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 눈길

노승대 김성환 강영경 외 12인 엮음/불광출판사
노승대 김성환 강영경 외 12인 엮음/불광출판사

강화도 사찰들의 창건 설화를 보면 뭍의 절들이 섬으로 들어온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절은 강화도에서 시작하여 뭍으로 건너갔다고 보는 편이 옳다. 강화도 창건 설화에 등장하는 아도(阿道)스님은 고구려에 처음으로 불교를 전한 스님이고, 강화도에 사찰을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인도의 어떤 스님은 서해 건너 육지로 들어가기 전에 강화도를 포교의 전초기지로 삼은 것은 아닐까? 지금도 강화도에는 대략 15개소 정도의 사찰이 있는데, 이 중에서 강화도의 역사와 불교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들어야 할 사찰 몇 곳을 섬의 중부, 남부, 북부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불교서적이 아닌 <나를 채우는 섬 인문학 강화도>(불광출판사)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이 책은 교과서 밖 역사서다. 사찰뿐만 아니라 반만년 한반도 역사 속 주연이었던 섬, 강화의 하늘사람마음에 새겨진 이야기에서 만나는 인문학이다. 각계 전문가 12인이 전해주는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강화는 뛰어난 인재들의 고향이자 한 나라의 행정을 책임진 수도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최연소로 과거 시험에 합격한 이건창은 고승들의 찬을 썼고, <능엄경>을 달달 외웠다던 천재 문장가 이규보는 서쪽을 바라보며 강화에서 눈을 감았다. 고려의 수도일 때 고려인들은 강화에서 팔만대장경을 기획하고 만들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강화주민은 집에서 많은 신을 포용하며 신과 함께 살고 있고, 기독교는 강화에서 첫발을 내디뎠다. 인천에 상륙한 성공회의 첫 조선인 신자는 강화주민이었고, 가장 오래된 성공회 한옥성당이 강화에 있다. 종교이야기만 해도 이정도. 하지만 불자들의 눈은 사찰이 숨 쉬는 섬, 강화의 절과 절터’, ‘전등사에 남겨진 병인양요의 기억등에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 모든 서사가 이 책 한 권에 집약됐다. 그렇다고 여행서처럼 가벼운 정보에 머무르지 않고 역사서처럼 고리타분하지 않다. 한 권의 매거진처럼 산뜻한 디자인 속에 단행본의 알찬 지식이 담겼다. 두 번, 세 번 다시 볼수록 진한 여운을 주는 영화처럼 강화의 새로운 맛을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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