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소론찬요 10~12
탄허스님 제자 혜거스님
스승의 ‘신화엄경합론’
잇는 또 다른 대작불사
“현재 번역 작업에 박차
2년 내 완역 출간 기대”
“여러분은 <화엄경>이라는 경전에 대해서 귀가 따갑게 들으셨을 것입니다. <화엄경>의 본래 모습이 무엇인가 하면, 저 차 소리, 기차 소리, 온갖 잡소리, 새소리, 벌레 소리, 산비탈의 물소리, 우주 전체가 <화엄경> 아닌 것이 없습니다.” (탄허스님의 <탄허 강설집> 중에서)
‘불교 경전의 꽃’이라 불리는 <화엄경>은 부처님이 깨달은 진리의 세계를 보여주는 최상의 경전이다. 하지만 천상과 지상을 오가며 일곱 곳(7處) 아홉 차례(9會)에 걸쳐 설해진 <화엄경>의 내용이 워낙 깊고 오묘한 데다 그 분량 또한 방대해 불교에 해박한 사람들도 접근하기 쉽지 않다. 이에 대강백 탄허스님(1913~1983)이 1975년 <화엄경> 번역을 비롯해 중요 화엄학 관련서를 모두 집대성하고 현토역해(懸吐譯解)한 것이 <신화엄경합론(新華嚴經合論)>(전 47권)이다. 번역과 출판에 무려 17년이 걸렸으며, 원고 매수 6만2000장에 이르는 대작 불사였다. 이 책을 계기로 스님들을 비롯해 재가불자들도 불교 경전에 쉽게 다가가기 시작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점차 기복신앙이 주를 이루던 신행 풍토가 진리탐구의 수행 정진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신화엄경합론>이 간행된 지 40년이 훌쩍 넘은 가운데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춘 <화엄경> 강설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탄허스님의 제자인 탄허기념박물관장 혜거스님(서울 금강선원 선원장)이 불교TV를 통해 <화엄경> 강좌를 열고, 이를 토대로 <화엄경> 역경의 또 다른 대작불사 원력을 세웠다. 이렇게 <화엄경소론찬요(華嚴經疏論纂要)> 120권을 현토해 완역하는 또 다른 불사가 시작됐다. 2016년 그 첫 결실로 <화엄경> 80권본 39품 중 ‘세주묘엄품’에 해당하는 <화엄경소론찬요> 1·2권이 세상에 나왔고, 2017년 3·4권, 2018년 5·6권, 2019년 7·8·9권이 차질 없이 간행됐다. 그리고 최근 <화엄경> 80권본 39품 중 ‘십회향품’에 해당하는 10·11·12권이 동시에 출간돼 주목된다.
<화엄경소론찬요>는 중국 명말 청초 때 도패스님이 약술 편저한 책으로 청량국사의 <화엄경소초>와 이통현 장자의 <화엄경론>의 정요만을 뽑아 편집했다. 청량소초는 철저한 장구(章句)의 분석으로 본말을 지극히 밝혀줬고, 통현론은 부처님 논지를 널리 논변해 자심(自心)으로 회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청량소초와 통현론은 <화엄경>을 상세하게 해석한 양대 명저로 꼽힌다. <화엄경소론찬요>는 이 방대한 해석을 보다 쉽고 간명하게 축약해 풀어주고 있어 <화엄경>의 묘체를 밝혀주는 오늘날 최고의 <화엄경> 주석서라 할만하다. 혜거스님은 <화엄경소론찬요>를 대본으로 다시 탄허스님 번역을 참고하면서 현대인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번역서로 편저했다. 혜거스님의 번역은 군더더기 없는 직역을 특징으로 한다. 번역 당시 유행하는 문체로 번역하면, 20~30년의 세월만 지나도 그 뜻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님은 번역에 몰두해 문체를 통일하고 교정하는 데만 꼬박 2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후 1년에 두세 권씩, 10년 동안 총 20여 권 분량으로 완역하겠다는 원을 세웠다. 현재 세랍 80세를 앞두고 있는 혜거스님은 <화엄경소론찬요> 완역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날이 갈수록 알게 모르게 기력이 쇠해지니, 더 나이가 들면 완역을 마무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그래서 더욱 번역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다행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애초에 10년 예상했던 출간 계획을 조금 앞당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번역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이 속도라면 앞으로 2년 이내에 완역 출간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탄허스님의 말씀처럼 <화엄경>이라는 경전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어왔지만, 방대한 분량과 난해한 내용으로 인해 <화엄경>에 다가갈 엄두를 못 냈다면, <화엄경소론찬요> 일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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