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이해하면 사라진다

일묵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일묵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제따와나선원장 일묵스님
마음 심층구조를 분석해
화를 지혜로 전환하는 법

“해로운 마음 소멸시키고
유익한 마음은 계발해야”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찜통 같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최근 현대인들은 나와 타인의 ‘화’가 서로에게 위협이 되는 ‘분노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화의 괴로움을 매일, 매 순간 경험하며 살아간다. 세간의 크고 작은 사건 사고는 모두 화와 연결돼 있다. 우울, 짜증, 허무, 불안은 화의 또 다른 모습이다. 최근 조사(경기연구원, 2021년 3월)에서 우리 국민의 55.1%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다고 한다. 화를 다스리는 고금의 수많은 지혜와 현대의 정신의학적 조언에도 우리는 여전히 ‘화’ 때문에 괴롭고 불행하다.

그렇다면 인간은 정말 화 없이 살 수 없는 것일까. 불교를 철학적 기반에 두고 삶의 핵심을 꿰뚫는 저서와 강연으로 꾸준히 대중과 소통해온 춘천 제따와나선원 선원장 일묵스님은 최근 펴낸 저서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를 통해 “훌륭한 뇌과학자나 심리학자도 화를 참는 건 쉽지 않다”면서 “이는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방법으로 화를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스님은 이 책에 지난 26년간 봉암사를 비롯해 미얀마, 영국, 프랑스 등 굴지의 수행처에서 체득한, 온전한 삶을 살기 위한 ‘화의 모든 것’을 담았다. 병의 원인을 알아야 제대로 된 처방을 내릴 수 있듯이 스님은 우리 마음의 심층 구조를 낱낱이 분석해 화의 정체와 원인을 밝히고 화를 다스리는 처방까지 제시한다. 무엇보다 화를 다스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를 없앤 그 자리에 우리를 자유와 행복으로 이끄는 지혜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춘천 제따와나선원 선원장 일묵스님이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일묵스님의 지도 아래 불자들이 명상수행법을 실참하는 모습.
춘천 제따와나선원 선원장 일묵스님이 '화, 이해하면 사라진다'를 최근 출간했다. 사진은 일묵스님의 지도 아래 불자들이 명상수행법을 실참하는 모습.

일묵스님은 먼저 “우리는 화에 대해 오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분노와 격노, 미움과 악의는 화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화는 너무나 많은 형태와 이름으로 우리 마음을 괴롭히지만, 그로 인한 고통을 느끼면서도 그것이 화인 줄 모르기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한다. 내 마음을 괴롭히는 이것이 ‘화’인 줄 알아야만 화를 없애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화를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란 물음에 스님은 ‘화’와 ‘화 없음’을 구분하기 위한 두 가지 척도로, ‘정신적 고통의 동반’과 ‘대상을 싫어하는 경향’을 제시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화의 스펙트럼은 넓어진다. 불만이나 짜증, 따분함과 같은 미세한 정신적 불만족은 물론 분노, 우울, 공포, 두려움, 비탄, 절망, 허무 등 다소 강한 정신적 괴로움까지 ‘화’의 범주로 볼 수 있다. 스님은 “화의 속성과 범위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어떤 감정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해로운 마음인지, 유익한 마음인지 정확히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즉 해로운 마음은 소멸시키고, 유익한 마음은 계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일묵스님은 “세상의 모든 현상은 조건에 의해 발생하고, 조건이 없다면 결과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세계는 영원하지 않은 ‘무상(無常)’인 것이다. 이러한 불교의 진리는 화를 다스리는 원리에도 적용된다. 화는 탐욕을 조건으로 일어난다. 우리는 원하는 대상을 얻지 못했을 때 정신적 고통이 일어나고, 대상을 얻은 뒤에는 그것이 사라질까 불안해한다. 화의 원인인 탐욕은 어리석음을 조건으로 일어난다. 어리석음이란 ‘무상한 현상을 영원한 것이라 잘못 아는 어리석음’, ‘괴로움을 행복이라 잘못 아는 어리석음’, ‘내 것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잘못 아는 어리석음’이다. 화와 탐욕, 어리석음은 서로를 유발시키는 불가분의 관계로, 이 중 하나라도 깊은 통찰을 통해 그 해로움을 깨닫고 버리게 되면 화는 사라진다.

그러면서 스님은 다양한 수행법을 소개한다. 텍스트를 읽으며 명상 수행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QR코드를 이용해 스님의 강의 영상을 열어볼 수 있도록 했다. 또 화 없는 하루를 위한 ‘반조일기’를 초판 한정 부록으로 제공한다. 이 노트는 ‘화 되돌아보기’, ‘호흡수행(걷기수행) 되돌아보기’, ‘자애수행 되돌아보기’의 총 세 부분으로 구성, 각 주제별로 3주씩 기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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