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불교 공부 노트

지지엔즈 지음, 김진무·류화송 옮김/ 불광출판사
지지엔즈 지음, 김진무·류화송 옮김/ 불광출판사

지지엔즈 대만 화판대 교수
‘사고와 의심’ 불교 화두로
교리, 수행 풀어낸 입문서

”삶의 고민을 털어내려면
인생에서 꼭 불교 만나라”

“불교를 배우는 것은 사실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것과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은 다르다. 새로운 지식을 배우는 것은 이전에 알고 있는 지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새로운 관점을 배울 때는 반드시 기존의 관점을 아예 제거해야 한다. 이런 학습 과정은 일종의 지식 전체에 대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 바다에서 낡은 배를 완전히 뜯어내고 새 배를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다.”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서양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대만으로 다시 넘어와 ‘깨달음의 교육’을 지향하는 화판대 철학과에 자리 잡은 지지엔즈(冀劍制) 교수.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불교를 만난 그는 철학자답게 사고와 의심을 불교 공부의 기초로 삼았다.

그는 우선 윤회나 정토 같은 ‘신앙’에 속한 문제들은 한 켠에 놓아두었다. 비록 양자역학이나 시간의 불가역성(不可逆)에 대한 반론 등을 언급하며 “최근의 과학 연구 성과들이 우리가 믿기 힘들어하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아직 엄밀한 과학적 견지에서 완벽하게 증명하고 있지 못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신 불교 목적인 ‘이고득락(離苦得樂)’과 깨달음의 실천에 주목했다. 인생이 고통이라는 진리와 그걸 극복하기 위해 삼독(三毒)을 제거해 나가는 수행, 그리고 마침내 무아(無我)를 체득해 궁극의 경지에 올라가는 길이 우리가 불교를 공부해야 하는 가장 ‘합목적적’인 이유라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스스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탐구와 추리를 통해 “삶의 고민을 털어내고 싶다면 인생에서 꼭 한 번은 불교를 만나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게 최근 펴낸 책이 <철학자의 불교 공부 노트>다.

따라서 이 책은 교리를 다룬 상편과 수행을 다룬 하편으로 나눠진다. 교리를 다룬 상편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세 가지 번뇌(탐·진·치)와 삼법인(무상·고·무아) 등에 대해 다루고, 수행을 다룬 하편에서는 좌선, 정념, 염불 등 수행에 대해서 다룬다. 여느 불교 입문서와 다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자는 철학을 연구하면서 체득한 논리적 사고와 정의 내리는 방법을 활용해 불교를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 저자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 고, 무아를 좀 더 진지하게 탐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철학자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철학 이론을 소개한다. 칼 포퍼의 반증주의, 데이비드 흄의 회의주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 하이데거의 현상학, 유가의 중용지도, 장자의 대자재(大自在), 송나라의 명리학 같은 동서양의 철학 사상 등은 불교를 이해하는 좋은 수단이었다. 불교의 이론 중 미신으로만 취급되는 부분을 반박하기 위해서 칼 포퍼의 ‘반증주의적’ 지혜에 대해 살펴보고,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에 대해 살펴보면서 데이비드 흄이 문제를 제기했던 자아에 대한 의심에 대해 살펴보기도 한다. 또 불교에서 흔히 쓰이는 말인 발심(發心)의 본질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칸트가 제기했던 ‘도덕실천’을 살펴보기도 한다.

하지만 어려운 철학과 어려운 불교가 만나 난해할 것만 같은 이 책은 가장 쉬운 불교 입문서가 됐다. 저자가 처음 불교를 접했을 때 느꼈던 너무 쉽거나 난해하거나, 즉 너무 뻔한 이야기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소리에 대한 불만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말과 이해하기 쉬운 비유,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저자는 “불교를 공부할 때는 먼저 생각을 돌이켜보고 다시 선택적으로 믿고 실천하는 가운데 검증해서 찾아야 한다”면서 ‘검증 가능한 것은 대체로 문제가 없지만, 검증이 불가능한 것은 다시 되짚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책의 완성이 나에게는 철학 쪽에서 불교 쪽으로 넘어오는 하나의 교량이 됐다“면서 ”앞으로 불교경전을 더욱 깊이 연구할 수 있고, 더 많은 수행 경험을 하고 나서 마음으로 깨달은 더 많은 것들을 나눌 수 있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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