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죽 장사로 나섰다. 그가 이번에는 대동강 물이 아닌 죽을 팔려고 장터에 나선데는 이런 사연이 있다.

새벽에 이웃에 사는 할매가 김선달을 찾아왔다. 무슨 급한 일인데 이 새벽에 자기를 찾아왔는가 궁금해 할매에게 물었다. “할머니 어쩐 일이시오? 이른 새벽에 허겁지겁 나르 왜 찾으시오?” 할매는 숨을 몰아쉬며 “선달님, 이를 어쩝니까? 나 좀 도와주시오.”

사연인즉 이렇다. 할매가 나오는 장날에 내다 팔려고 엊저녁에 죽을 쑥어 부뚜막에 얹어놓았다. 근데 새벽에 일어나 죽을 한 술 떠먹어보니 이상했다. 약간 쉰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큰일이었다. 이리되면 오늘 죽 장사는 허탕이 되는 것이 아닌가. 누가 쉰 죽을 사 먹겠나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래서 꾀주머니 김선달에게 달려와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할머니, 그 죽 항아리 들고 나를 따르시오. 장에 갑시다. 내가 어떻게든 죽을 팔아드릴테니까요.”

이리하여 장에 나와 터를 잡은 김선달은 죽 항아리 곁에서 쭈그리고 앉은 할매 앞에 서서 큰소리로 외쳐댔다. “죽 사시오. 따끈따끈한 죽 한 그릇 드셔보세요. 이 죽은 다른 죽과 그 맛이 다른 한방죽이요. 온갖 약재를 넣어 푸욱 끊인 죽이요. 드셔보세요. 그 맛이 여태까지 못 먹어본 것이고요. 몸에는 엄청 좋은 보약죽이라오. 십전대보탕도 이 죽을 못 따라 오는 겁니다. 자! 자! 어서 한번 맛보세요.”

봉이 김선달이 고함치며 떠벌리고 있으니 사람들이 기웃기웃했다. “그거 어디 한번 줘 보시오. 맛이 어떤가 먹어봅시다.” “여보시오! 이 죽 맛이 왜 이래요? 쉰 냄새가 나지 않소? 당신, 어디서 쉰 죽을 가져와 사람을 놀리시는거요?”

사람들이 이처럼 몰아세우자 김선달이 큰소리로 응대했다. “예! 쉰 맛이 나지요. 그게 바로 한약재가 듬뿍 들어있다는 증좌요. 그러니 십전대보탕보다 낫다고 하지 않았소. 값도 싸게 드릴테니 많이들 사 잡수세요.”

우리의 봉이 김선달 이렇게 또 한 건 했단다. 이런 얘기를 만들어 낸 우리 옛 어른의 마음씨가 한겨울 매서운 찬바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진두│논설위원
이진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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