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 그 자리가 극락 

다투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여러 사람들의 사랑 받는 등
정법념처경에 다섯 공덕 전해

 

박희택
박희택

인욕을 청정하게 하는 열 가지 법을 독송해 보았거니와(보운경 ; 불교성전 3-4), 인욕바라밀의 근간은 화를 내지 않는 수행이라 할 것이다. 열 가지 법을 회향하는 ‘서원의 인욕’에도 “안으로 지혜가 없으면서 남의 병을 치료한다면 그것은 옳지 않다. 이러한 인연으로 인욕을 닦고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이를 서원의 인욕이라고 한다”는 말씀이 보인다. 인욕 없이 지혜 닦기는 어렵다.

“분노에 맞서 분노하는 그런 자는 더욱더 사악한 자가 되나니, 분노에 맞서서 분노하지 않으면 이기기 어려운 전쟁에서 승리하도다. 그런 사람은 자신과 상대 둘 다의 이익을 도모하니, 상대가 크게 화가 난 것을 알면 마음챙기고 고요하게 처신하노라. 그런 그는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까지 둘 다 구제하나니, 이런 그를 어리석다 여기는 사람들은 법에 능숙하지 못한 자들이로다(쌍윳따니까야 욕설경 ; 불교성전 3-4).”

부처님께서 왕사성 죽림정사에 머무실 때 욕쟁이 바라문 바라드와자에게 일러주신 게송이다. 바라드와자 가문의 사람이 부처님의 곁으로 출가하자 부처님께 다가가 오만불손하고 거친 말로 부처님을 욕하고 비난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손님이 와서 음식을 내놓아도 손님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거두어 들여야 하듯이, 그대가 욕을 하고 모욕을 주고 시비를 걸어도 우리는 받지 않으니, 그것들은 그대의 것이 된다고 비유로써 설하신 끝에 이 게송을 노래하셨다.

이 취지는 <사십이장경>에 침과 티끌의 비유로 전승되고 있다. “악한 사람이 어진 사람을 해치는 것은 하늘을 우러러 침을 뱉는 것과 같으니, 침은 하늘을 더럽히지 못하고 돌아와 제 몸을 더럽힌다. 또 바람을 거슬러 티끌을 뿌리는 것과 같으니, 티끌은 그를 더럽히지 못하고 돌아와 제 몸을 더럽힌다. 어진 이를 비방해서 아니 됨은 그 화가 반드시 자기를 망치기 때문이다(惡人害賢者 猶仰天而唾, 唾不天 還己身. 逆風人, 塵不彼 還于身. 賢者不 禍必滅己也).”

분노의 허물은 너무나도 커서 스스로 지옥을 짓는 것과 같다. “분노를 일으키면 스스로 그 몸을 태우고, 그 독기에 마음이 닫혀 얼굴빛이 변하므로 남이 나를 버리고 모두 놀라 피한다. 사람들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뿐 아니라, 비방하며 천하게 여긴다. 그리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진다. 분노로 말미암아 짓지 않는 악이 없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사람은 불을 끄듯이 분노를 버린다. 그는 분노의 허물을 알기 때문에 스스로를 이롭게 한다. 스스로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기 위해서는 인욕을 행해야 한다(정법념처경 ; 불교성전 3-4).”

목숨이 끝난 뒤에 지옥에 떨어진다고 설해져 있지만, 분노한 그 자리에 바로 지옥이 형성됨을 어찌 모르겠는가! 분노하면 사람들이 피하고 사랑하지 않게 되니, 인욕은 보배와 진배없고 잘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인욕을 하면 바로 그 자리에 극락이 조성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신임을 얻는다. 인욕은 횃불과 같은 광명이라 어둠을 없애고, 인욕은 큰 배가 되어 생사의 강을 건너게 하며, 인욕은 큰 물과 같아 지옥의 불을 끈다. 역시 정법념처경의 말씀이다. 이 경은 인욕의 공덕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불교성전 3-4).

다투지도 원망하지도 않음, 아무도 그의 물건을 훔치지 못함, 여러 사람의 사랑을 받음, 가엾이 여기는 마음이 많음,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에 태어남이 그것이다.

 

[불교신문 3738호/2022년10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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