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되기

틱낫한 스님 지음, 이현주 옮김/ 불광출판사
틱낫한 스님 지음, 이현주 옮김/ 불광출판사

세계적인 종교지도자
틱낫한 스님 대표작
국내 세 번째로 번역

“현재 순간 즐기는 것
우리의 중요한 임무”

“명상은 우리 몸에서, 느낌에서, 생각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하여 깨어 있는 것이다. 날마다 4만 명의 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다. 초강대국들이 5만 개도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도 햇빛은 아름답고 오늘 아침 담장에서 피어나는 장미는 하나의 기적이다. 삶은 겁나는 것이면서 경이로운 것이다. 명상을 수련하는 것은 이 두 얼굴과 만나는 것이다.”

1월22일(베트남 시각) 세납 만 95세를 끝으로 열반에 든 틱낫한 스님. 생전이나 사후나 세계인들은 틱낫한 스님을 마음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기원한 사람으로 기억한다. 그의 인도적인 발자국은 스님을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올려놓았다. 하지만 스님에게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또 다른 타이틀이 있다. 그가 쓴 원고, 편지, 강연 등은 쉴 새 없이 책으로 묶어 나왔고, 이제 무려 130권에 이르며 여러 언어로 번역됐다. 미국에서만 틱낫한 책의 누적 판매는 500만 부 이상으로 추정한다. 이 가운데 <틱낫한 명상>(1975년), <평화 되기>(1987년), <모든 발걸음마다 평화>(1992년 초판) 등 세 권이 초기 저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중에서도 <평화 되기>는 독보적이다. 미국에서만 누적 판매 50만 부 이상을 기록했으며, 30개 언어 이상으로 번역됐다.

틱낫한 스님의 초기 대표 저서인 ‘평화 되기’가 국내에 세 번째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부산 홍법사 주최로 1월26일 열린 틱낫한 스님 추모법회.
틱낫한 스님의 초기 대표 저서인 ‘평화 되기’가 국내에 세 번째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부산 홍법사 주최로 1월26일 열린 틱낫한 스님 추모법회.

이 책이 이렇게 빛나는 이유는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틱낫한 스님이 세상에 하고 싶은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고, 또 가장 쉬운 언어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한편 마음챙김을 소개한 가장 쉬운 책이자 중요한 책이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에서 1987년 초판이 발행된 이후 2005년과 2020년 각각 재편집돼 출간됐다. 2005년 편집본에는 세계적인 명상가 잭 콘필드가 서문에 참여했고, 2020년 편집본에는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리는 환경보호론자 제인 구달이 서문을 썼다. 국내에서도 이미 두 차례 출간된 적이 있다. 두 차례 모두 1987년 판을 저본으로 삼았다. 이런 가운데 2020년 재편집본을 저본으로 삼고 제인 구달의 서문을 번역해 실은 <평화 되기>가 최근 출간돼 주목된다.

“인생은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이 책의 첫 문장이기도 하고, 틱낫한 스님이 바라보는 불교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물론 불교가 세상에 있건 없건, 혹은 누군가 이 말을 힘주어 말하든 말하지 않든, 우리는 이 문장의 의미를 철저히 체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틱낫한 스님은 이어진 문장을 통해 “그러나 푸른 하늘, 밝은 햇살, 어린아이 눈동자 같은 경이로운 것들로도 가득 차 있다. 고통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강조한다. 그 말대로 우리 삶은 고통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의 주변은 경이로운 것들로도 가득 차 있는데, 이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항상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주어졌다고 해서 모두 느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를 위해 온전히 깨어 있어야 하고 이것들을 즐겨야 한다. 스님은 삶의 모든 순간순간을 그렇게 사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길의 끝은 마음의 평화이기도 하지만 세상의 평화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책을 내용에 따라 분류하면 크게 마음챙김과 평화로 나눠진다. 첫째 마음챙김은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이 단어는 개념은 물론 이름조차 생소하던 때였다. 이후에 마음챙김은 여러 가지 다른 뜻으로 쓰이기도 했지만, 스님은 마음챙김에 대해 ‘깨어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것이 놀라운 순간임을 나는 안다”는 자각 그리고 지금 여기에 있는 것, 현재 순간을 즐기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둘째는 평화로 깨어 있음은 세상으로도 확장된다. 날마다 4만 명의 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으며, 반대로 초강대국들은 5만 개도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역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 다를 차원일 것 같은 이 둘은 하나로 만난다. 그래서 스님은 ‘하나 안에 있는 여럿, 여럿 안에 있는 하나’라는 뜻의 신조어 인터빙(Interbeing)을 제시했다. 즉 우리는 서로 안에 있다는 의미다. 스님은 “명상은 사회 밖으로 나가거나 사회로부터 도망치는 게 아니고 사회로 다시 들어가기 위하여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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