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의 템플스테이] 장성 백양사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정관스님이 요리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백양사 템플스테아 참가자들.
조계종 사찰음식 명장 정관스님이 요리하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백양사 템플스테아 참가자들.

외국인들이 김치로 잼을 만들어 먹는 시대다. 비빔밥(Bibimbap)은 이제 뉴욕의 명물이다. 한식(韓食)이 한류(韓流)의 중심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그리고 사찰음식은 해외가 열광하는 한식의 대표 주자다. 세계 3대 요리학교라는 르 꼬르동 블루는 오래전에 사찰음식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했다. 각국의 외교관과 기업인과 대학생들이 줄지어서 한국 사찰에 밥 먹으러 온다. 사찰음식은 생명체의 살점을 썰어 넣지 않았는데도 그 맛이 일품이다. 맛있고 건강한 데다 그 뜻이 평화적이고 거룩해서 다들 좋아한다.

정관스님은 사찰음식의 영향력에 힘입어 스타가 됐다. 넷플릭스의 요리 다큐멘터리 시리즈에 출연했다가 금속하게 유명세를 얻었다. 미국 요식업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상()을 받았고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인증한 사찰음식 명장(名匠)으로서 각종 미디어에서 사찰음식으로 포교한다. 조계종 제18교구본사 백양사의 산내암자 천진암에서 주말마다 사찰음식을 가르친다. 버섯을 씻고 나물을 무치는 비구니 스님의 손길 하나하나에 국내외가 들썩거린다.

정관스님의 사찰음식 수행

316일 토요일 백양사 템플스테이에 25명이 찾아왔다. 이튿날 천진암 올라갈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일단 당일 저녁 선()명상으로 들뜬 마음을 어루만졌다. ‘보일 시()홑 단().‘ 선이란 다른 것이 아니다.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동영상을 틀어주었는데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열심히 수련을 하는 무사(武士)에게 파리 한 마리가 달려들어 성가시게 했다. 무사는 뛰어난 검술로 파리를 두 동강 냈다. 끔찍함은 잠깐. 절단된 파리는 순식간에 부활했고 두 마리가 되어 앵앵거렸다. 베면 벨수록 늘어났다. 결국 포기해버린 칼잡이가 조용히 선정(禪定)에 들자 역설적으로 소란은 끝이 났다. 벌떼 같고 진드기 같던 파리들은 그림 속으로 들어가서는 빨간 매화꽃이 되었다. ’백양사 고불매처럼 아름답다,. 생각을 죽여야만 비로소 삶이 산다.

새벽예불과 아침공양을 마친 뒤 10분쯤 오르막길을 걸으면 천진암이다. 요리대가 차려진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한 명 빼고는 전부 여성이다. 장년 남성이 청일점이었는데 그것도 부인 데려다주러 온 것 같다. 남녀평등 사회라지만 여전히 요리는 여성의 전유물인 듯하다. 자연은 본래 거칠고 인간의 감수성이 스며야만 비로소 먹을 수 있는 것이 되는 법이니 그럴 만도 하다. 열에 예닐곱은 2030세대이고 열에 아홉은 오로지 정관스님을 직관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다. 인기를 실감했다. 정관스님 보려고 백양사에 세 번째 왔다는 자매들이 자기소개를 했다. 동료 사이로 짐작되는 재판연구원들이 연수 삼아 왔다. 현역 여군 장교도 있었다. 현직 요리사와 음식평론가들도 배우러 왔다. 정관스님을 섭외하려는 구청 직원도 답사를 왔다. 스님이 등장하자 모두가 연예인 대하는 눈빛들이다. 이런저런 식재료들도 본연의 빛깔로 빛났다. 굳이 먹지 않더라도, 그냥 보이는 것만으로도 나물은 존재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미움도 걱정도 먹어버렸다

참가자들이 실제로 요리를 해보지는 않는다. 그저 정관스님이 해주는 점심 한 끼를 맛있게 먹고 가는 프로그램이다. 스님은 사찰음식의 근원인 불교 강의부터 시작했다. 모든 생명은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구성된다. 땅에 의지하고, 물이 있어야 성장하며, 햇빛이 있어야 목숨을 지키고, 바람이 있어야 움직인다. 물이 없으면 말라 죽는데 그렇다고 너무 많으면 썩는다. 불교는 이렇듯 중도(中道)의 종교이고 사찰음식도 균형과 순환의 음식이다. 동물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식물이 들이마신다. 그 보답으로 다시 산소를 제공한다. 식물은 감각이 없는 무정물(無情物)이고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전제 아래 채식은 살생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먹어서 소화된 배설물들은 이 땅 어딘가에서 또 나고 자라다가 또 자신의 몸을 내어준다. 그러므로 이 세상엔 나쁜 것도 더러운 것도 애당초 존재할 수 없다. 밥은 똥에서 온다.

정관스님은 맛깔 나는 설명으로 피상적인 팬심을 그윽한 불심으로 승화시켰다. 그래도 맛이라는 건 중생이 좀처럼 거부할 수 없는 본능. 본격적으로 요리에 나서자 참가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요리대 앞으로 달려들었다. 끓는 물에 들기름을 두르고 표고버섯을 볶는다. 자체적으로 담근 찌개 간장을 넣는다. 시금치는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해 데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푹 삶아서 기를 꺾지 않으면 먹었을 때 우리 몸 안에 상처를 낸다. 요리사는 요리사대로 손님은 손님대로 바쁘다. 수첩에 핸드폰에 빽빽이 메모한다. 하지만 정관스님에겐 정해진 래시피가 없다. 그때그때 감에 따라 대충대충 주무르고 휘적이는 듯한데 하나하나가 진미다. 당신은 나는 천재인가 보다며 웃었다. 물론 농담이다. 집중과 반복만이 실력을 만든다. 극강의 미각에 도달하기 위해 무려 49일간 단식을 했던 경험도 들려줬다.

정관스님에겐 사찰음식을 만드는 것도 먹는 것도 수행이다. 부디 진정한 나를 찾길 바라는 마음이다. 푸지게 먹으면서 미움도 걱정도 본래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들기름 향이 코끝을 찌르며 피어나는데 어느새 음식이 완성돼 골고루 배분됐다. 환희와 감탄에 몸서리치는 오찬이었다. 비빔밥이 관세음보살이 될 수도 있었다. 누군가는 퇴사를 했고 누군가는 난임휴직 중이지만,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백양사 템플스테이

정관스님의 사찰음식 수행(체험형 12)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후 3. 정관스님의 사찰음식 강의 및 점심공양(백양사 천진암), ‘멈춤 비춤()명상 & 싱잉볼 테라피 등 사물(四物) 체험 등

 

멈춤 비춤 (휴식형 12)

예불 공양 포행 등 자율 참석

 

찾아가는 길

버스

서울 센트럴시티 정읍버스터미널 백양사행 버스(40분 소요). 백양사 정류장에서 백양사까지 걸어서 25분 소요. 정읍-백양사 택시 이용 시 비용 4만 원 정도.

KTX 용산역 정읍역

 

문의: (061)392-0434
예약: www.templest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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