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종로의 풍경’을 떠올린다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시나요? 궁궐과 한옥마을이 자리하고 있는 옛 전통이 살아있는 풍경일 수도 있고, 바쁜 직장인들이 오가는 빌딩숲이 그려지기도 하며, 피카디리, 을지로와 같이 흘러간 옛 골목과 추억들이 먼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곳 서울노인복지센터가 자리한 종로는 오랜 시간 한양, 서울의 중심지로서 정치, 문화, 경제를 이끌어가며 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다양한 이야기가 얽혀있는 곳이지만, 이제는 조금씩 낡고 사라져가며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고민하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서울 ‘종로의 풍경들’ 프로그램에 동참해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어르신 모습.
서울 ‘종로의 풍경들’ 프로그램에 동참해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 어르신 모습.

조금씩 사라져가는 종로의 풍경들을 기록하고 기억하고자 특별한 프로젝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종로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셨던 어르신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풍경과 이야기들을 콜라주 작품, 직접 쓰신 글로 다시금 재현해보는 것인데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청년예술가들이 함께 설립한 기록 콘텐츠 전문기업 ‘(주)미닝오브’와 함께 힘을 모았고, 서울문화재단의 ‘2021 서울 지역 특성화 문화예술교육’으로서 지원도 받게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의 기억 속 종로는 생각보다 더 다채로웠고 애틋했습니다. “30년 전 주단집이 모여 있던 한복거리가 떠오릅니다. 당시 주단집 2층에 살던, 일찍 떠나버린 친구가 문득 그리워지네요.” 친구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부치지 못한 편지도 함께 남깁니다.

“훌쩍 커버린 자녀들을 보니 어릴 때 처음으로 온 가족이 함께 나들이 갔던 창경원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궁으로 복원되어 고즈넉한 풍경만 가득한 창경궁이지만 한땐 코끼리와 기린, 공작새를 구경하고 대관람차와 회전목마를 탔던 시절이 있었죠.” 어르신의 기억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콜라주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내 기억 속 종로의 풍경들이 하나의 작품에 모여 되살아나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이제는 많이 달라진, 잊혀가는 종로의 풍경들이 어르신의 기억과 이야기를 통해 생생하게 재현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또한 연말에는 어르신들이 만드신 글과 콜라주 작품을 책으로 엮고, 전시회로 열어 많은 사람과 함께 나눌 계획이니 기대해주셔도 좋을 듯합니다.

한 도시의 역사 속에는 수많은 개인의 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월과 함께 쌓아온 어르신들의 기억과 역사를 다음 세대와 나누며 공유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겠습니다.

[불교신문3684호/2021년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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