을 가득 채웠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출가자의 감소로 인해 학인 스님들 역시 감소하고 있고 불조의 혜명을 잇고자 하는 전통의 계승과 유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이번 연수의 장에서 실천 가능한 좋은 의견들이 모여서 60회 졸업생을 배출한 유서 깊은 운문사승가대학이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모습으로 발전하여 오래도록 계승되고 모든 승가의 모범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발원한다”고 강조했다.

운문사승가대학 총동문회장 석우스님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운문사승가대학 총동문회장 석우스님이 개회사를 하는 모습.

본격적인 연수는 두 스님의 발제와 10개조로 편성된 스님들의 분과토론으로 진행됐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한국불교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첫 발제를 했다.

발제문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만반의 준비를 해온 덕문스님은 “1700년 한국불교의 자화상은 거목(巨木)인가 고목(古木)일 뿐인가 반문하면서 운문사 회주 명성스님이 ‘모든 일에 진실하라’고 강조한 ‘즉사이진(卽事而眞)’의 가르침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며 “한국불교와 조계종단은 변하는 시대에 올바로 대응하기 위해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덕문스님은 “조계종단은 한국사회와 인류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가져올 수 있는 혜안으로 명견만리(明見萬里)하고, 교계 내 모든 조직과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여 중지동천(衆志動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한국불교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알찬 내용의 발제를 했다.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은 '한국불교의 오늘과 내일'을 주제로 알찬 내용의 발제를 했다.

유발 하라리의 제언과 뉴욕타임즈 기사, 윤구병의 에세이집까지 참조하여 불교의 현재 가치와 나아갈 방향을 알기쉽게 제시한 덕문스님은 정치 경제 국제 사회 종교문화에 있어 2024 한국사회의 키워드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비구니 스님들이 현실을 바로볼 수 있도록 했다. 사찰공동화 현상과 승가공동체의 붕괴 현상을 신랄한 관점으로 설명했고 한국사회의 흐름과 불교의 현실도 진단했다. 스님은 “조계종단이 세상의 흐름과 교류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변화시키지 못하면 한국불교 1700년의 법력과 역사도 박물관의 유물로만 남을 것”이라며 “모든 조직과 인적자원을 총화·섭수할 수 있는 큰 그릇으로 시스템을 정비하고 한국사회와 인류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가져올 수 있는 깊이와 상상력을 갖춰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어 세원사 주지 정운스님은 ‘운문사의 위상과 그 역할을 생각하다’라는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했다. 중앙종회의원이자 운문승가대학 14기 출신인 정운스님은 ‘94년 교육개혁불사 이후 강원생활 변화와 교육변화’를 주제로 운문 도반들의 설문조사를 토대로 한 발제문이어서 눈길을 모았다. 정운스님에 따르면 운문승가대학은 1958년 혜련스님이 개설한 이래 1966년 묘엄스님, 1970년 명성스님이 강주와 주지로 운문사에 거주하면서 학인들을 교육했다. 스님은 또한 2024년 3월 현재 조계종 승려는 1만1379명으로 집계되는데 이 가운데 비구 5654명, 비구니 4965이며 비구니 스님 중 운문사승가대학 출신은 2099명에 달한다.

종회의원이자 운문강원 출신인 정운스님은 운문승가대학의 위상과 역할에 관한 발제를 했다.
종회의원이자 운문강원 출신인 정운스님은 운문승가대학의 위상과 역할에 관한 발제를 했다.

정운스님은 “94년 이전 강원생활은 화합승가를 우선으로 자급자족의 생활을 운력으로 했고 한 철에 한두번 후원에서 채공이나 공양주 소임을 맡았으며 붓글씨 꽃꽂이 외국어 등 정서함양을 위한 다양한 학문과 기예를 익힐 수 있었다”고 하면서 “승가교육기관은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한솥밥을 먹는 대중생활을 통해 개인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소통과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요즘 학인들은 공동생활을 상당히 불편해하고 운력이 많아서 공부할 시간이 없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경책의 필요성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한문이 어렵고 서당식 교육이 비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정운스님은 “전체적인 기본교육과 습의 등 종단 교육원의 지침에 따라 수행환경 목표를 재구성하여 시대에 걸맞는 옷을 입혀가는 것은 현장에 있는 교육자의 몫”이라고 피력했다.

정운스님이 실시한 설문조사도 주목된다. 미래 사회 운문사의 역할과 활동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물었다. 이에 대해 운문사가 과거에는 사미니 교육을 담당하는 승가교육 인재양성에 큰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강사 스님 등 고급인력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특색있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대사회적 소통과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특히 정운스님은 “자연친화적인 명상프로그램 개발로 현대인의 심신치유의 선도적 역할을 하고 비구니 스님을 위한 연수교육을 제공하고 경전 바탕 실천수행과 명상을 지도하는 방안 등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승가대학의 변화에 관해서도 “미래불교를 이끌 주역으로서 학인 스님들에게 출가의 목적과 긍지, 신심을 북돋우는 다양한 교육과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현실감 없는 교육방식과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다양한 경험을 체득할 수 있는 젊은 강사 스님들의 영입도 필요하며 기존 강사 스님들의 적극적 자기 개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사회복지, 교육, 전통수행 분야로 나누어 승가대학 졸업 후 바로 전법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전문인 양성이 필요하며, 명상지도자 사찰음식 스피치교육 등 전문적 교육 도입으로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커리큘럼의 변화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운스님은 운문사승가대학의 역사와 비구니 현황 등 많은 자료를 선보이면서 발표를 했다.
정운스님은 운문사승가대학의 역사와 비구니 현황 등 많은 자료를 선보이면서 발표를 했다.

운문사의 활성화 방안에 관한 대중공의도 공유했다. ‘운문사 비구니 승가공동체’ 구성이다. 이는 “출가자 감소로 인해 학인 스님으로만 운문사를 운영하기는 어려운 현실인 만큼 졸업생 스님을 중심으로 승가공동체를 구성하여 젊은 승가의 복지혜택을 확충하고 공동주거시설을 제공함으로써 승려노후복지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외에도 비구니 승가의 출가생활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관공서와 협약하여 지역주민 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등 운문사가 대중과 호흡하고 함께하는 도량으로 면모를 일신하는 방안 등이 제기됐다. 운문사공동체 회복을 위해 같은 지역 동문 스님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자비나눔 문화활동을 공유하고 분야별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전문성 있는 동문 스님들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결론적으로 운문사의 역할과 활동은 △명상프로그램 개발 및 유지 △템플스테이 운영 △교육의 변화 및 전문인 양성으로 꼽혔다. 운문사의 활성화 방안은 △명상센터 및 템플스테이 건립 및 운영 △한글불전 도입 △비구니승가공동체 및 복지혜택 부여 △동문유입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필요기관과의 업무협약 △단기출가학교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운문사 등이다. 운문사 공동체 회복을 위한 역할은 △동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 개발 △사회 지식 공유 △분야별 네트워크 구축 등이다.

끝으로 정운스님은 “지리산 화엄사는 홍매화 사진찍기 대회, 화엄사 요가대회, 화엄 문화제, 비건버거 출시, 모기장 영화음악회 등을 열고 있는데 이 경제적 가치는 약 82억원에 달한다”며 “운문사도 충분한 경제적 가치가 있는 만큼 원력을 내어 충분히 시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날 연수 입재식에는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해 많은 스님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교육원장 범해스님, 화엄사 주지 덕문스님, 사서실장 진경스님, 중앙박물관장 서봉스님, 재무부장 우하스님, 교육부장 덕림스님, 운문승가대학 3기 태연스님, 운문사 주지 진성스님. 운문사 율주 일진스님, 중앙종회의원 정운, 정관, 법해, 설해스님 등이 함께 했다.

연수는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비구니 스님 300여명이 가사와 장삼을 수하고 아침걷기명상을 할 예정이며 종합토론 후 연수회를 회향한다.

운문사승가대학사상 처음 열린 동문회 연수. 
운문사승가대학사상 처음 열린 동문회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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