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봐야 할 사후 세계 설명서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지음, 주성원 옮김/ 불광출판사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지음, 주성원 옮김/ 불광출판사

불교 등 세계 5대 종교
말하는 사후 세계 탐험
나만의 죽음을 스케치

”죽음은 연습 없는 실전
어떻게 죽을지 결정하라“

인간은 살면서 한 번쯤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바로 잘 살기 위해서다. 어떤 게 잘사는 삶인지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그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한 가지 전제는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다. 오직 내 뜻대로 살아갈 때 바라는 삶이 완성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바로 죽음이다. 죽음에 대한 관점이 확고한 사람은 죽음을 겁내거나 피하지 않는다. 그로부터 삶의 태도가 결정된다. 죽음은 삶을 소중하게 다뤄야 할 무언가로 만들거나 혹은 그와 정반대의 것으로 만든다. 이것이 죽음이 삶을 이끄는 방식이다. 즉 어떻게 죽을지를 결정하는 일은 어떻게 살아갈지를 정하는 주체적인 행위로 결국 죽음이 삶을 결정한다.

일본의 사회학자로서 종교와 언어학에 관한 연구를 해온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죽기 전에 봐야 할 사후 세계 설명서>는 인류 최대의 지적 재산인 세계 5대 종교와 그로부터 이룩된 거대 문명이 묘사하는 죽음과 그 이후의 세계를 다채롭게 보여줘 눈길을 끈다. 살아서는 접근 불가능한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에 대한 스케치를 그리며, 이를 토대로 어떤 죽음을 맞이할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도록 이끈다. 원하는 대로 살다가 원하는 대로 죽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후회 없이 죽고 사는 법’에 관한 안내서라 할 만하다.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죽음 안내서 ‘죽기 전에 봐야 할 사후 세계 설명서’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지장보살의 신앙과 불교의 사후세계를 그린 고성 옥천사 소장 ‘지장보살도 및 시왕도’.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죽음 안내서 ‘죽기 전에 봐야 할 사후 세계 설명서’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지장보살의 신앙과 불교의 사후세계를 그린 고성 옥천사 소장 ‘지장보살도 및 시왕도’.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시작인 1장은 죽음의 불가지성과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2장부터 5장에서는 종교와 문명이 정의하는 죽음과 사후 세계관을 상세하게 다룬다. 순서대로 일신교(기독교·이슬람교·유대교), 다신교(불교·힌두교), 중국 문명(불교·유교·도교), 일본 문명(불교·신도)에서 말하는 죽음과 그 이후의 세계에 관해 설명한다. 이른바 세계 5대 종교(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마지막 6장은 전체 내용을 아우르며 요점을 간략히 정리한다.

“나는 죽어서 어떻게 될까?” 이 근원적인 물음에 관해 각각의 종교는 완전히 다른 답을 들려준다. 일신교는 모든 일은 신의 뜻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은 신의 영역이라 인간이 어쩌지 못한다. 사람이 할 일은 자신을 존재케 해준 신에게 감사하며 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는 일이다. 그러면 신의 구원을 받아서 ‘신의 왕국’으로 가 영원히 신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반면 인도의 다신교는 사람이 나고 죽는 것은 우주의 질서이며 이는 인과(因果)의 법칙에 따라 흘러간다고 말한다. 사람이 죽으면 동물이나 다른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데,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는 이번 생의 노력에 달렸다. 복을 짓고 부지런히 수행할수록 더 나은 환경을 가지고 태어난다. 중국의 유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조상이 되어 후손들을 돌봐주며, 도교에서는 죽은 자의 나라에 가서 산다. 일본의 민족 종교인 신도(神道)는 사람이 죽어서 황천으로 가거나 신이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죽음에 관한 정설은 없다. 이 책 역시 무엇이 정답이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죽음에 맞서려면 언제 죽어도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저자는 대신 각 종교와 문명이 가진 사유의 특징과 핵심, 서로 간의 차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함으로써 죽음에 이르는 여러 가지 길을 보여준다. 혼자서는 골몰해도 풀기 어려운 문제에 대한 힌트를 종교에서 찾아보려는 시도다. 그래서 저자는 “개인의 죽음은 선택과 신념의 문제”라며 “중요한 건 신앙심이 아니라 죽음에 관한 자신만의 확고한 관점”이라고 강조한다. 이어 “물론 무언가를 향한 ‘믿음’을 가진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 맹신이 아닌 열린 자세를 가지고 있다면 진리를 보는 눈을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죽음을 피해갈 수 없듯이 죽음에 관한 생각 역시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이다. 이 책은 그런 순간을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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