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달자 논설위원ㆍ시인
신달자 논설위원ㆍ시인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소리, 우와 악 쏟아지는 폭포소리 그리고 바다 끝의 하얀 포말의 파도소리, 조금은 과하게 줄줄줄 흐르는 봄비소리, 가을이 올 때의 보시시한 밤 발자국소리, 멀리서 바람이 바람과 수군거리는 낙엽들의 소리 소리.

첫새벽 하얀 나라의 눈 세상을 처음으로 내 느끼며 바람결을 만들어 내는 댓잎소리. 세상엔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소리 소리들이 존재한다. 내 문학의 출발점에서 강력하게 소리에 집중했던 시절 저 소리를 풀면 바로 시가 되겠다하던 소리들이다.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를 능가하는 완연 시가 되는 그런 ‘소리’에 쏠려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나에겐 그리우면서 그립지 않은 ‘소리’가 있다. 내가 시인이 된다면 반드시 풀어야 하는 소리라고 나는 단정하고 있었던 한소쿠리에 가득한 이야기 소리.

고등학교 시절 방학이 되어 고향집에 갔을 때다 나는 지쳐 잠이 들었다 잠시 깨었는데 창밖으로 아련히 빗소리가 들렸고 ‘비가 오나?’ 그리고 다시 잠이 들려는 순간 마루건너 어머니 방에서 야릇한 소리가 들려왔다.

혼잣말 소리인 게 틀림없다. 강약 그리고 리듬이 있는 말.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는 안 볼끼다…. 속이 백 번도 터져 줄줄줄 다 흘러가버렸다. 이 밤 탁 죽어 삐리면 좋겠다.” 그리고 그 말이 그치면 흐흐 흑.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미 내 방을 나와 어머니 방문 앞에서 엿듣고 있었던 것. 그 소리는 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이미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었을 때 비가 오는 어느 날 밤에 바로 그 소리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엄마!” 하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그 시절 왜 엄마에게 그게 다 무슨 소리인지 묻지 않았을까. 나는 흐느끼면서 그 시절 엄마가 되어 있었다.

그 밤의 엄마소리를 이해하는 일이 내 문학의 숙제라고 나는 오늘도 그 소리를 귀 기울이며 생각한다. 시는 모든 예술은 이 소리를 풀어 가는 일일 것이다 법문을 이해하는 일일 것이다.

[불교신문 3810호/ 2024년 3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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