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전자불전연구소 ‘혜춘스님 사진첩’ 발간

 

1950년대 해인사 약수암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는 비구니 스님들.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인홍스님, 네 번째 혜춘스님.
1950년대 해인사 약수암 선방에서 용맹정진하는 비구니 스님들.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 인홍스님, 네 번째 혜춘스님.

사진은 역사이다. 활자는 사실을 왜곡할 수도 있지만, 사진은 피사체를 필름에 담아 기록하기 때문이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소장 주경스님, 중앙종회의장)가 전국비구니회장을 역임한 혜춘스님의 자취를 담아 최근 발간한 <혜춘스님 영첩(影帖) - 이 수행길에서 이루지 못한다면>은 격동의 근현대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과 일상을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이다.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가 지난 1월 동국대 출판문화원을 통해 발간한 <사진으로 읽는 근현대 한국불교>를 이은 또 하나의 성과<본지 3753호 9면 참조>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편집자>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는 2017년 9월 한국연구재단 토대연구사업을 지원받아 ‘한국의 근대불교문화 사진 아카이브 구축’ 과제를 수행했다. 사진을 수집 분석해 10대 분야로 분류해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한 성과가 혜춘스님 영첩이다. 해인총림 해인사 보현암에서 500여 장의 사진을 받아 디지털화를 진행하고 250여 장을 선별해 ‘전자책’을 제작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강향숙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 연구원 법진스님이 참여했다.

이번 영첩에는 혜춘스님은 물론 인홍, 묘경, 불필, 법희, 명성, 묘경, 현묵, 성문, 철마, 성우, 보경 스님(이상 비구니, 무순) 등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동산, 경봉, 청담, 경산, 운허, 고암, 자운, 영암, 구산, 벽안, 성철, 서옹, 월하, 석주, 탄허, 법정, 지월, 일타, 도견 스님(이상 비구, 무순)도 사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참선포행 등 안거 모습 
부처님오신날 제등행렬
근대불교 복원 가치 커

1973년 해인사 보현암 선원에서 정진하는 혜춘스님. 주장자를 들고 화두를 참구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1973년 해인사 보현암 선원에서 정진하는 혜춘스님. 주장자를 들고 화두를 참구하는 모습이 진지하다.

이와 더불어 1950~70년대 스님들의 생활과 사찰 상황을 자세하게 보여주는 사진도 상당수이다. 1950년대 해인사 부처님오신날, 안거 기간의 참선수행과 포행, 석남사 보살계법회, 1961년 비구니 구족계 수계산림(통도사), 1962년 제1회 선림회 총회(해인사), 1965년 전국승려대회(범어사), 1966년 범어사 하안거 해제 등 근현대 한국불교의 생생한 장면을 기록한 사진들로 사료적 가치가 있다. 이번 영첩은 도서출판 고래에서 제작했다.

혜춘스님은 1919년 4월 함경남도 북청에서 태어나 함흥여고를 졸업하고 1951년 창호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윤필암, 내원사, 부도암, 동암, 석남사, 안정사 등 제방선원에서 36하안거를 성만했다. 1950~60년대 불교정화운동에 적극 참여해 대한불교조계종 출범에 기여했다. 스님은 생전에 “이 수행 길에서 이루지 못하면, 짐승의 털을 입는다[차도불성(此道不成) 피모대각(被毛戴角)]는 가르침을 전하며 정진을 당부했다.

1972년 해인사 보현암을 창건하고 전국비구니회장과 목동청소년수련관장을 역임하며 비구니 승가와 사회복지 발전에 공헌했다. 1988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하고, 1998년 11월 6일 해인사 보현암에서 세수 80세, 법랍 47세로 원적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는 “이번 영첩은 토대연구사업의 성과물”이라며 “그동안 미비한 분야였던 비구니 스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결과물이 활용돼 근현대 인물 및 문화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장 주경스님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사진과 문서 등 불교 자료들이 망실됐다”면서 “늦은감이 있지만 근대자료를 발굴해 역사를 복원하는 데 관심이 모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1950년대 부처님을 모신 코끼리 장엄물 앞에서. 앞줄 왼쪽 두 번째 정안 스님, 뒷줄 왼쪽 혜근 스님, 오른쪽 혜춘스님.
1950년대 부처님을 모신 코끼리 장엄물 앞에서. 앞줄 왼쪽 두 번째 정안 스님, 뒷줄 왼쪽 혜근 스님, 오른쪽 혜춘스님.
1950년대 해인사 부처님오신날 전경. 맨 앞 오른쪽 두 번째가 혜춘스님. 두 손을 모아 합장한 비구니 스님들과 신도들이 현수막을 들고 해인사 아랫마을로 향하고 있다.
1950년대 해인사 부처님오신날 전경. 맨 앞 오른쪽 두 번째가 혜춘스님. 두 손을 모아 합장한 비구니 스님들과 신도들이 현수막을 들고 해인사 아랫마을로 향하고 있다.
1950년대 가야산 옥류동 계곡에서. 왼쪽 인홍스님, 오른쪽 혜춘스님.
1950년대 가야산 옥류동 계곡에서. 왼쪽 인홍스님, 오른쪽 혜춘스님.
975년 청도 운문사강원 사교과 졸업 기념. 앞쪽 왼쪽부터 명성, 인홍, 수인, 혜춘스님.
1975년 청도 운문사강원 사교과 졸업 기념. 앞쪽 왼쪽부터 명성, 인홍, 수인, 혜춘스님.
1950년대 겨울 석남사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니 수좌들이 포행하는 도중 눈싸움을 하고 있다. 오른쪽 세 번째 혜춘스님.
1950년대 겨울 석남사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니 수좌들이 포행하는 도중 눈싸움을 하고 있다. 오른쪽 세 번째 혜춘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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