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속 숨은 조연들

노승대 지음/ 불광출판사
노승대 지음/ 불광출판사

잊혔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찰 구석구석 기묘한
존재들의 진기한 내력

“불교문화 이해하는데
작은밑거름 되길 기대”

삼보의 가치를 드높이고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수행 정진하는 도량인 사찰은 넓은 범위의 신전(神殿)이라고 할 수 있다. 중심 전각에 자리한 부처님을 제외하고도 사찰 구석구석 초월적인 능력과 다양한 외모를 지닌 존재들이 조각이나 그림으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구축된 세계관은 그리스신화나 북유럽신화의 세계만큼이나 거대하다.

특히 사찰에 곳곳에 조성된 여러 존재들은 간혹 현대의 만화나 영화 등에 등장하기도 한다. 웹툰 원작의 영화 ‘신과 함께’에서 망자(亡者)인 주인공을 심판하는 왕들(시왕), 영화 ‘사바하’에서 악귀를 잡는 악신으로 일컬어진 네 신(사천왕), 만화 <극락왕생>에 등장하는 보살들과 도명존자, 무독귀왕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은 비록 주인공이 아니지만 생경하고도 신비로운 존재로 황금 조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렇듯 친숙하고도 낯선 존재들은 불교의 세계관을 응축한 공간 안에 조각이나 그림으로 봉안되어 나름의 일가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의 타임라인 위에서 현실적인 고통으로 신음하는 중생의 구제를 위해 저마다의 임무와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들이 펼치는 판타지 이면엔 기원전 인도에서 시작되는 오래되고 광범위한 역사와 갖가지 사연이 있다. 그럼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어떤 이유로 절집에 자리하고 있는 것일까?

노승대 전 인사동문화학교 교장이 40여 년간 전국의 사찰을 답사하며 모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사찰 속 숨은 조연들’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해인총림 해인사 대적광전에 모셔져 있는 신중도.
노승대 전 인사동문화학교 교장이 40여 년간 전국의 사찰을 답사하며 모은 이야기를 책으로 엮은 ‘사찰 속 숨은 조연들’을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해인총림 해인사 대적광전에 모셔져 있는 신중도.

인사동문화학교 졸업생 모임인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과도 전국 문화답사를 이끌어 오는 등 40여 년 사찰 문화답사 경력을 가진 노승대 작가는 최근 펴낸 <사찰 속 숨은 조연들>을 통해 가히 ‘신(神)’이라 할 수 있는 사찰 속 기묘한 존재들의 숨은 내력을 뒷조사한다. 이를 통해 종교와 역사, 신화와 설화를 종횡무진 오가며 밝히는 그들의 정체는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는 남다른 의미로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 책 1부는 불교에서 말하는 사후세계, 즉 명부(冥府)의 존재에 관한 내용이다. 지옥 중생의 구제를 대원(大願)으로 삼은 지장보살과 협시(夾侍)인 도명존자, 무독귀왕을 비롯해 열 명의 지옥 심판관인 시왕과 중생의 생전 선악(善惡) 행위를 빠짐없이 기록해 보고하는 선악동자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이어 2부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과 이를 따르는 모든 자를 보호한다고 하여 ‘호법신중(護法神衆)’이라 불리는 존재들의 이야기다. 사찰 입구에서 위협적인 모습으로 방문자들을 맞이하는 사천왕과 금강역사, 여덟 그룹의 신중 부대인 팔부신중, 신중들을 호령하는 젊은 장군 신 위태천 등이 거론된다. 마지막 3부에서는 부처님 가장 가까이에서 오른팔과 왼팔 역할을 하는 협시, 그리고 괴팍한 성격을 가졌지만 중생의 소원을 잘 들어준다고 알려진 영험한 존재 나한을 다뤘다.

더욱이 저자는 이들 존재가 탄생하게 된 배경부터 신앙의 대상이 되어 우리 사찰에 자리하게 된 경위까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추적한다. 그 근거는 종교와 역사의 오랜 문헌과 기록, 민간에 이어져 온 설화와 신화, 옛 인도 땅과 중국, 우리나라 등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또한 이들을 종합해 이제 미지의 존재, 미지의 공간이 되어버린 이 책의 주인공들과 그 세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걸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망자가 경험하게 될 명부 여행의 과정을 한국판 ‘신곡’을 그리듯 생생하고 흥미진진하게 묘사한다. 이러한 노력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우리 불교문화와 전통문화 속 진귀한 세계로 떠나는 모험으로 이끈다. 저자는 “우리를 절집에 자리한 사후세계는 물론 천상의 세계로 안내하며 진귀한 경험을 선물할 수 있는 이 책이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의 전통문화와 불교문화를 이해하는데 작은 밑거름이라도 됐으면 한다”면서 “우연히 사찰에 들른다 하더라도 그러한 문화재들 속에 감춰진 우리 역사와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의 정신문화를 지켜가는데 작은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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