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

보경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보경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산중암자 사는 보경스님
‘고양이 에세이’ 시리즈
회향하는 마지막 편 펴내

“매순간 기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법 성찰한 글”

몇 해 전 어느 겨울날, 길고양이 한 마리(냥이)가 산중암자에 사는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보경스님 앞에 불쑥 나타났다. 그날 이후 낯선 고양이와 어색한 동거를 시작한 스님은 사람과 닮은 듯 다른 고양이의 생활을 지켜보며 존재와 삶을 생각하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글로 적어 왔다. 그 첫 기록이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고, ‘바라보기’와 ‘기다리기’가 중심 이야기였다. 이어 <고양이를 읽는 시간>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두 번째 책에는 고양이와 무더운 여름을 함께 나며 터득한 ‘느리게’ 그리고 ‘느긋하게’ 살아가는 지혜를 담았다. 최근 출간된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는 앞선 두 책을 잇는 보경스님의 고양이 에세이 시리즈 마지막 편이자, 매 순간을 기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법을 성찰한 글이다.

“내가 고양이를 파악하는 그 이상으로 이 조그만 털북숭이 친구도 나를 읽는다. 말을 않고 있을 뿐이지 이 동물들은 바보가 아니다. 극히 예민한 청각과 후각을 동원하면 그들은 어떤 세상에 던져지더라도 거뜬하게 살아갈 수 있다.”

산중암자에 사는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 보경스님이 최근 ‘고양이 에세이’ 시리즈 마지막편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를 최근 출간했다.
산중암자에 사는 보조사상연구원 이사장 보경스님이 최근 ‘고양이 에세이’ 시리즈 마지막편 '고양이가 주는 행복, 기쁘게 유쾌하게'를 최근 출간했다.

보경스님과 냥이가 함께 지낸 지 햇수로 6년째에 접어들었다. 스님이 십수 년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산중암자로 돌아온 2017년 겨울 저녁,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은 굶주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꼬리 없는 누런 고양이에게 우유와 토스트를 건넨 것이 이 특별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산중암자에 불쑥 찾아든 고양이는 이제 스님의 거처인 송광사 탑전을 자신의 왕국으로 삼아 그 주위를 거의 벗어나지 않고 안온하게 지내고 있다. 도 한번 닦아보겠다는 출가도 아니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버린 그 태도가 너무나 태연해 스님은 꼼짝없이 고양이를 보살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스님과 냥이가 알콩달콩 지내는 사이, 계절이 오가듯 많은 인연이 오고 갔다. 엄마 이쁜이와 주니어 이쁜이, 주니어 이쁜이가 낳은 여러 마리의 새끼 고양이 등 여러 차례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목격하는 와중에 스님 마음속에는 잊지 못할 추억과 이야깃거리가 수북이 쌓여 갔다. 단풍이 무르익듯 깊어진 스님과 고양이들의 나날을 담은 이 책은 어찌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어찌할 수 없는 인연의 오고 감과 어찌할 수 없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다. 그리고 인적 드문 산중암자에서 ‘냥이선사’로부터 터득한 삶의 지혜다.

보경스님은 50대에 접어들어 책 읽고 글 쓰며 불교를 인문학적으로 해설하는 일로 인생의 후반부 계획을 세웠다. “반짝이는 번개 속에서 글을 읽더라도 읽는 값을 치러야 한다”는 원력을 세우고 삶과 수행에서 얻은 통찰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려 애쓰고 있다. 지식이든 지혜든, 자신이 아는 것을 남들과 나누지 않고 홀로 삭이는 것만큼 비참한 일도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책에 담긴 스님의 메시지는 ‘경이롭게 바라보기’다. 평생 혼자 사는 데 익숙한 스님에게 찾아온 낯설고 신비로운 존재, 사람의 상식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고양이의 하루하루를 지켜보면서 알게 된 행복의 비결이다. 작은 것 하나도 경이롭게 바라보면,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것들 안에 있는 특별함을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지면 매 순간이 놀랍고 흥미로워진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옛 선사와 현자 들이 하나같이 행복을 좇지 말라고 가르친 까닭이다. 행복은 외적 발견이 아닌 내적 경험이기 때문이다. 보경스님은 “이제 냥이와 지낸 지도 여섯 해가 됐다”면서 “신은 물을 만들고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는데, 사람 관계는 물과 와인처럼 잘 섞이는 사이가 있고 물과 기름처럼 동화되기 어려운 사이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면에서 냥이와 나는 물과 와인이 섞이는 것처럼 케미가 좋았다”면서 “어느 누구에게도 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산중에서 떠돌던 야지의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3권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난 여전히 가슴이 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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