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스님 대불련 회원과 일문일답
행복만 추구하다 보면 불행 따라와
고락의 질량은 불변, 분별 내려놓고
명상하고 참선해서 편안함 얻어야
연기법, 인과법 이해하면 삶 평안해져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유정현 대불련 회장과 함께 청년불자들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유정현 대불련 회장과 함께 청년불자들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이 대학생 불자들과 만나 삶이 편안해지는 비법을 일러줬다. 총무원장 스님은 8월6일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가 공주 한국문화연수원에서 개최한 대불련 영부디스트캠프에 참석해 청년불자들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총무원장 진우스님과의 만남-스님이 알려주는 확실한 행복’을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서 진우스님은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인 연기법과 인과법, 중도법에 대해 설했다. 또 스님은 “인과법에 따라 행복은 불행이란 대가를 치러야하기 때문에 행복을 추구하는 대신 평안함을 얻으려 해야 한다”며 “청년 불자들이 평안함이 어떻게 오는지, 행복과 불행이 어떻게 오는지 알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라며 부처님 가르침을 이해한 후 삶을 해답을 찾아보라고 당부했다.

이날 총무원장 스님은 유정현 대불련 중앙회장과 함께 회원들이 사전에 제출한 질문 가운데 몇 가지를 선정해 답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청년불자들은 이날 총무원장 스님에게 출가의 계기와 출가하면 좋은 점, 출가자로서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게 무엇인지 궁금해 했다. 또 가족으로부터 비롯된 괴로움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부처님 가르침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 불교 대중화와 함께 필연되는 본질 왜곡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 나가야되는지 등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대학생 불자들의 갖는 의문에 대해 연기와 인과법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대불련 회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설명하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대불련 회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설명하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총무원장 스님 강연을 경청하는 대불련 회원들.
총무원장 스님 강연을 경청하는 대불련 회원들.

Q: 출가하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 출가하면 걱정거리가 준다. 연애할 걱정, 결혼할 걱정도 없고, 자식 낳아서 어떻게 가르칠 걱정도 없다. 근심 걱정이 사라진다. 그리고 나만 잘하면 된다. 더 좋은 점은 인간으로 살면서 많은 생각을 하는데,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저는 처음 출가할 때는 내 의지는 아니었고, 재출가 할 때는 부처님 연기법과 인과법을 이해하고 ‘대박’이란 생각으로 출가해서 그때부터는 즐거웠다. 지혜를 알게 되니 걱정근심이 사라지고, 모든 일에 충분히 납득하게 되고 기분 나쁜 일이 별로 없다.

Q: “대학생들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데, 심적으로 힘들 때 할만한 명상법이나 수행법은 무엇인가요.”

A: 출가자를 수행자라고 하는데, 무엇을 수행하냐면 감정을 어떻게 콘트롤 하느냐이다. 스스로 감정을 잘 콘트롤 해서 스스로 편안해지고자 하는 것이다. 청년들이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욕심이 많아서다. 다 비우고 케세라세라 하면 겁날 게 없다.

스트레스가 많다면 스스로를 돌아보라. 모든 것은 필연적인 결과이다. 내가 완전히 납득하긴 어렵지만, 내가 원하는 게 있는데 잘 안되니까 스트레스를 받고 기분이 나쁜 것이다. 원하는 것에 대한 기대를 조금 낮추는 것이 좋겠다. 올라가면 내려가는 게 세상 이치이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괴로움이 있으면 즐거움이 있다. 계속 반복되는 현상에 대해 불안함, 기대감을 턱 하고 과감하게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백척간두 진일보’라는 말이 있다. 백척 높이 절벽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면 물리적으로 죽음일 수밖에 없다. 내가 설사 나락으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게 남아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염려는 하지 말라. 연기법에 ‘쿨’ 하게 맡기자. 부처님한테 맡기는 것이고 일정의 기도이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안그러면 여러분만 고달프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간다. 불안하고 안절부절, 애타는 마음만 잠재우면 반드시 시절인연이 온다는 믿음이 중요하다. 그것을 불교에서 신심이라고 한다. 청년들도 쿨하게 생각해보자.

진지하게 총무원장 스님 말씀을 듣는 청년들.
진지하게 총무원장 스님 말씀을 듣는 청년들.
동아리 운영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는 대불련 회원.
동아리 운영의 방향성에 대해 질문하는 대불련 회원.
인과에 따르면 기쁨을 자제해야 하느지 묻는 청년불자.
인과에 따르면 기쁨을 자제해야 하느지 묻는 청년불자.

Q: “총무원장 스님은 무엇을 위해 살고, 세상에 남기고 싶은 게 있나요?”

A: 내 안에 있는 업을 없애야 한다. 즐거움과 행복과 꿈을 추구하려는 것을 불교에서는 탐진치라고 한다. 탐욕과 성냄, 쓸데 없는 생각의 삼독심에 의해 불행이 생기고 괴로움이 생긴다. 즐거움을 얻은만큼 괴로움이 생기듯, 즐거움이 즐거움이 아니다.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 이걸 먼저 납득해야 한다. 거기서 괴로움이 나오기 때문에 이 업을 없애야 한다. 저라고 기분 나쁜 일이 없겠나. 그럴 때마다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업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쿨하게 내려놓는 것 그것을 불교에서는 방하착이라고 하는데, 내려놓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한다. 내 스스로 괴로움을 없애는 게 살아가는 목표이다.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감정을 완전히 없앨 수 없다. 반복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지, 과거에 있던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게 아뢰야식 속에 잠재돼 있어 계속 이어진다. 지금 이 몸으로 태어난 생에서 그걸 극복해야 한다. 열반이 돼야 죽어서라도 그런 괴로움이 없어진다.

그러기 위해 살아가고, 그 모습을 보고 모든 사람이 ‘저러면 진짜 괴로움이 없어지는 구나’ 하고 느꼈으면 한다. 제 자취가 어떻게 남을 지는 모르겠지만, 괴로움 없애는 방법을 다음 세대,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내 모습을 보고 여러분의 괴로움이 사라지길 바란다.

Q: “대학생들이 괴로움 극복하기 위한 수행방법은 무엇인가요.”

A: 연기법과 인과법을 잊지 않고 깨어있는 게 중요하다.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임을 알고 마음에 둘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소비하지 말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그래도 기분 나쁜 일이 있다면, 그게 내 업이고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참아내고, 사라질 수 있게 하는 것을 화두로 삼아야 한다.

사실 잘 안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수행을 한다. 좌선하기가 쉽지 않지만, 절을 할 수 있고, 옛날에는 염불도 많이 하고, 경전을 많이 읽기도 한다. 요즘 템플스테이에서 멍때리기도 하는데 그건 것도 도움이 된다. 스스로 감정을 추스르는게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지혜가 생길 수 있다.

Q: “스님 명상을 하면 계속 잠이 옵니다. 잠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잠이 오는 건 당연하다. 몸을 고요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있다 보면 수마라고 해서 잠이 온다. 스님들도 수마에 시달린다. 수마는 극복하기 사실 쉽지 않다. 잠이 오면 처음엔 잠을 자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화두 명상이 최고이긴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차라리 인과에 대해 생각하거나 연기법에 대해 생각하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깨어있게 되고 감정을 다스릴 수 있게 된다.

Q: “삶에서 중요한 과제 하나가 해소되었다 하면 또 새로운 과제가 밀려들어 오는데 저는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가 고갈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에너지가 고갈됐다고 함은 원래 가진 힘이 약할 수도 있고, 힘이 생기지 않는 인과의 시간일 수도 있다. 본래 가지고 있는 힘이 약하다고 하면 신세한탄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여러분한테 공부하라고 하는 것이다. 제가 설명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면, 에너지 고갈될 시간이 되었구나 하고 스스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도 이해가 될 것이다. 차라리 쉬는 시간, 재충전 되기 위한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포기할 필요 없다. 다시 재기할 시간이 반드시 온다. 좋은 것이 좋은 게 아니듯, 나쁜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질의응답에 앞서 강연하는 총무원장 스님.
질의응답에 앞서 강연하는 총무원장 스님.
영캠프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이 총무원장 스님 법문을 듣고 있다.
영캠프에 참여한 외국인 학생이 총무원장 스님 법문을 듣고 있다.

Q: “삶에 고통이 느껴지는 데 그 근원이 가족에게 있다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나요.”

A: 세상은 원인과 결과가 서로 반복 공존한다. 부모가 자식한테 뭘 잘못해서 자식이 고통을 느낀다면, 부모가 자식한테 잘못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이 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어릴 때 특정한 사건 사고에 의한 트라우마나로 말이나 행동이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 부분만 보면 맞을 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태어날 때 타고난 성품, 생김새 등에 의함도 있다. 부모와 자식 간은 비슷한 카르마를 갖고 있다. 그래서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말이다. 이미 씨앗을 가지고 태어나, 씨앗이 자라서 인생에서 자신의 모습이 드러난다.

부모가 잘못했다는 본인 주장은 단면만 보는 것이다. 자신이나 부모나 과거 생에 타고나서, 그 시간에 부모자식간 충돌하거나 잘못하는 게 연기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단순하게 부모가 나에게 잘못해서, 내가 괴롭다고 하면 본인이 괴로움에서 탈출할 길이 없다. 오히려 더 괴로워질 뿐이다. 부모라도 나에게는 대상이다. 내가 기분 나쁜 업이 없으면 부모가 기분 나쁜 업을 하더라고 기분 나쁘지 않다. 그것은 부처님 선상에서 하는 이야기고 사실 중생에게는 어렵다. 최소한 겪을 걸 겪어야 하고, 겪으면서 자기 의지가 발동이 된다. 그때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좋은 스승, 좋은 책을 보고 깨닫는다던가 풀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스스로 출구를 찾아내, 자기 괴로움을 잠재울 힘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스스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가 억울한 일이 있는데, 부모탓 형제탓 사회탓 해봐야 기분나쁜 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럴 때는 반드시 힘을 길러야 한다. 세상을 보는 눈과 귀, 육식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감정콘트롤 하는 인과법 알아야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다.

Q: “재가불자로서 출가하여 군종법사로 활동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것과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군법사 지원이 많지 않아 종단은 최근 법을 개정했다. 청소년, 청년 출가자의 경우 종립대학에 재학하면 등록금과 학비가 지원되고, 군종법사가 되려고 한다면 종단에서 수행지원금이 지급된다. 군종법사로 군복무를 마치고도 뜻이 있다면 출가자로 계속 살면 된다. 남학생 뿐만 아니라 여학생도 군종법사 지원이 가능하다.

Q: “불교가 대중들과 더 가까워져 많아진다면 정말 기뻐해야 할 일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불교의 본질이라고 봐야 할 수행, 고요함에서 멀어지는 것만 같아 걱정되기도 합니다. 혹시 스님은 앞으로 불교가 어떤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불교는 대중과 더 가까워져야 한다. 현대인의 언어와 문화에 맞게 불교를 전한다고 해도, 부처님 가르침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어떤 것을 보고 듣더라도 스스로 마음이 평안하면 된다. 어차피 태풍불 땐 태풍이 불고, 전쟁이 일어날 땐 일어난다. 그게 사바세계 현상의 모습이다. 거기에 내가 좋다 나쁘다는 가치를 부여하면 나만 힘들다. 그런 스스로 현상에 벗어나는 게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내가 평안함으로써 남도 평안할 수 있다. 나와 남이 함께 부처가 된다는 의미에서 대중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고유의 고요함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Q: “단순히 종교의 존속 이외에 청년 불자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세상이 중심이 청년이라고 생각해서다. 청년들이 머리도 좋고 힘도 세고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다. 신선하다. 행복은 불행이란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저는 행복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평안함을 말하겠다.

청년 불자들이 평안함이 어떻게 오는지, 행복과 불행이 어떻게 오는지 알면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지 나온다. 그렇게 판단하지 못하는 것은 인과법을 모른다는 얘기다. 인과법을 잘 알면 내가 무슨 생각하고 행동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신구의 삼업이 오염되지 않고 깨끗해지면 그때는 지혜가 나온다. 머리가 팽팽 돌아가는 청년 시절에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알아야 한다. 본인이 스스로 구제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지금이니 이런 원리를 체득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바란다. 스스로 내공을 기르고 힘을 기르면 그때는 자신감 뿜뿜이다. 내가 이렇게 해도 되고 저렇게 해도 된다.

법문하는 총무원장 스님.
법문하는 총무원장 스님.
스님의 답변을 들으며 즐거워하는 학생들.
스님의 답변을 들으며 즐거워하는 학생들.

Q: “기쁘다는 업이 생겨서 괴로움이 온다고 한 스님 말씀을 듣다 보니 기쁨을 자제하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A: 새옹지마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따라오니 크게 기뻐하거나 슬퍼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제 말씀 또한 즐거울 때 즐거워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즐길 수 있으나, 반대로 괴로울 때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괴로움을 온통 느껴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괴로움을 느끼지 않는 게 좋은데, 그러려면 괴로울 때 이것은 즐거움에서 온 인과의 업보라고 생각하면 괴로움이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즐거울 때 굉장히 즐겁지만 금방 사라져 어떤 때는 허탈할 때도 있다. 그 대가가 금방 온다. 즐겁다고 해서 오두방정 떨면서 즐거워 할 이유가 없다. 괴로움의 대가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깨어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이 즐거움이 단순한 즐거움이 아닌 것이다. 즐거움에 빠져있거나 집착하면 욕심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즐거움을 근사하게 즐겨라.

Q: “동아리 대중화, 아니면 불교 신행적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할까 고민이 큰데요, 행정가로서 수행자, 불자로서 충돌할 때도 있는데 어떻게 선택하시는지, 어떤 순간에도 유지하는 신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동아리 활동은 중간 정도 하면 된다. 의례 의식 치중하기보다 오늘같은 토크콘서트를 하면 좋을까 싶을텐데 지도법사 스님과 적당한 방법을 찾아내면 된다. 불교를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고, 예불, 기도도 중요하다. 그 시간만큼은 최소한 욕심 덜 내고, 성질 덜 내고, 쓸 데 없는 생각도 덜 하게 된다. 스스로 식을 맑게 하는 것이라 기도가 중요하지만, 인과법 정도는 알아야 기도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다.

두 번째 행정가로서 수행자로서 충돌되는 순간은 물론 있다. 그런 때는 하고 싶은 데로 한다. 사실 인과법으로 보면 결과는 같다. 이 일을 하나 저 일을 하나 100대 100인데, 괴로움은 즐거움보다 더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윤회 자체가 고통이라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고, 업을 ‘0’으로 만들었다. 아무리 더하고 빼도 ‘0’이다.

총무원장 소임을 맡아 행정가로서 어떤 규범이나 규율에 부딪히지 않고 행정을 해나간다. 어떤 때는 사람 대 사람, 사건 대 사건으로 부딪힐 때가 있다. 규범 정의에 따라 선택한다. 후유증은 분명히 있으나 그걸 내가 감수한다. 어떻게 부딪히고 해결할 일이라 과감하게 선택하기도 하고 결정하거나 또는 포기할 때도 있다. 그래서 결정을 빠르게 한다.

불교에 ‘무애자재’란 말이 있다. 걸림 없이 자유롭게 한다는 말이다. 근심 걱정 괴로움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부처님 말씀이 정말 중요한 얘기다. 내 스스로 그물이 돼,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부딪히지 않는다. 아무리 큰 소리가 나도 내가 사자가 돼 놀리지 않는다. 꿈쩍도 안 하고 그러려니 한다. 연꽃은 진흙에 물들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분별 없는 마음이 없는 것이고, 분별은 즐겁다, 괴롭다 따지는 것이다. 즐겁다, 괴롭다는 것을 따지지 않으면, 내가 그물이, 사자가, 연꽃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처염상정이라고 한다. 그게 불교 정체성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걸림이 없다 보면 저절로 행복이 나온다. 시의적절하게 말하고 생각도 청정하고 이렇게 하면 뭘 해도 기분 나쁜 게 없다. 특히 우리 젊은 대학생들이 꼭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하트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대불련 학생들과 총무원장 진우스님, 포교원 포교부장 선업스님.
하트를 만들며 즐거워하는 대불련 학생들과 총무원장 진우스님, 포교원 포교부장 선업스님.
강연 후 함께 한 기념촬영.
강연 후 함께 한 기념촬영.

 

 

부처님 가르침을 설명하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부처님 가르침을 설명하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대불련 청년 불자들에게 삼악도와 삼선도를 윤회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괴로움 등 감정을 일으키는 것 또한 윤회임을 강조했다. 스님은 “감정을 기분 좋게 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며 “괴로움을 없애려고 행복을 찾는다. 행복을 찾다보면 괴로움이 생기고, 괴로움 없애려면 더 행복하려고 한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이 행위 또한 윤회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중요한 건 감정의 공식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즐거움은 왜 생길까. 괴로움이 없으면 즐거움이 생기지 않는다. 괴로움에 비해서 즐거움이 생기는 것이다. 괴로움은 왜 생길까. 내가 즐거움을 알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괴로움과 즐거움을 고락이라고 한다면 고락은 상대적인 것이다. 아침에 해가 뜨면 해가 진다. 해가 안 지고 다시 뜰 순 없다. 밀물이 들어오면 썰물이 돼 나간다. 태어났으면 죽는다. 질량 불변의 법칙을 생각하면 쉽다. 즐거움이 10kg이면, 괴로움도 10kg이라고 보면 된다. 고락의 질량은 같지만, 다만 언제 나타날지 모를 뿐이다.

도둑놈이 도둑질할 때는 기분이 좋았겠으나, 나중에 잡혀서 감옥에 가게 된다. 그것은 예측가능한 고락현상이라 볼 수 있다. 반면 못된 짓을 해도 벌을 안 받고 잘 사는 부류도 있다. 이에 대해 스님은 “그런 것은 인과법으로 보면 아직 때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고가 나타나는 시간과 락이 나타나는 시간은 다르다. 그런데 나타나는 때를 이름하여 시절인연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보면 즐거움이나 괴로움은 누구나 같다. 다만 우리가 그 평등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스님은 “그것을 아는 걸 깨침이라고 하고, 그때부터는 부처님과 같이 감정이 사라진 것”이라며 “즐거움이 10이면, 괴로움도 10이다. 그게 업이고, 사람마다 그 수치는 다르다. 부처님은 즐거움도 0이고 괴로움도 0이다. 그게 바로 공(空)이라고 한다”고 설했다.

지금 이순간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다 하는 사람은 시절인연이 ‘낙업’이 나타나는 시간이다. 피곤하고 괴롭고 빨리 끝났으면 하는 사람은 고업이 나타나는 시간이라서 그렇다. 스님은 “내가 즐겁다는 생각, 의식이 없으면 그걸 느끼지 못한다”며 “내가 괴로운 업이 없으면 괴로운 일이 아무리 생겨도 괴로움을 못 느낀다”고 부연했다.

결국,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업이 어떻냐에 따라서 이것은 괴로운 일, 즐거운 일이라고 스스로 판단하고 규정짓는 것이다. “부처님은 이 업을 완전히 없애 감정이 사라진 상태이며, 보리, 해탈, 성불, 견성, 니르바다, 열반이라고 한다”고 설한 스님은 “이 경지에 이르면 정말 편안하다. 이를 생사해탈이라고 한다”며 “여기서 말하는 생사는 감정이 일어나는 것을 말하고, 감정이 일어나면 그것이 사라지고 또 생기고 한다. 그것을 윤회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윤회에 벗어나기 위해서는 감정이 이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콘트롤 하느냐가 지상최대 과제이다.

스님은 청년들에게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연기법을 떠올리라”고 당부했다. “연기에 의한 감정으로, 기분 나빠 할 필요 없다”며 “내 업이고, 과거에 즐거움을 만끽해 왔던 대가라고 생각하자. 즐거움을 느꼈던 데에 상응하는 대가가 바로 인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많이 하는 남 탓도 할 필요 없다고 했다. “부모탓, 친구탓, 사회탓, 나라탓 하는데, 탓하는 내용이 다 연기에 의한 것이고 그래봤자 언젠가 사라진다”며 중요한 건 ‘나’임을 강조했다. “내가 그걸 보고 기분 나쁘냐 편안하냐가 문제 아니냐”며 “그걸 해결하지 못하면 괜히 남 탓하고, 더 큰 고통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과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연기법과 인과법만 제대로 알고 체득하면 중도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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