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수륙재와 감로탱: 불교의례의 시대도상' 출간

‘대나무 소쿠리’를 들고 있는 수륙연기의 면연귀왕(面燃鬼王).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감로탱’(18세기, 비단에 채색, 188.5×198.0㎝)의 부분. 일반적으로 감로탱에서는 수륙재의 연기설화인 ‘수륙연기(水陸緣起)’의 면연귀왕이 수륙재 의식의 현재적 재현을 통해 드러날 때에 감로(甘露)의 베풂을 상징하는 인도 마가다국의 ‘곡기(斛器)’나 ‘완(碗)’ 혹은 ‘발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다. 그러나 이 감로탱의 면연귀왕은 현존하는 감로탱 중 유일하게 ‘대나무 소쿠리’를 들고 있다. 이것은 조선시대 ‘불교 사명일(四名日; 설, 단오, 추석, 우란분재)’ 가운데 하나인 우란분재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 당시 민간에서는 대나무로 그릇을 만들어 여기에 소찬을 담아 조상들께 올렸는데, 이 감로탱에서는 아예 면연귀왕이 구제의 그릇으로 대나무 소쿠리를 들고 있음으로써 매우 희귀한 우란분재의 불교민속 도상을 남겼다.
‘대나무 소쿠리’를 들고 있는 수륙연기의 면연귀왕(面燃鬼王).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감로탱’(18세기, 비단에 채색, 188.5×198.0㎝)의 부분. 일반적으로 감로탱에서는 수륙재의 연기설화인 ‘수륙연기(水陸緣起)’의 면연귀왕이 수륙재 의식의 현재적 재현을 통해 드러날 때에 감로(甘露)의 베풂을 상징하는 인도 마가다국의 ‘곡기(斛器)’나 ‘완(碗)’ 혹은 ‘발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다. 그러나 이 감로탱의 면연귀왕은 현존하는 감로탱 중 유일하게 ‘대나무 소쿠리’를 들고 있다. 이것은 조선시대 ‘불교 사명일(四名日; 설, 단오, 추석, 우란분재)’ 가운데 하나인 우란분재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 당시 민간에서는 대나무로 그릇을 만들어 여기에 소찬을 담아 조상들께 올렸는데, 이 감로탱에서는 아예 면연귀왕이 구제의 그릇으로 대나무 소쿠리를 들고 있음으로써 매우 희귀한 우란분재의 불교민속 도상을 남겼다.

 

조선시대 수륙재 중심 문헌

감로탱 체계적인 도상 분석

 

대승불교 사상 의례화 이어

중생구제 실천적 세계 조명

 

불교미술사ㆍ불교민속 지평

획기적으로 넓힌 연구 평가

 

'조선시대 수륙재와 감로탱: 불교의례의 시대도상'(강영철 글/ 꽃피는 아몬드나무) 
'조선시대 수륙재와 감로탱: 불교의례의 시대도상'(강영철 글/ 꽃피는 아몬드나무) 

“수륙재 의식에 기반한 의례화인 감로탱은 그 최초의 조성목적 및 역사적 배경에 의해 등장한 이래로 점차 대중과 가까이 하면서 시대의 ‘중생구제’라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비교적 다양한 측면에서 반영해 왔다. 감로탱은 성(聖)과 속(俗)이 만나는 무량하고 광대한 도량이 건립된 공간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회통하며 해원과 상생의 메시지를 끊임없이 드러내 왔고, 이 과정에서 ‘중생구제’의 실천적 모습을 한편의 대서사시로, 일종의 기록화로 완성해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불교사에서도 하나의 획기적 사건이라 할 만한다.”

조선시대 수륙재를 중심으로 한 각종 문헌과 이와 연계된 감로탱의 도상 분석을 통해 대승사상의 의례화 과정과 중생구제의 실천적 세계관을 조명한 연구서가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불교미술사와 불교민속의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힌 연구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책은 10여 년 동안 진관사수륙재보존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해온 불교학자 강영철 씨가 펴낸 <조선시대 수륙재와 감로탱: 불교의례의 시대도상>(꽃피는 아몬드나무).

이 책은 조선시대 불교문화사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번성했던 문정왕후(1501~1565)와 허응당 보우(1509~1565)스님의 중흥불사 시기, 이후 그 영향을 받은 시기를 중심으로 사찰에서 행해졌던 왕실 영혼식(迎魂式)과 ‘재(齋) 형식의 제사’, 불교 사명일(四名日; 설, 단오, 추석, 백중)의 ‘수륙재(水陸齋)’를 각종 자료와 수륙재 의식집의 판본 연구를 통해 본격적으로 다뤘다. 이 과정에서 수륙재의 의례화(儀禮畵)인 감로탱의 도입과 전개과정을 살펴보면서 감로탱에 그려진 다양하고 흥미로운 시대 도상들도 분석해 풀어냈다. 또한 당대의 수륙재와 우란분재(백중)와의 관계를 교학과 신앙에 의거해 체계적으로 분석했으며, 고승들의 의식집 편찬을 비롯해 어산의 이력까지 추적해 이 시기의 어산사(魚山史)를 처음으로 복원해내는 성과도 거뒀다. 조선시대의 양대 계보인 ‘청허계(淸虛系)’와 ‘부휴계(浮休系)’ 중 청허계의 서산(西山) 문중이 이를 이끈 것을 조명한 것 등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학술서임에도 대중적인 인문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수륙재 현장을 10여 년 동안 실제로 참여한 불교미술사학자로 수륙재의 대중성에 주목했다. 대승사상에 입각한 조선시대 수륙재 의식집의 다양한 판본에서 재의 성격과 개념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의식절차와 동선(動線)을 실질적으로 살펴보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불교문화와의 접목을 위해 깊고 다양한 여러 방식의 접근들을 시도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것을 바탕으로 조선시대의 대재였던 수륙재의 의식용 탱화라 할 수 있는 감로탱의 도상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도 ‘참여와 관찰’의 관점을 통해 새로운 측면의 연구대상으로 이를 풀어냈다는 점이다.

책에는 당시 재(齋)에서 통용되던 영가를 위한 밥인 ‘영반(靈飯)’ 대신 임금의 밥인 ‘수라(水刺)’와 제주도의 겨울 진상품인 귤까지 올렸던 기록이 전하는 등 조선시대 왕실 천도재 연구의 외연확대에 크게 반영될 연구 성과도 담겨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감로탱에 반영된 다양한 시대 도상을 새롭게 밝힌 것에 있다. 수륙재와 우란분재(백중)의 영향관계를 다루면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감로탱’(18세기)의 면연귀왕 도상이 불교의 그릇인 발우가 아닌 민간의 ‘대나무 소쿠리’를 왜 들고 있는지 밝혀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리움 소장 감로탱’(18세기)에서는 상모 벙거지에 탈을 쓴 초란이가 세시(歲時)에 ‘고사반(告祀盤)’을 행하고 있는 장면을 풀어냈다. 또 ‘용주사 감로탱’(1790)에서는 흰쌀이 소복한 ‘고사반’을 마치 오랜 풍속화를 보는 것처럼 풀어내는 등 다양한 도상 풀이는 저자가 감로탱을 보는 관점과 관찰의 깊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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