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음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박문성 옮김/ 불광출판사
브라이언 피어스 지음, 박문성 옮김/ 불광출판사

불교도와 그리스도인
종교간 대화를 통해
만나는 진정한 깨달음

“스님들과 재가불자들
개방성에 감사한다”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영적인 생각과 지혜를 하나로 묶는 데 꾸준한 관심을 보여온 브라이언 피어스 도미니코 수도회 신부가 불교의 마음챙김을 주제로 종교간의 대화를 시도한 <깨어있음>을 최근 펴냈다.

저자에게 영감을 준 두 명의 영성 대가는 14세기 독일의 영성가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신부와 얼마 전 열반한 세계적인 명상가 틱낫한 스님이다. 저자는 시대적으로 동떨어져 있고 다른 종교적 전통에 속해 있는 두 종교인을 한 자리에 불러 대화를 시도해 주목된다. 더욱이 그가 주목한 것은 불교의 마음챙김이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 저자는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종교간 대화를 통해 더 나은 그리스도인으로 성숙했다”고 한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은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교 전통에 잠들어 있던 보석 같은 가르침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불자들은 마음챙김이라는 익숙한 수행이 불교에 국한되지 않는 보편타당성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봤다. 무엇보다 마음챙김 수행이야말로 해탈로 가는 여정의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가치다. 그래서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 도법스님도 서평을 통해 “곳곳에서 보석들이 빛나고 있었고 마지막 장을 덮으며 책과의 대화가 막을 내렸다”면서 “그 사이에 내 인생의 키가 훌쩍 자라 있음을 느끼며 삶의 기적이 만남과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음을 우린 무수히 경험하고 있다”고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특히 틱낫한 스님의 가르침을 통해 저자는 불교의 마음챙 수행을 발견한다. 마음챙김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고, 이를 통해 일상의 매 순간을 생기 넘치고 깊이 있게 사는 것이다. 마음챙김을 통해 삶을 성심성의껏 살아가면 참된 삶을 맛볼 수 있다. 저자가 “이것이 삶에서 일어나는 참된 기적”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틱낫한 스님이 마음챙김의 한 형태인 ‘깊이 들여다보기’를 실천했다고 전했다. 그것은 관찰자와 대상 사이의 구분이 사라질 정도로 집중된 상태에서 사물 또는 사람을 들여다보는 것이며, 우리 자신의 정서적 색안경을 벗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이를 행할 때 우리의 눈은 기만과 이기주의와 죄로부터 치유된다. 또한 저자는 불교의 마음챙김 수행은 그리스도교 전통의 ‘깨어있음’이 갖는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을 돕는다. 그러면서 그리스도교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깨어있음을 설명한다.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가 구원사업을 완성하기 위해 인간의 본성을 취한 강생(降生)의 신비는 하느님의 말씀이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을 알게 해 주는 것이 깨어있음이다. 때문에 “현대의 영성가인 토머스 머튼 역시 깨어 있으면서 주시하는 것이 영성생활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에크하르트는 마음챙김 혹은 깨어있음을 ‘민첩한 인식’이라고 부른다. 에크하르트는 이것을 “모든 일에서 자기 자신과 자기 내적 존재에 대한 민첩한 인식”으로 설명한다. 그것은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집중하여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인지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 숨겨진 경이로움을 보는 것이다. 에크하르트는 “오늘을 무엇이라 말할까?”라고 자문하고 “영원”이라고 답한다.

이처럼 분명한 견해 차이에도 책 전반에 흐르는 두 종교의 조용하고 평온한 어울림은 자신과 다른 것에 마음을 여는 ‘관대함’ 덕분이다. 두 영성가의 지혜와 깨달음이 담긴 아름다운 언어들은 우리를 단순히 도량 넓은 인간이 아니라 균형 잡힌 인간으로 이끈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그리스도교와 불교도만이 아니라 분열과 다툼, 갈등으로 메말라가는 현대사회를 구원해줄 깊은 물줄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서로가 지닌 영성수련과 통찰력에 대한 대화를 시작하게 만든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의 개방성에 감사한다”면서 “그것이 앞으로 지속될 오랜 우정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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