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두 논설위원.
이진두 논설위원.

“태중(胎中)에 열 달을 품으신 은혜, 어떻게 갚으오리까. 슬하에 삼 년을 기르심도 잊을 길 없나이다. 만 세(萬歲) 위에 다시 만 세를 더할지라도 아들의 마음은 오히려 부족한 점이 앞서는데 백 년 안에서 백 년도 채 못 되시니 어머님의 수명이 어찌 이다지도 짧으시나이까. 표주박 하나로 걸식하며 사는 이 아들은 이미 말한 것 없사오나 규중(閨中)에 혼자 남은 어린 누이로서는 어찌 슬프지 않으리까. 이제 벌써 상단(上壇)을 마치고 하단의 법요(法要)도 마쳐서 스님들은 각기 제 처소로 돌아가옵니다. 앞산은 첩첩(疊疊)하고 뒷산 또한 겹겹이 쌓인 이 산중에서 혼(魂)은 어디로 돌아가시렵니까. 아- 슬프고 슬프오이다.”

진묵(震默)스님(15621633)이 어머님 49재에 직접 제문을 지어 올린 글이다. 진묵스님은 일곱 살 때 어머니 품을 떠나 출가했다. 어린 아들을 절에 보내면서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스님은 회상한다.

“일옥(一玉)아, (스님의 이름. 진묵은 호(號)다) 너 엄마 보고 싶다고 하지 않겠지?” “네, 안해야지요.” “공부 많이 해서 훌륭한 도인이 되어 고향을 찾아야 한다. 엄마 보고 싶다고 우는 아이는 장차 큰 인물이 못 된단다.” “어머니 염려 마세요. 꼭 훌륭한 도인이 되어서 어머님 뵈러 갈게요.”

진묵스님은 20년 전 그때를 회상하면서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음성으로 어머니를 불러본다. “어머니….” 스님은 “나를 떼어놓고 돌아가실 적에 어머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를 깊이 헤아려 본다. (백운스님 지음, <진묵대사>, 불광출판사)

옛말에 “자기가 자식을 낳아 보아야만 부모의 마음을 안다”고 했다.

우리는 부모님에게 몸을 받아 태어나서 기르신 은혜를 입고 자랐다. 그런데도 살아가면서 부모님의 은혜를 잊고 산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서야 깊이 그 불효를 뉘우치곤 한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게 아니던가.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라 했다.

[불교신문 3725호/2022년7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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