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갈등이 많은데 비해
해결능력은 낮은 국가”

“선진국 지위에 걸맞게
타협의 문화, 법질서의 존중같은
시민의식도 함께 높아져야”

고광록
고광록

사람이 모이고 조직이 만들어지고 사회가 구성되면서 갈등은 필연적으로 존재해 왔다. 갈등(葛藤)이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과 집단 사이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사회는 다원화되면서 갈등의 질과 수준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갈등관리가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된 지 오래다.

우리나라는 갈등이 많은데 비해 해결능력은 낮은 대표적인 국가이다. 사회갈등지수는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0.71이다. 종교갈등이 존재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사실상 갈등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1인당 GDP 27%가 갈등비용으로 지출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무려 300조가 넘는 액수이다. 사회갈등은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사회전체의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응집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법들을 시도해 왔다. 국민투표를 통해 갈등을 수용하기도 하고, 갈등조정관을 두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순기능으로 전환시키려 노력해 왔다. 우리나라도 국민권익위원회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왔으며, 지자체들도 갈등조정위원회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중국 동위의 고환이라는 승상의 일화가 있다. 아들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얽힌 실타래를 풀어보라고 한다. 모두 기를 쓰고 실마리를 풀고 있을 때, 둘째 아들 고양은 단칼에 실타래를 잘라 버리고, 결국 왕위까지 물려받는다.

갈등도 이와 같이 일도양단식으로 처리하는 것이 어쩌면 가장 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오늘날 갈등은 이런 발상으로는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해결돼서도 안될 것이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실마리를 찾아서 얽힌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공익을 앞세워 희생을 강요해서도 안되며, 개인의 문제를 국가(지방정부)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도 안된다.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 갈등은 없어져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잘라버리는 것이 아니라 실마리를 찾아서 푸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아울러 갈등요소를 사전에 제도와 정책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강구해야 한다.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우리나라 지위를 선진국 그룹으로 격상시켰다. 경제규모와 같은 정형적 조건에 걸맞게 타협의 문화, 법질서의 존중 같은 시민의식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그래야만 갈등의 해결뿐 아니라 문명화된 세계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불교신문3684호/2021년9월21일자]

고광록 논설위원·법무법인 율곡 대표변호사·제4교구 신도회장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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