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향 강우방의 예술 혁명일지' 출간

미술사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자전적 에세이 ‘일향 강우방의 예술 혁명일지’를 펴냈다. 책에서는 저자가 미술사라는 큰 물결 속에서 세운 이정표들, 특히 한국 불교미술계에 끼친 영향과 그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사진제공=불광미디어
미술사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이 자전적 에세이 ‘일향 강우방의 예술 혁명일지’를 펴냈다. 책에서는 저자가 미술사라는 큰 물결 속에서 세운 이정표들, 특히 한국 불교미술계에 끼친 영향과 그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사진제공=불광미디어

 

삶의 진정성 연구 독창성

한 학자 양심이 미술사를

사상사로 끌어올린 ‘기록’ 

 

“스님ㆍ장인, 불상 불화 등 

일체 문양으로 진리 표현

부처님, 조형언어로도 설법” 

 

강우방 선생, 자전적 에세이

‘예술 혁명일지’ 펴내 주목

 

일향 강우방의 예술 혁명일지(강우방 글/ 불광출판사)  
일향 강우방의 예술 혁명일지(강우방 글/ 불광출판사)  

“진리를 귀로만 듣지 말고, 눈으로도 보아야 한다. 부처님은 문자언어로 설법하셨으나 조형언어로도 설법했음을 아무도 몰랐으니 불교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겠다. 석가여래는 설법하지 못했어도 승려 장인은 불상이나 불화 등 일체의 문양으로 석가여래가 미처 말하지 못한 또 다른 진리를 표현하고 있음을 알았다.” 

우리나라 미술사학계를 대표하는 원로 강우방(83)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이 자전적 에세이 ‘예술 혁명일지’를 불광출판사에서 펴냈다. 이 책은 저자가 평생 연구해온 학문과 예술의 금자탑이며, 동시에 세계 최초로 발견한 ‘비밀 코드’로 인류의 정신사적 사상사적 본류를 읽어가는 세계미술사의 유례없는 발자취다. 그래서 이 책은 진짜 아름다움을 좇는 한 미술사학자의 삶과 연구 여정의 기록이자 고백이다. 

저자는 50년 넘게 조각, 회화, 공예, 자기, 건축 등 예술 영역의 모든 분야를 연구하며 독창적이고 새로운 논문을 발표해왔다. 학계, 정책, 문화 및 전시 등 예술의 영역에 때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 석 자에 ‘미술사학자’라는 수식어가 생겼고, 수식어는 이름과 등호가 됐다. 

이 책 <일향 강우방의 예술 혁명일지>는 삶의 진정성, 연구의 독창성, 학자의 양심이 미술사를 사상사로 끌어올린 강우방의 고백이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학 미술사학과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한 저자는 평생 예술을 읽어왔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로 박물관에 입문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5년, 경주국립박물관에서 15년, 그리고 2000년 경주박물관장에서 퇴임할 때까지 예술품과 가장 가까이에서 지냈다.

저자는 치밀하게 작품들을 관찰하고 철학적 성격의 논문을 쓰면서 독학으로 미술사학의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국내에서는 인도 보드가야 마하보디사 정각상에서 석굴암 본존불의 비례를 찾아 학계에 밝혔고, 왕궁리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기의 조성 시기를 고려시대에서 백제시대로 끌어올렸다.

국외에서도 저자의 행보는 늘 주목받았다. ‘한국미술 5000년전’ 미국 내 순회 전시 관련 국제 심포지엄에서 가장 어린 나이로 발제했고, 이는 하버드대학 대학원생으로 특별 입학하는 계기가 됐다. 2014년 그리스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그리스 신전 건축의 개념 오류들을 지적했으며, 2015년 프랑스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는 노트르담 사원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했다. 2019년엔 국립교토박물관 초청으로 일본의 국보 ‘코지마 만다라’를 발표하면서 일본 학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렇듯 책은 1970년대부터 2020년 이후 지금까지 세계미술사의 굵직한 이슈들을 드러낸다. 미술사학자의 개인사가 미술사라는 큰 물결 속에서 세운 이정표들, 한국 특히 불교미술계에 끼친 영향, 이면에 감춰진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 30톤에 이르는 경주 황룡사 터의 거대한 심초석을 들어 올리는 현장, 일본의 국보 코지마 만다라가 한 개인에게 그 자태를 공개한 사건, 만나기 힘든 석굴암 부처님을 문화유산 사진 전문가 안장헌 사진작가의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직접 찍은 15TB(1572만 MB)에 달하는 예술품 사진 중 엄선한 사진과 이를 채색하며 분석한 도판들은 하나의 작품과 같다. 

그래서 저자의 ‘예술 혁명일지’는 미술사와 예술, 혹은 미술사학에 관심 있는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이 책의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저자가 세계미술사에 남긴 유례없는 발자취와 동행하게 될 것이다. 

“인간이 창조한 조형예술품의 90퍼센트가 문양이었다. 수천 년 동안 문자언어로 엮어온 인간의 역사에서 죽어 있는 채 존재해왔으나, 그 문양들이 살아 움직이자 인간의 역사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로 탈바꿈한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던 ‘장인’의 존재가 집중 조명을 받으며 부활해 거보(巨步)를 내디디며 장엄하게 등장한다.”

 

[불교신문 3768호/2023년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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