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 하나고 고3수험생 대상으로
‘자연을 담은 사찰음식 비건체험’ 행사 열어
조계종 사찰음식명장 계호스님 직접 강의
주지 법해스님도 “지혜와 자비로운 삶” 강조

하나고등학교 수험생 200여명이 11월28일 진관사 함월당에 모여서 사찰음식으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하나고등학교 수험생 100여명이 11월28일 진관사 함월당에 모여서 사찰음식으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 ‘하나고’ 수험생 여러분! 한자로 ‘행복 복(福)’자가 무슨 뜻일까요? 하나(一)의 입(口)으로 먹을 밭(田)만 보이면(示) 그것이 행복이랍니다. 너무 멀리에 큰 행복이 있다고 좇기보다, 만족하며 행복하길 바랍니다.”

11월28일 서울 진관사(주지 법해스님) 함월당이 진관사 인근 자율형사립고 하나고등학교 고3 수험생 1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진관사 회주 계호스님(조계종 사찰음식명장)은 이들에게 ‘자연을 담은 사찰음식 비건체험’을 손수 지도하기 위해 수험생 앞에 섰다. 수능시험을 마치고 아직 논술시험이나 면접을 앞둔 아이들도 많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홀가분한 마음가짐으로 오랜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취하는 듯 행복해보였다.

계호스님은 환하게 웃으면서도 진지한 표정으로 아이들과 눈을 맞췄다. 정적이 돌았다. “이런 날씨에는 뭐가 먹고 싶으세요?” “…” 아이들은 큰스님의 입장과 동시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계호스님 특유의 편안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유머러스한 질문들로 분위기는 금세 녹아내렸다. “여러분, 사찰음식은 수학공식과 같지요?” 스님의 ‘유도질문’에 낚인 아이들은 별생각없이 “예~”라고 목놓아 외쳤다. 스님은 이어서 짧지만 긴 여운이 담긴 명강의를 이어갔다.

“땡! 틀렸습니다. 사찰음식은 수학공식과 절대 같지 않습니다. 머리로 계산해서 기술적으로 만드는 요리는 사찰음식이 아닙니다. 사찰음식의 최고양념은 바로 ‘마음’입니다. 조급하지도 게으르지도 않고, 마음가짐을 잘 조절하면서 마음씀씀이를 잘 써야 좋은 음식이 나옵니다. 식재료를 잘 분리해서 만들어내는 이치가 지혜라면, 음식으로 짓는 아름다운 공덕이 자비입니다. 사찰음식 산사음식은 지혜와 자비가 깃들어야 합니다. 이제 수능을 마친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가서 품위있고 인격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혜력과 자비심을 갖춰야 합니다. 지혜와 자비를 갖추는 멋진 인간이 되기 위해 우리는 지금까지 공부를 한 것이고 앞으로도 끝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 날 하나고 수험생들과 진관사 스님들이 합작으로 만든 사찰음식은 ‘두부김밥’이다. 처음 이름만 들었을 때는 시시하다는 표정이었던 아이들이 직접 제손으로 김밥을 말아서 썰어서 한 입 맛을 보더니 눈이 번쩍하듯 저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다. 조림장 두부에 당근 시금치 새송이버섯장아찌와 무말랭이로 어우러진 두부김밥 만들기 경쟁에 나선 하나고 3학년1반 2반 4반 7반 아이들은 각각의 ‘담임스님’들에 의지하면서 참여열을 불태웠고, 여기에 조계성 하나고 교장선생님 이하 고3 담임선생님들까지 가세해 함월당은 치열한 ‘음식대국의 장’으로 돌변했다.

태어나서 처음 김밥을 만들어본다는 장원용 군은 “엄마가 싸주실 때는 이렇게 힘든 과정인줄 몰랐다”며 “자연을 살린 김밥재료가 들어가서인지 맛이 일품이고 스님들 도움을 받긴 했지만 내 손으로 김밥을 만들었다니 뿌듯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밥을 말고나서 도마위에 놓고 써는 과정에서 김밥옆구리가 터지는 사례도 빈번했다. 김밥을 너무나 곱고 이쁘게 썰어내서 칭찬을 받은 장진영 양은 “저에게 이런 소질이 있는지 몰랐다”며 “집에 가서 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심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맨 뒤에 앉아서 스님들의 강의에 큰 호응을 해주는 등 리엑션왕으로 상품을 받은 김지민 군은 “고3까지 살아오면서 전국의 모든 김밥 체인점에서 숱하게 김밥을 먹어봤지만 오늘 먹은 '진관사 김밥'이 생애 최고 가장 풍미가 깊고 맛있었다”고 소감을 말해 친구들로부터 환호를 받았다. 

아이들 속에서 직접 김밥을 만들면서 동참한 조계성 교장은 “수능을 마친 이 무렵이 아이들에겐 가장 어수선하고 애매한 시간들인데, 처음으로 이 곳 진관사에 와서 스님들과 이처럼 평생 남게 될 의미있는 추억을 만들에 되어 감사하다”며 “오늘의 행복한 마음을 잘 간직하여 아이들 미래에 큰 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관사 주지 법해스님은 체험행사를 마치면서 뜻깊은 법문으로 수험생들에게 위안과 행복을 전했다. “여러분은 오늘 한 줄의 김밥으로 인생을 배웠습니다. 김밥의 맛과 멋은 ‘조화’입니다. 밥알 하나에도 마음이 깃들어 있고 반찬을 조화롭게 잘 썼을 때야 비로소 좋은 맛이 납니다. 수능공부 하느라 너무나 애쓴 여러분은 졸업을 하더라도 친구들과 더불어 세상의 등불이 되어 건강하고 향기롭게 살아가길 바랍니다. 여러분 뒤에 진관사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 날 행사에서 하나고 학생들은 진관사 도량을 돌아보면서 명상과 포행도 체험했고 진관사에서 지화전시를 관람하고 진관사 태극기를 친견했다. 민일영  전 대법관과 정진아  서울중앙지법 판사 등도 참석해 수능을 마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의미있는 시간했다.

수험생들에게 직접 사찰음식을 지도하는 진관사 회주 계호스님.
수험생들에게 직접 사찰음식을 지도하는 진관사 회주 계호스님.
사찰음식명장 계호스님은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잘 가르쳐주기 위한 정성과 열정으로 이 날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사찰음식명장 계호스님은 아이들에게 하나라도 잘 가르쳐주기 위한 정성과 열정으로 이 날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합장주를 손목에 걸어주는 계호스님.
합장주를 손목에 걸어주는 계호스님.
진관사 주지 법해스님은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행사를 치렀다. 오른쪽은 조계성 하나고 교장.
진관사 주지 법해스님은 앞치마를 두르고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행사를 치렀다. 오른쪽은 조계성 하나고 교장.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문화체험을 이끄는 진관사 총무 선우스님.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면서 문화체험을 이끄는 진관사 총무 선우스님.
먹음직스럽게 김밥을 썰어 맛보는 수험생.
먹음직스럽게 김밥을 썰어 맛보는 수험생.
김밥썰기가 가장 아이들에게 난이도가 높았다. 스님 앞에서 지도받는 남학생.
김밥썰기가 가장 아이들에게 난이도가 높았다. 스님 앞에서 지도받는 남학생.
프로수준으로 김밥썰기에 나선 여학생.
프로수준으로 김밥썰기에 나선 여학생.
민일영 전 대법관과 정진아 서울중앙지법 판사도 이 날 행사에 참석해 수능을 마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민일영 전 대법관과 정진아 서울중앙지법 판사도 이 날 행사에 참석해 수능을 마친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손수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보인 계호스님.
손수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선보인 계호스님.
아이들 눈높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전해준 진관사 주지 법해스님.
아이들 눈높이에서 즐거운 시간을 전해준 진관사 주지 법해스님.
행복 복자를 미나리로 쓴 음식으로 복자의 참뜻을 설명하는 계호스님.
행복 복자를 미나리로 쓴 음식으로 복자의 참뜻을 설명하는 계호스님.
교사들도 제자들과 함께 김밥을 싸서 썰었다.
교사들도 제자들과 함께 김밥을 싸서 썰었다.
맛있는 김밥으로 '인정'받은 팀 대표 학생이 선물을 증정받았다.
맛있는 김밥으로 '인정'받은 팀 대표 학생이 선물을 증정받았다.
김밥맛을 '평가'하는 스님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모습.
김밥맛을 '평가'하는 스님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는 모습.
카메라에 자신을 담아달라며 포즈를 취하는 남학생.
카메라에 자신을 담아달라며 포즈를 취하는 남학생.
교실에서는 위엄있는 영어선생님도 김밥말기에서는 제자들만 못하다.
교실에서는 위엄있는 영어선생님도 김밥말기에서는 제자들만 못하다.
훗날 이 아이들은 사회의 인재로 나아가 진관사에서의 오늘 하루가 귀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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