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 만공대선사구휼송덕비 ‘사연’ 확인
경허록만공법어편찬위원회 신문기사 발굴

덕숭총림 수덕사 경내에 있는 '송만공대선사구휼송덕비'
덕숭총림 수덕사 경내에 있는 '송만공대선사구휼송덕비'

일제강점기 빈민과 이재민의 구휼에 기여한 만공선사를 기리는 송덕비가 재조명받고 있다.

덕숭총림 수덕사(주지 도신스님) 만공기념관 옆에 자리한 ‘송만공대선사구휼송덕비(宋滿空大禪師救恤頌德碑)’의 건립 사연이 이번에 확인된 것이다.

경허록만공법어편찬위원회(상임위원장 도신스님, 수덕사 주지)는 1931년 5월 27일자 <매일신보>에 “정혜사 만공선사가 덕산면 8개 리(里)의 우박으로 인한 재난구제를 위하여 백미 17석(260원)을 베풀었으며 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덕산면 8개 리 수백호의 가구들이 12전(錢)씩 모아 선사의 송덕비를 ‘덕산면 대동리 홍성통로’에 건립하는 중”이라는 기사를 확인했다. 편찬위원회 실무진들이 2월 29일 수덕사를 방문해 기사 내용에 등장하는 송덕비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비석 뒷면에 새겨진 신미년과, 비석을 보수한 부분에 가려진 글자와 마지막의 소화 6년은 모두 1931년을 나타낸다.

이 송덕비는 1999년 수덕사 인근 마을 주민들의 제보를 받은 정묵스님(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주경스님(현 수덕사성보박물관장, 중앙종회의장)이 수덕사로 옮겨온 것이다.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정묵스님은 “어떤 사람이 닭장 아래 묻힌 비석을 꺼내 달라는 꿈을 반복해서 꾼다는 이야기를 주민에게 전해들었다”면서 “그후 충의사(윤봉길 의사 기념관) 인근에서 깨진 상태로 묻혀있던 비석을 발견했다”고 회고했다. 만공선사 관련 비석임을 확인하고, 곧바로 수덕사로 옮기고 파손된 부분을 보수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송덕비의 완전한 판독은 어려운 상황이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문화재연구소 김민규 박사는 “고휘도(高輝度) 촬영을 통해 탁본하지 않고도 글자를 판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덕숭총림 수덕사 전 방장 설정스님은 “수덕사에는 만공선사 유훈을 받들어 사리를 수습하지 않는 특별한 전통이 있지만 후손들에게는 중요한 자료”라면서 “제대로 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2023년 6월 출범한 경허록만공법어편찬위원회는 경허·만공 선사와 관련된 자료들의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자료집 출간 등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경허록만공법어편찬위원회가 수덕사를 방문해 송덕비를 살펴보고 있다.
경허록만공법어편찬위원회가 수덕사를 방문해 송덕비를 살펴보고 있다.
 만공선사가 이재민 구제에 나선 사실을 보도한 1931년 5월 27일자 매일신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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