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언제까지 비난 받아야 하나 上

가을철만 되면 문화재 관람료를 두고 적잖은 갈등이 빚어진다. 이른바 사찰 입장료로 불리는 이 관람료를 두고 매표소 앞에서 등산객 등 국립공원에 오르는 이용객들이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실상 문화재 관람료<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립공원 내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실소유주가 해당 구역의 전반적 관리 등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관람료라는 이름이 불러 일으키는 각종 오해 때문에 조계종은 자체적으로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문화재구역 입장료로 명칭을 바꿔 사용하고 있다.

사찰이 징수하는 문화재구역 입장료는 법에 근거한 정당한 징수다. 요금 납부도 강제가 아닌 선택 사항에 속한다.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다면 입장료를 내지 않고 국립공원에 오를 수 있는 길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불법 징수, 부당 징수 등은 명백히 틀린 표현이라는 얘기다.

속리산 국립공원 입장료는 폐지가 되었지만, 법주사는 문화재 구역으로 관람료가 있습니다. 법주사 일주문을 통해 문장대를 가시거나 법주사에 가시는 분은 입장료를 내야 합니다. 문화재관람료는 문화재보호법 제48(문화재 공개), 49(관람료 징수)에 의거 문화재소유자, 관리자, 관리단체 등이 부과할 수 있습니다.’

해마다 등산철이 되면 매표소 앞 항의로 몸살을 앓고 있는 법주사가 문화재 구역입장료징수 근거와 이유를 설명해놓은 안내문이다. 입장료 징수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면서 입장료를 받는 대부분 사찰이 홈페이지와 팻말 등을 통해 여러 경로로 설명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찰 측에 항의하는 상황이 끊임없이 벌어진다.

지난 4년 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만 봐도 사찰이 받는 입장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국립공원은 국가가 세금으로 관리하고 있는 곳으로 국민은 자유롭게 통행할 권리가 있다” “국립공원에서 불법으로 징수하고 있는 입장료를 폐지해달라” “문화재는 보지도 않고 등산만 하는데 왜 입장료를 내야 하느냐” “문화재 달랑 하나 관리하는 데 얼마나 든다고 요금이 왜 이리 비싼지 모르겠다등 각종 불만과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들이다. 201710월부터 지금까지 올라온 글만 80여 건에 달한다.

국립공원에 묶인 사찰땅

가장 큰 문제는 적잖은 사람들이 국립공원을 국가소유로 잘못 인식하고 있는 데 있다. 엄연히 말하면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온전히 국가 소유가 아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0211월 발표한 국립공원 내 사유지 매수 확대, 조기신청 접수자료에 따르면, 국립공원 내 사유지는 총면적 3972가운데 127932.1%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중 3/1이 국가 소유가 아닌 사유지에 속하는 셈이다. 사유지 가운데 개인 소유는 99925.1%, 사찰 소유는 2977.0%에 해당된다.

국립공원 전체가 국가 소유인 해외 사례와는 여러 가지로 사정이 다르다. 1872년 세계 최초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은 공원 전 면적이 국가 소유에 속한다.

국민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지만 무료는 아니다. 개인차량 1대당 35달러(한화 41000·7일권)로 도보나 자전거는 1인당 20달러(한화 23500)의 입장료를 받는다. 국가가 땅 소유주이자 관리 주체인 만큼 국민에게 직접 입장료를 징수하고 그 수익으로 공원의 관리 및 유지 등 모든 것을 책임지는 형태를 띈다.
 

지정은 국가가 관리는 사찰 몫?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정부는 사찰이 지닌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지만 사찰과 사전 논의는 없었다. 국립공원 총 면적 7%에 달하는 사찰 사유지가 반강제로 편입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개인 소유에 속하는 사찰 토지까지 국민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적법하게 입장료를 징수해오던 사찰에 대한 반감이 시작됐다. 사찰이 징수하는 입장료는 정부가 폐지를 결정한 국립공원 입장료와는 별개의 것이었음에도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찰 및 개인 사유지가 1/3을 차지함에도 국립공원은 무료라는 잘못된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준 것이다.

정부가 국립공원 내 수많은 문화재구역을 갖고 있는 불교계를 비난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것과 다름아니다. 현재 사찰이 징수하는 입장료는 <문화재보호법> 49국가지정문화재의 소유자는 그 문화재를 공개하는 경우 관람자로부터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다에 근거해 이뤄지는 정당한 징수다.
 

입장료 징수 사찰 3% 불과

법에 따라 현재 문화재구역 입장료를 받고 있는 조계종 사찰은 60곳이다. 종단에 등록된 2000여 곳 사찰 중 3%가 채 되지 않는다. 적게는 성인 1인 기준 370원부터 많게는 6000원을 받는다. 60개 사찰 입장료 평균은 2700원에 불과하다.

해외 종교 시설 입장료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 성인 1인 입장료는 23파운드로 37000, 세인트 폴 대성당은 20파운드로 32000원에 달한다.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23000원 체코 성 비투스 대성당은 350코루나로 19000원이다.

불교 문화재가 산재한 중국 일본도 만만치 않다. 중국 아미산은 185위안으로 33500, 낙산대불은 90위안으로 16200원 입장료를 받는다. 일본 법룡사는 1500엔으로 16000, 동대사와 흥복사 등은 600엔으로 6400원을 징수하고 있다. 박물관 관람시엔 별도 요금을 내야 한다. 그럼에도 해외 종교 시설에 대한 입장료는 흔쾌히 내면서 사찰 입장료는 아까워 하는 것이 우리나라 풍토다.
 

이유 없는 비난 언제까지

사찰의 스님과 직원들이 문화재를 비롯해 주변 시설을 일일이 관리하는 데는 물리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품이 여간 드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드는 일상적 유지비와 인력 비용 등을 생각하면 평균 입장료 2700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그럼에도 입장료에 대한 비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입장료 수익이 어떻게 쓰이는 지 세부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계속되자, 정보 공개가 의무 사항이 아님에도 조계종은 입장료 수익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공개해왔다.

종단은 입장료 수익 가운데 53%를 사찰의 기본 사무행정, 직원 급여 등 일상 유지 비용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30%는 문화재 유지 및 보수비 17%는 중앙 분담금으로 올려 보내 승가 교육 등에 쓴다. 입장료 수익 모두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중앙종회 등 1년에 수차례 감사를 거친다.

불교계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에도 문화재 구역입장료를 징수하는 사찰에 대한 물색없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정부에 의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아무 보상 없이 사유지를 개방해야 했던 사찰이 이제 산적’ ‘도둑놈으로 불리는 처지로 전락하고 있다.

15년 째 되풀이되는 논쟁에 조계종은 지난해 헌법 소원까지 언급하는 초강수를 뒀다. 조계종은 정부가 한쪽으로는 사찰이 보존하고 가꾸어 온 자연환경과 문화유산들을 국가가 보호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사찰과 국민들의 갈등과 분쟁을 조장 내지 방치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여 왔다며 근본적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립공원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조계종이 발간한 책자 일부.
국립공원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조계종이 발간한 책자 일부.

박봉영 기자 bypark@ibulgyo.com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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