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총무원장 스님 예방
“지난해 사사분기 출산율이 0.65명, 국가공동체 위기 수준"

총무원장 스님 "요즘 아이들 눈 뜨자마자 경쟁, 등위 매겨져
인성교육의 부재가 저출산, 묻지마 범죄, 자살률 증가로 표출
어릴 때부터 인간에 대한 존엄성, 가족에 대한 애정 배워서
결혼과 출산을 두려움과 부담으로 여기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저출산 문제 해소를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인성, 심성 교육을 통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개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월 28일 예방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인성, 심성 교육을 통한 결혼과 출산의 인식개선을 당부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2월 28일 예방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인성, 심성 교육을 통한 결혼과 출산의 인식개선을 당부하고 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2월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접견실에서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예방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사회부장 도심스님,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묘장스님이 배석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범정부적 차원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부총리급 상근직으로 격상시키고, 주형환 부위원장은 새롭게 임명했다. 주 부위원장은 “지난해 사사분기 출산율이 0.65명으로 떨어져, 저출산 문제를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총무원장 스님에게 저출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지혜를 청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저출산 문제가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러 하루 아침에 뚝딱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장기 계획을 세워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근대역사를 보면, 일제강점기를 지나 6.25를 거쳐 산업발전을 통해 급속히 경제성장을 했다. 스님은 그 과정에서 벌어진 사회적 변화와 민족의 정신 문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달라지는 것은 물론 경쟁사회에 접어들면서 전반적으로 여유가 없어졌다”며 “미래에 대한 불투명이 불안심리와 연결돼 결혼연령이 늦어지고 비혼도 증가한다. 결혼했다고 해도 자녀교육 문제나 내 자녀가 경쟁을 뚫고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복합적으로 점철돼 있어서, 저출산 문제를 야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 비해 인간에 대한 애정, 부모 자식간 애정이 희석된 것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인성 및 심성을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요즘 아이들은 눈 뜨면서부터 경쟁을 시작하는데, 등위를 매기는 교육을 하다 보니 인성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인성교육의 부재는 저출산 문제와 함께 묻지마 범죄, 높은 자살률 등 사회적 악재로 나타났다”고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스님은 “인간에 대한 존엄성, 가족에 대한 애정을 가르쳐 교류, 교감을 통해 행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며 “남이 없으면 내가 없고, 남의 행복이 내 행복과 연결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심성 공식을 일러주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스님은 “암기 위주의 성적으로 등위를 매길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선행, 봉사를 하는 것으로 점수를 매겨 그 사람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야 제대로 된 심성을 갖출 수 있다”며 “그런 가운데 불안한 심리를 해소해주면 결혼도 하려고 하고, 아이도 빨리 낳으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총무원장 스님은 종교인의 역할도 강조하며 “조계종도 선명상을 만들어 국민에게 보급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스님은 “물질이 아무리 풍요로워도, 경쟁심이 생기면 상대적으로 비교하기 때문에 안정된 상태가 아니다. 즉 풍요로운 물질, 문명 발달로만 인간은 행복할 수 없다”며 “즐거움, 기쁨, 행복을 느끼는 것은 결국 우리 힘이고 마음이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부도 장기적 해결법을 찾아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종교계 도움의 절실함을 호소하는 주 부위원장. 
종교계 도움의 절실함을 호소하는 주 부위원장. 

주 부위원장은 “복합적인 문제라서 하루아침에 해소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청년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요인, 일자리, 주거, 양육, 교육, 보육문제를 없애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경쟁이 심각한 사회인데, 인성, 심성 측면에서 가족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가 팽배해지고 교육과정이나 입시로 더 심화되는 추세라 가장 근간이 되는 인성, 심성을 키우고자 한다”며 “선명상을 통해 불안을 없애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하며, 인성 심성교육 등을 펴나가는 데 있어 종교계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이가 행복으로 다가와야 하는데 비용이자 부담으로 다가가는 인식이 있어 아쉽다”며 “양육 부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여 공동체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데 정부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출생 문제는 우리 공동체 존망과 연결돼 있어 당장은 교육계에서 느끼지만 곧 산업현장에서 노동 인력을 구하지 못해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종교계에서도 힘을 보태 문제 해결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사회부장 도심스님,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묘장스님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예방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사회부장 도심스님,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묘장스님과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예방을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묘장스님은 “복지재단이 진행하는 만남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문의가 수천 건으로, 청년들이 인연을 맺는 것에 대해 관심 있고 적극적이기도 하다”며 “청년들 문제를 살펴주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 부위원장은 “OECD 출산율이 1.58명으로 우리나라는 절반도 이르지 못하는 수치”라고 설명하며 “1965년 평균 5자녀, 1980년에는 2명이 됐고, 지난 사사분기에 0.65명으로 이 속도면 공동체 위기”라고 우려했다.

진우스님은 대표의장을 맡고 있는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와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등 종교인들이 저출산 등 사회 난제를 해소할 대안 제시를 하겠다며 국가 위기 해소에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도 발 벗고 나서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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