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한 효도 대신 어려운 우리 이웃 보살핍니다”

수타사 신도회 총무와 봉사단장
이어 회장 맡아 봉사 적극 전개

무료국수나눔 집수리봉사활동
장학금 불우이웃돕기 전달 등
지역민 참배객 위한 나눔 전개

떡메치기체험과 찻집 운영 등
신도회 자체 수익금과 함께
사중의 적극 후원 통해 나눔

강원도 ‘이달의으뜸봉사상’ 수상
​​​​​​​“건강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

오승훈 수타사신도회장이 5월13일 홍천 수타사 대적광전 도량등 앞에서 합장 인사를 올렸다.
오승훈 수타사신도회장이 5월13일 홍천 수타사 대적광전 도량등 앞에서 합장 인사를 올렸다.

공작산의 화려한 날갯깃에 감싸여 있는 홍천 수타사는 708년(신라 성덕왕 7년) 창건 이후 영서지방을 대표하는 명찰로 손꼽혀 왔다. 특히 수타사는 ‘공작포란지지(孔雀抱卵之地)’ 명당으로, ‘동용공작(東聳孔雀)’ ‘서치우적(西馳牛迹)’ ‘남횡비룡(南橫飛龍)’ ‘북류용담(北流龍潭)’의 지형을 갖추고 있다. 공작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의 명당인 만큼 지덕(地德) 또한 넉넉하다.

수타사는 넉넉한 지덕을 홍천 지역민과 수타사를 찾는 관람객과 함께 나누고 있다. 공작산과 수타사를 찾는 이들에게 무료로 국수공양을 올리고 어려운 지역민을 위한 장학금 및 불우이웃돕기 성금 지원, 집수리 봉사활동 등 다채로운 자비나눔을 전개하고 있다. 수타사신도회는 “줄 때는 아낌없이 더 줘라” “돈 쌓아두면 뭐하냐. 돈이 모이면 게을러진다”는 수타사 주지 화광스님의 뜻을 받들어 지역민과 하나되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수타사신도회 총무와 월인봉사단장에 이어 2021년부터 신도회장 소임을 맡고 있는 오승훈(61세, 법명 혜담) 회장은 수타사를 ‘자비나눔실천도량’으로 사격을 일신시키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공작산 수타사는 천년고찰인 수행전법도량이자 ‘홍천 9경’, 홍천을 대표하는 관광지이다. 5월13일 토요일을 맞아 완연한 봄날을 즐기려는 상춘객에다가 문화재관람료 감면 시행과 공작산 일원에서 열린 ‘강원 샷건 트레킹’ 동참자까지 가세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은 인원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공작산 산행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수타사에 들러 국수 한 그릇으로 요기를 해결했다. 정오가 가까워지자 국수공양을 하기 위한 긴 대기줄마저 생겼다. 수타사신도회 회원 30여 명의 손길 또한 바빠졌다. 국수 면을 새롭게 삶아내기가 무섭게 곧바로 찬물로 씻어 낸 뒤 그릇에 담아냈다. 버섯 등으로 우려낸 육수를 붓고 김가루로 고명을 얹었다. 오승훈 회장도 이날 후원 곳곳을 누볐다. 가마솥에서 국수를 삶고, 사람들이 공양을 마치고 자리를 띄자 곧바로 빈 식탁을 찾아가 깨끗이 닦는 등 손을 보탰다. 2015년 시작해 수년째 무료국수공양을 올리는 만큼 자원봉사자들간의 손발은 척척 맞아 떨어졌고, 든든하게 요기를 해결한 참배객들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

수타사는 신도회 주관으로 해마다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첫째, 셋째 토요일 사찰 후원 앞마당에서 무료국수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넘게 중단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4월부터 재개해 참배객과 등산객들에게 국수 한 그릇을 말아 공양 올린다. 최대 가마솥 5개까지 가동해 국수를 삶을 수 있는 데다가 국수는 상대적으로 빨리 삶아 내놓을 수 있어 국수를 먹기 위해 찾아온 이들에게 든든한 한 끼 공양을 제공하고 있다. “수년째 무료국수공양을 하다보니 입소문이 나 적을 때는 300명, 많게는 1000명 넘는 인원이 국수공양을 위해 후원을 찾고 있습니다. 한 그릇의 국수 대접일 수도 있지만 그 분들이 공양 후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라며 합장 인사할 때면 다들 큰 보람을 느낍니다.”

오 회장은 신도회장 취임 후 곧바로 저소득계층 집수리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홍천나누미봉사단과 손잡고 펼치는 집수리봉사는 화장실(욕실) 설치와 도배 및 장판 교체, 전기시설 보강, 벽 균열 보수 등 노후된 집을 수리하는 활동이다. 전기와 도배 등 전문 기술자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가 많아서 수타사신도회와 홍천나누미봉사단가 협력해 펼치고 있다. 그동안 독거어르신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다가 조손가정과 한부모가정 등으로 지원 대상자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총 21가구를 대상으로 집수리봉사활동을 전개할 만큼 홍천 관내 곳곳을 누비며 나눔을 실천한다. “홍천나누미봉사단은 홍천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종 공사업체의 대표 등 관계자가 동참하고 있는 만큼 별도의 인건비 지급 없이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집수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저도 전기공사업체 한서전기 대표로 홍천나누미봉사단 단원으로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습니다.”

오 회장이 무료국수공양에 사용할 국수 면을 삶고 있다.
오 회장이 무료국수공양에 사용할 국수 면을 삶고 있다.

수타사는 장학사업과 불우이웃돕기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수타사는 매년 홍천군무궁화장학회를 통해 1500만원의 장학금을, 홍천군청을 통해 불우이웃돕기 성금 1500만원을 후원하고 있다. 아울러 매년 홍천지역 7개 초중고교 졸업식 때 총 14명에게 30만원씩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으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 5명에게는 매달 10만원씩 교통비를 전하고 있다.

이같은 활발한 자비나눔 실천은 수타사 사중의 전폭적인 지원과 더불어 오 회장을 비롯한 신도회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사중과 신도회가 둘이 아닌 수타사라는 이름 아래 함께 의기투합한 결과다. 봄과 가을이면 둘째, 넷째 토요일마다 펼치고 있는 ‘전통 떡메치기 체험’ 프로그램의 수익금은 물론 수타사 내 불교용품점과 공작교 양쪽 찻집의 수익금을 자비나눔 기금으로 모두 활용한다.

특히 수타사 월인불교대학을 통한 신도교육과 조직화가 자비나눔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올해 8기생이 입학한 월인불교대학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배운 뒤 수타사신도회를 통해 무료국수공양 등 각종 자비나눔에도 앞장서 동참한다. 오승훈 회장 또한 월인불교대학 3기 출신이며, 수타사신도회 구성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불교대학 출신이다. “50, 60대 신도는 거의 대부분이 월인불교대학 졸업생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수타사 자비나눔의 제일 큰 힘은 월인불교대학입니다. 물론 주지 화광스님을 비롯한 사중의 전폭적인 지원 또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운 뒤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신도 한 분, 한 분의 힘과 땀방울이 모여 자비나눔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같은 활발한 자원봉사활동을 통해 오 회장은 강원도자원봉사센터가 수여하는 ‘이달(4월)의 으뜸봉사상’을 5월4일 수상했다. ‘이달의 으뜸봉사상’은 약 20년 전부터 강원도 18개 시군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오 회장은 홍천군민 가운데 7번째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오 회장은 2006년 지인의 추천으로 갈마자율방범대 야간 순찰활동을 시작한데 이어 수타사신도회 총무와 월인봉사단장, 국제로타리클럽 3730지구 6지역 홍천로타리클럽 회장, 갈마자율방범대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도 수타사신도회장과 홍천로타리클럽 2023-24 사찰, 홍천나무미봉사단 회원, 갈마자율방범대원 등으로서 지역사회 곳곳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 회장은 가진 건 많지 않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2년 이내에 ‘1365자원봉사포털’ 누적봉사시간을 5000시간대로 늘려 나간다는 구상이다. 현재 홍천군 관내에는 누적봉사시간 5000시간을 기록한 봉사자가 총 7명인데, 10번째 안에 들어가는 게 오 회장의 목표다. “아무런 조건을 달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일찍 돌아가셔서 효도도 제대로 못했었는데, 대신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제 부모 모시듯 보살펴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환갑 나이니깐 도반들과 함께 최소한 10년 더 봉사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오 회장이 주거환경개선사업(집수리)을 펼치고 있다.
오 회장이 주거환경개선사업(집수리)을 펼치고 있다.
오 회장이 후원에서 식탁을 정리하고 있다.
오 회장이 후원에서 식탁을 정리하고 있다.
수타사 후원 앞마당에서 국수를 배식하는 모습.
수타사 후원 앞마당에서 국수를 배식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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