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작가 ‘지지 않은 매화’展

‘봄의 전령사’ 매화꽃 밀랍화

조선말 실학자 이창무 선생이
‘밀랍’기법으로 만든 ‘매화꽃’
김창덕 작가 실패 거듭하다
200년 만에 ‘윤회매’로 재현

‘윤회매’ ‘윤회도자화’ 20여점
​​​​​​​3월30일까지 갤러리 ‘나우’서

다음 김창덕 작가가 3월30일까지 개인전 ‘지지 않은 매화, NoW에 피다’를 연다. 사진은 돌가루와 밀랍, 아크릴 등으로 만든 ‘효좌(새벽에 앉기)’ 작품.
다음 김창덕 작가가 3월30일까지 개인전 ‘지지 않은 매화, NoW에 피다’를 연다. 사진은 돌가루와 밀랍, 아크릴 등으로 만든 ‘효좌(새벽에 앉기)’ 작품.

옛날 선비들은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라는 일력을 만들어 추운 겨울을 지냈다고 한다. 이는 동짓날로부터 81일이 지나면 매화가 피는 날이라 하여 하얀 종이에 먹 선으로 매화 여든 한 송이를 그려 놓고는 매일 한 송이씩 붉은 색을 칠해 완성하는 그림을 말한다. 그렇게 홍매화를 피워 내다 82일째 되는 날 창문을 열면 실제 붉은 매화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선비들이 매화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즐긴 셈이다.

유난히 추웠던 이번 겨울도 막바지에 이르면서 남녘땅에서 봄꽃 소식이 전해져 온다. 통도사 자장매(慈藏梅)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반가운 ‘봄의 전령사’로 손꼽히며 이른 봄꽃을 즐기려는 수많은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매서운 추위가 뼛속까지 사무칠 때 향이 더욱 짙어지는 매화는 수행자가 깨달음을 향해 생사를 걸고 용맹정진하는 것과도 흡사 닮았다.

다음(茶愔) 김창덕 작가는 3월8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갤러리 나우에서 개인전 ‘지지 않은 매화, NoW에 피다’를 연다. 다음 김창덕 작가는 국내 유일의 윤회매(輪廻梅) 작가로 유명하다. 윤회매는 벌이 꽃가루를 채집해 꿀을 만들면서 생긴 밀랍(蜜蠟)을 75도의 열을 가해 다시 매화꽃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이 모든 게 돌고 도는 불교의 윤회와 흡사해 이름 붙여졌다.

윤회매는 조선 정조 때 북학파 실학자로서 규장각 검서관과 적성현감을 지낸 창장관 이덕무(1741~1793) 선생이 17세 때 밀랍화인 윤회매를 창제했다. 차를 좋아했던 다인인 이덕무 선생은 봄에 잠시 피고 지는 아쉬움 때문에 일품의 격이 있는 매화를 밀랍으로 제작해 오랫동안 차 마시는 자리에 놓고 감상하기 위해 만들었다.

김창덕 작가는 1996년 황수로의 저서 <한국 꽃 예술 문화사>에 실린 <윤회매십전>을 읽고선 윤회매를 처음 접한 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한동안 사라졌던 윤회매를 복원해 2004년 윤회매 15작품을 처음으로 전시한다. 김창덕 작가의 윤회매는 천연 밀랍으로 만든 매화꽃으로 청매, 백매, 홍매 등 다양하다. 그가 탄생시킨 윤회매의 재료는 밀랍과 노루 털, 매화 나뭇가지, 석채, 돌가루, 자연 색소 등 모두 천연 재료이다. 꽃술은 노루 털을 사용하고 옻칠을 해서 황을 묻힌다. 매화 잎과 꽃술, 꽃받침 등을 밀랍 땜질로 나뭇가지에 붙이면 작품이 완성된다. 다양한 매개체의 실험을 통해 구축된 독자적인 조형양식은 붉고 푸른 꽃잎과 꽃받침이 조화롭게 표현되며 나뭇가지들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느낌을 만들어 낸다.

‘조월’ 작품.

이번 전시에서는 밀랍으로 만든 인공 매화인 윤회매(輪廻梅) 작품과 함께 윤회매와 돌가루를 녹여 만든 회화작품인 ‘윤회도자화(輪廻陶瓷畵)’ 등 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3월8일 열린 개막식에는 ‘도산의 달밤에 매화를 읊다’라는 제목으로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퍼포먼스는 밀랍으로 만든 매화를 그림자놀이와 윤회매의 영상 작업과 어울려 바라춤으로 표현했다. 퇴계 이황 선생이 느꼈던 매화 사랑을 퇴계 선생의 시와 함께 작가가 제작한 윤회매로 연출한 그림자를 작가의 바라춤과 접목한 공연이다. 20년 넘게 출가수행자의 삶을 살기도 한 김청덕 작가는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불교미술사를 전공하고 인간문화재 제50호 정지광스님으로부터 범패와 지화를 전수하기도 했다.

선화(禪畵)는 물론 현대미술, 서예, 퍼포먼스, 테크노 바라춤, 다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으며 예술장르를 뛰어넘는 예술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젊음의 거리 홍대거리에서 자신이 창시한 ‘테크노 바라춤’을 출 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미국과 독일, 베네수엘라, 영국, 이탈리아 등지에서 전시하고 공연을 펼침으로써 해외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갤러리 리채 관장을 거쳐 2017년 11월 광주시 남구 양림동에 미술과 음악, 차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 ‘윤회매문화관’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2월에도 진주문고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김창덕 작가는 “차를 만나는 것은 자연을 닮아가고 그 가운데 생각이 쉬어짐에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고 여긴다”면서 “거기에 일품의 격으로 매화인 윤회매는 더욱 잘 어울리는 찻자리 벗인 다화가 되는 것이다. 제 생활에서 차 향이나 윤회매 격처럼 향기가 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고 말했다.

박인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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