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괴석 펼쳐진 보타산 해안가 관음기도도량


해수관음대불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해동선원과 영월당 3층석탑 너머로
펼쳐진 동해바다가 가히 아름답다

부산 해동용궁사 전경. Pen drawing on paper. 74×40cm.
부산 해동용궁사 전경. Pen drawing on paper. 74×40cm.

해동용궁사는 부산 기장에 있는 사찰로 양양 낙산사, 남해 보리암,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관음성지 중의 하나다. 해운대역에서 버스로 가거나 승용차로 쉽게 찾을 수 있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사찰이다.

사찰 입구에 석조 관세음보살상, 석조 십이지상들과 보리달마대사상 등 조형물들이 줄지어 서 있는데 방문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일주문 가는 길에 어부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7층 석탑이 나타난다. 탑의 이름이 ‘교통안전기원탑’ 이어서 바닷가 사찰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 여겨진다. 탑을 지나면 황룡이 기둥을 휘감고 있는 근사한 일주문이 나온다.

일주문을 지나면 장수계단으로 불리는 108계단을 만난다. 절로 들어가는 길에는 번뇌하는 마음을 닦아주는듯 단아한 계단을 걷다 보면 중간에 득남불이 보인다. 배를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배 부위에 까만 손때가 묻어 있어 많은 사람들의 절실한 바람이 느껴진다. 돌계단을 내려가면 마치 용궁으로 들어서는 듯한 느낌과 함께 바다를 마주하고 자리잡은 해동용궁사를 만나게 된다. 계단을 내려가다가 보면 합격을 기원하는 학업성취불도 보인다.

용문석교를 건너기 전 좌측에 동해 갓바위 부처님으로 불리는 약사여래불을 모신 독특한 약사불전이 있는데 좌우에 200년 된 향나무 두 그루가 있다. 오른쪽에는 음향수라는 향나무, 왼쪽에는 양향수라는 향나무가 자라고 있어 부처님을 ‘쌍향수불’이라고도 부른다. 가족의 건강을 기원하며 진심으로 기도를 드리고 바닷바람을 음미하며 저 멀리 해동용궁사의 전경을 눈에 담아본다. 눈앞에 펼쳐진 전경이 해동용궁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경관이다. 여기를 펜화에 담기로 마음먹었다.

바다와 용암 위로 웅장하게 건설된 아치형의 용문석교를 건너서 절 마당으로 가게 되어 있는데 아기자기한 석상들이 눈에 띈다. 16나한상이 도열해 있고 여래 입상이 세워진 곳에 소원을 빌면서 동전을 던지는 곳도 있어 너도 나도 소원을 빌어보는 모습이 눈에 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사찰’이라는 안내판이 걸린 만복문의 계단을 올라 경내로 진입하게 되면 황금빛 복돼지 두 마리가 웃으며 반기고 커다란 황금빛 포대화상이 넉넉한 웃음으로 방문객을 맞는다.

이 절은 1376년 고려시대 우왕 때 나라에 기근이 심해 민심이 흉흉하였는데 나옹화상 혜근스님이 분황사에서 수도하던 중 꿈에 용왕이 나타나 봉래산 자락에 절을 지으면 나라가 평안할 것이라 하였다. 이에 절을 짓고 보문사라 한 것이 유래라고 한다.

이후 임진왜란을 맞아 사찰 건물이 모두 불탔다고 하며, 1930년대 초 운강스님이 중창하고 1974년 정암스님이 이 절의 주지가 되어 관음도량으로 복원할 것을 발원하고 백일기도를 하였는데, 꿈에서 흰옷을 입은 관세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것을 보고 산이름을 보타산,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최근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9교구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로 등록하였다.

바다를 바라보며 자리잡은 웅장한 대웅보전은 정암스님이 중창하였다 하는데 대웅보전 앞에 3m 높이의 거대한 바위가 있었으나 6·25 전쟁 때 해안경비를 위해 파쇄하였고 이 돌들을 모아 정암스님이 사사자 3층 석탑을 그 자리에 세우고 스리랑카에서 가져온 불사리를 봉안하였다고 한다.

대웅보전 마당에는 ‘용궁사’라는 이름에 걸맞게 화려하고 거대한 비룡이 여의주를 품고 있다. 마당에 있는 작은 전각 관불대에서 아기 부처를 목욕시키는 의식을 통해 자신의 번뇌를 씻어내는 모습을 보고 따라서 해본다. 관불대 옆 지하로 가는 계단에 ‘신비한 약수’를 마실 수 있다. 좋은 일이 생긴다 하니 일단 한 모금 마셔 보았는데 정말 시원한 맛이었다.

대웅보전 옆에는 와불을 모신 광명전도 둘러볼 일이다. 원통문 가기 전에 굴법당이 보이는데 명칭은 미륵전이다. 창건 당시부터 있었다는 석조미륵좌상이 봉안되어 있는데 자손이 없는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 준다하여 득남불이라고도 한다.

해수관음대불. Pen drawing on paper. 40×74cm.
해수관음대불. Pen drawing on paper. 40×74cm.

 

대웅보전의 좌측에 삼성각 대신 용왕을 모시는 용궁단이 있고 원통문을 통해 계단을 오르면 10m 높이의 단일석재로 제작된 해수관음대불이 바다를 향해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계신다. 진심으로 기도를 하면 누구나 꼭 현몽을 받고 한 가지 소원을 이루는 영험한 곳으로 유명해서인지 기도를 드리는 분들이 많다. 이 절을 대표하는 해수관음대불을 그리기로 했다. 펜화를 그리면서 받은 느낌은 매우 아름답게 잘 조성된 석상이라서 다시 한번 감탄했다.

해수관음대불에서 정면을 바라보면 해동선원과 영월당 그리고 3층석탑 너머 배경으로 펼쳐진 동해바다 파도와 바위들의 자연스런 모습이 가히 아름답다.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절경에 지어진 사찰의 멋진 풍광에 잠시 시름을 잊는다. 해가 제일 먼저 뜬다는 일출암으로 발길을 옮겨 보았다.

바다를 등지고 앉아 계시는 금빛 지장보살상이 인자한 모습으로 중생을 구제하시겠다는 원력으로 굽어보신다. 해동용궁사에서 소원을 빌고 나서 푸른 바다를 보러 나가면 해파랑 둘레길의 산책코스가 펼쳐지는데 여기를 걸으며 아름다운 사찰에서 받은 감흥을 되새길 수 있다. usikim@naver.com

[불교신문 3733호/2022년9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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