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에 투영된 다른 이의 거대한 그림자에 현혹되지 말자. 그리고 눈과 귀를 내 안으로 돌려 하염없이 작아진 나의 목소리를 듣고 나를 사랑하자. 더불어 한 사람 한 사람, 귀한 이들이 사는 이 세상을 감사히 여기며 함께 살아가자.

이연수 유튜버 유니크맘 운영자
이연수 유튜버 유니크맘 운영자

“연설이란 ‘여러 사람 앞에서 자기의 주의나 주장 또는 의견을 진술함’이라고 네이버에 나와 있더라. 나는 긴 연설은 싫어한다”라며 7분 만에 말을 맺은 가수 이효리의 국민대 졸업식 축사가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한때 연설의 길이가 연설자의 권위를 나타내던 시절이 있었다. 70년대에는 매주 월요일 아침,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1시간씩 조회를 했다. 조회는 국기에 대한 맹세, 애국가 제창 그리고 교장선생님 말씀으로 이어졌고 그후 교내 공지사항 전달, 교가 제창으로 끝났다. 눈비가 오지 않는 한 조회는 매주 있었다. 그래서 더운 여름날에는 학생들이 교장선생님 말씀을 듣다 운동장 바닥에 픽픽 쓰러지는 일이 다반사였고 겨울에는 바들바들 떨며 그 시간을 버텨야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에 순종하라는 당부, 열심히 공부하라는 강요, 법을 안 지키면 벌을 받는다는 협박이 담긴 교장선생님 말씀은 우리들 귀에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나이가 들며 덥고 추운 날 운동장에 우리를 세워두는 학교 방침에 반발심이 일었다.

연사가 대중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연설이다. 연사는 청중이 자신의 말을 귀담아듣기 원한다. 그러나 그런 연설은 연사가 연단을 내려오는 순간 대부분 잊혀진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은 강요 섞인 조언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사 때마다 식순에 ○○○ 말씀이 들어가 있다. 국민대 졸업식에도 그래서 졸업생 대표로 가수 이효리가 연단에 올랐을 것이다. 그녀는 연예계에서 성공이라는 것도 이뤘고 자기 주장도 확실한 스타이다. 그런 그녀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졸업생들에게 “너는 너이고 나는 나이니 남의 이야기는 듣지 마라. 장황하게 이야기 늘어놓는 사람보다 열심히 삶을 살아가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의 모습이 더 와 닿았다. 남의 말 보다는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왜냐하면 자기를 가장 사랑하는 건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내가 한 말도 듣지 말아라”라고 말했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을 것이다.

사실 나를 가장 잘 아는 건 나 자신이다. 나의 성향도 나의 습관도 나의 은밀한 속내도 내가 제일 잘 안다. 그러나 눈과 귀가 밖으로만 향하면 나의 모습은 잊혀지고 외부에서 들어온 남의 모습만이 남게 된다. 그러나 그 모습은 진짜가 아니고 내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이의 부풀려진 그림자와 내 안에 오그라든 나 자신을 비교하며 좌절한다. 그렇게 나의 행복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린다.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장아함경>에는 이런 말이 있다. “세상에 세 가지 헛된 가르침이 있다. 사람의 운명은 정해졌다거나 신의 뜻이라거나 모든 것에는 아무런 원인이 없다는 것, 이 세 가지이다.”

“나는 신의 뜻에 따라 정해진 운명대로 사는 거야. 원인은 없어. 아! 이번 생은 망했어!” 부처님께서는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을 맹귀우목(盲龜遇木)에 비유할 만큼 어렵다고 하셨다. 이렇게 어렵게 받은 인생이니 행복하게 살아보자. 먼저 스크린에 투영된 다른 이의 거대한 그림자에 현혹되지 말자. 그리고 눈과 귀를 내 안으로 돌려 하염없이 작아진 나의 목소리를 듣고 나를 사랑하자. 더불어 한 사람 한 사람, 귀한 이들이 사는 이 세상을 감사히 여기며 함께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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