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법 스님의 신심명 강의

도법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도법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
글보다 구절에 담긴 의미
중심으로 ‘신심명’ 담아내

“말, 분별에서 벗어난 곳
진정한 ‘깨달음’이 있다”

“지극한 진리(깨달음)는 어려울 것이 없네(至道無難). 오직 분리하여 가려냄을 꺼려할 뿐 (유혐간택 唯嫌揀擇).” 중국 선종 3조인 승찬대사가 대중들이 알기 쉽게 선(禪)의 요체를 풀어쓴 <신심명>의 첫 구절이자 가장 유명한 구절이다. 또한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고민하게 만드는 구절이기도 하다. 146구 584자라는 짧은 분량이지만 그 안에는 깨달음은 거창하고 신비로운 무엇이 아니라 분별과 집착을 벗어나면 가능한 것이라는 가르침이 녹아 있다. 바로 중도(中道)의 가르침이다.

이런 가운데 남원 실상사 회주이자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도법스님이 <신심명>을 읽고 중도연기의 시각으로 풀어낸 <도법 스님의 신심명 강의>를 최근 펴냈다. 글자에 얽매이기보다는 그 구절에 담긴 의미를 중심으로 <신심명>을 새롭게 옮기고, 그 구절에 담긴 가르침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오롯이 자신의 눈으로 풀어냈다. 이를 통해 무엇이 깨달음이고, 어떻게 해야 그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는지를 살폈다.

“중도, 실상을 있는 그대로 보면 분리해서 취하거나 버릴 것은 본래 없다. 본래 없는데 본인이 조작하여 이것저것을 분리하고 좋다, 나쁘다 차별하며 아우성을 치고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다. 참되게 알고 보면 별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허망하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그래서 승찬스님은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것 없네’라고 <신심명>의 첫머리에 못 박았다. 승찬스님의 이 말씀이 보통 사람들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헛소리인가, 왜곡되었는가, 과장되었는가? 거듭거듭 물어보고 스스로 답해보라. 그렇지 않다. 적재적소에 잘 맞아떨어지는 매우 정확하고 명료한 진실이다.”

<신심명>은 팔만대장경과 1700공안을 압축해 담았다고 평가하는 중요한 문헌이다. 특히 중국불교에서는 인도에서 불교가 전래 된 이후 저술된 것 가운데, ‘최고의 문자’로 꼽히며 선문에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으로 여겨진다. 이 짧은 글은 불교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할 수 있는 ‘깨달음’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경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압축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심명>에서 말하는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분별하거나 집착해 차별하지 않는 것, 바로 중도의 자세다. 나와 남, 미움과 사랑, 있음과 없음, 옳고 그름 등의 분별에서 벗어나는 것이 불도를 깨우치는 것이고, 말과 분별에서 벗어난 그곳에 바로 ‘깨달음’이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강설서들이 각 구절의 문자적인 의미에서부터 <신심명>의 가르침을 풀어나간 것과 달리, 도법스님은 글자나 용어의 세세한 뜻에 매이기보다는 ‘중도연기’의 입장으로 <신심명>을 새롭게 풀었다. 한자의 의미를 중심으로 한 우리말 번역 대신 단번에 읽고 이해와 실천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각각의 구절을 옮기고, 쉬운 비유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설명으로 <신심명>의 핵심 가르침을 알려준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 핵심은 ‘중도연기’라고 여기는 스님의 시선으로 읽고 풀어낸 이 책을 읽다 보면 깨달음은 도달하기 어려운, 신비로운 무엇이 아니라 누구나 언제든 실현시킬 수 있는 경지임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법스님은 1995년부터 실상사 주지를 맡아 인간화 생명살림의 길을 열어가기 위해 1998년 사찰 소유의 땅 3만 평을 내놓고 귀농전문학교를 설립했다. 1998년 말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이 기존의 총무원과 정화개혁회의로 나뉘어 다툴 때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분규를 마무리 짓고 미련 없이 실상사로 내려갔다. 이듬해 인드라망생명공동체를 창립하면서 귀농운동 차원을 넘어 생활협동조합, 대안교육, 생명평화운동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갔다. 2004년 실상사 주지 소임을 내려놓은 후, 생명평화 탁발순례의 길을 떠났다. 이후 5년 동안 3만 리를 걸으며 8만 명의 사람을 만나 생명평화의 가치를 전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조계종 화쟁위원회 위원장, 자성과 쇄신 결사 추진본부 본부장 등 종단 소임을 맡아 다툼 없고 평화로운 사회로 가는 길을 내다가 2017년 실상사로 내려와 다시 실상사 사부대중공동체와 마을공동체를 일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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