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은 어떻게 삶을 고통에서 구하는가

조안 할리팩스 지음, 김정숙·진우기 옮김/ 불광출판사
조안 할리팩스 지음, 김정숙·진우기 옮김/ 불광출판사

미국의 참여불교 대가
조안 할리팩스의 역작
연민을 회복하는 방법

“도덕적 진정성을 갖고
타인을 위해 뭔가 하라”

코로나19로 심신이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치유’ 또는 ‘힐링’은 화두 그 자체다. 치유를 위한 해결책으로 흔히 제시되는 것이 “이기적으로 살아라”다. 이것저것 눈치 보며 타인을 배려할 것 없이 나부터 생각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필연적으로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이기적인 삶으로 과연 진정한 치유의 길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타인의 존재에서 눈을 돌려 버리고 나면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까?

1970년대에 숭산스님의 제자였고, 그 후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법등(法燈)을 전수한 미국 참여불교의 대가인 수행자 조안 할리팩스는 최근 펴낸 <연민은 어떻게 삶을 고통에서 구하는가>에서 이기적인 것과는 반대되는 것, 즉 타인에 대한 연민을 가질 것을 치유의 길로 제시한다. 선승이자 의료 인류학자로서 임종 돌봄 의료 분야의 선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연민을 기반으로 이타심을 발휘하고, 타인에게 공감하며, 도덕적 진정성을 갖고 타인을 존중하며 타인을 위해 뭔가를 하라”고 주문한다.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자기 치유의 수단으로 꼽힐 만큼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저자의 권유는 어쩌면 이상적인 꿈 같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생애를 살펴보면 타인을 향한 연민의 여정이었다. 그 여정은 인간의 마음에 대한 신경 과학적인 탐구이기도 했고, 죽어가는 이들의 삶과 사형수들의 삶과 고통에 시달리는 이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치열한 실천이기도 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통해 저자는 타인을 향한 연민이야말로 자기를 치유하고 나아가 이 세상을 치유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몸소 입증해 왔다. 그 여정에서 얻은 깊은 통찰과 생생한 경험을 응축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1970년대에 숭산스님의 제자였고, 그 후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법등(法燈)을 전수한 미국 참여불교의 대가인 수행자 조안 할리팩스가 ‘연민은 어떻게 삶을 고통에서 구하는가’를 최근 출간했다.
1970년대에 숭산스님의 제자였고, 그 후 틱낫한 스님으로부터 법등(法燈)을 전수한 미국 참여불교의 대가인 수행자 조안 할리팩스가 ‘연민은 어떻게 삶을 고통에서 구하는가’를 최근 출간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다섯 가지 인간적인 자질, 즉 이타심, 공감, 진정성, 존중, 참여를 통해 연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성찰한다. 이는 타인과 어울려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지만 그 이면에서 우리는 이러한 자질들로 인해 고통을 겪게 될 수 있다.

먼저 이타심은 ‘병적 이타심’으로 바뀔 수 있다.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사심 없는 행동은 사회와 자연계의 행복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때로는 자신을 해하거나, 봉사하려는 사람들을 해하거나, 봉사하는 기관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두 번째 공감은 ‘공감 스트레스’로 변할 수 있다. 타인의 고통을 감지할 수 있을 때, 그 공감을 통해 우리는 타인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고 그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영감을 얻으며 나아가 세상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도 있다. 하지만 타인의 고통에 지나치게 감정 이입돼 자신을 그것과 너무 강하게 동일시한다면, 우리 자신이 피해 입고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게 된다.

세 번째 진정성은 강한 도덕적 원칙을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진정성, 정의, 선행에 위배되는 행동에 관여하거나 그런 행동을 목격하게 되면, ‘도덕적 고통’이 뒤따르게 된다. 네 번째 존중은 존재와 사물을 받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가치관과 예의라는 우리의 원칙을 어기고 자신과 타인을 경시할 때, 존중은 ‘무시’로 바뀔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참여는 삶에 목적과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우리가 참여하는 일이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일 때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 과로, 유해한 직장 환경, 효율성 부족이 개입되면 참여는 ‘소진(번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저자는 “다섯 가지 자질이 발현하는 기반은 연민”이라고 말한다. 연민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그들을 더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욕구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러면서 “연민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적 자질을 꿋꿋이 실천하며 온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한다”면서 “다섯 가지 자질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통으로부터 우리를 구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타인과 함께하는 삶의 기쁨과 보람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주의를 모으기, 의도를 상기하기, 자신에게 조율한 후 타인에게 조율하기, 무엇이 도움이 될지 숙고하기, 참여한 후 상호 작용 끝내기라는 다섯 가지 간단한 실천을 통해 일상의 삶 속에서 연민의 마음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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