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9일 서울 조계사 '불기2565년 봉축법요식' 봉행

진제 종정예하 “자연과 인류 상생하는 존재…
코로나로 자연과 인간이 밀접한지 깨닫게 될 것”

총무원장 원행스님 “부처님 삶의 길 따라가야”
미얀마 군부 향해 적대행위 중단 요청 ‘눈길’
박권흠·한금순·부석종 씨, 불자대상 시상식 봉행

모든 생명들의 행복을 기원하며 치유와 희망의 기도를 올리는 날. 불탑의 나라 미얀마에 하루빨리 민주주의라는 봄이 찾아오길 발원하는 날.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며 나보단 남을 위해 자비행을 베풀겠다고 서원하는 날. 모두 부처님오신날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519일 서울 조계사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이 여법하게 봉행됐다. 법요식은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 원로회의 의장 수봉 세민 대종사,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이웃 종교계와 시민, 사회적 약자부터 정치계 인사까지 사부대중이 한 데 모인 가운데 열렸다.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좌석 간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 지침도 철저히 준수하며 진행됐다.

증명법사로 나선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는 봉축 법어를 통해 온 지구촌이 거년(去年)부터 코로나 질병으로 죽음의 공포와 고통 속에 빠져있다이는 인간이 인간우월적 사고(思考)’라는 어리석은 생각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설했다.
 

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5월19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5월19일 서울 조계사에서 봉행됐다.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가 봉축 법어를 내리고 있다.
조계종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가 봉축 법어를 내리고 있다.

그러면서 종정예하 진제 법원 대종사는 “자연과 인류는 상생하는 존재로서, 이 자연은 우리의 조상들이 건강하고 깨끗하게 보존하길 기원하며 물러준 것이며 또한 우리도 미래 후손에게 온전하게 물려줘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 코로나 질병으로 자연과 인간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깨닫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봉축사에서 여러 불전(佛典)을 살펴보면 눈앞에 금덩어리가 나타났지만, 지금까지 지고 왔던 삼 덩어리가 아까워 차마 그것을 버리지 못한다는 어리석음을 경계한 담마기금(擔麻棄金)’ 표현이 등장한다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이유는 짊어진 삼을 내려놓아도 된다는 것, 내려놓으면 더 좋은 미래가 열린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비록 우리가 직면한 삶의 현실은 가볍지 않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부처님이 몸소 보여주신 삶의 길을 따라 가족·이웃과 함께 도반이 돼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봉축사.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의 봉축사.
종정예하 진제법원 대종사. 원로의장 수봉 세민 대종사,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동자동녀들과 등단하고 있다.
종정예하 진제법원 대종사. 원로의장 수봉 세민 대종사,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동자동녀들과 등단하고 있다.

또한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과 관련, 미얀마 군부에 적대행위를 중단할 것을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봉축하는 오늘도 세계적으로 갈등과 대립의 불길이 타오르는 가운데, 오랜 불교전통을 유지해 온 미얀마 사태는 우리 마음을 매우 아프게 하고 있다미얀마 당국은 북방의 부처님오신날인 4월 초파일부터 남방의 부처님오신날인 4월 보름까지 모든 적대행위 중단을 선언해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도 대자대비와 상생의 마음으로 코로나 방역의 모범을 보이며 힘든 이웃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불교계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말, 연등회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는 큰 기쁨이 있었지만, 불교계는 고귀한 용단을 내려 올해도 연등행렬을 취소하고 온라인으로 봉축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방역을 위해 법회와 행사를 중단하면서도, 스님들은 산문을 활짝 열어 지친 국민들을 품어준 불교계의 이타행과 생명존중 사상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원로의장 수봉세민 대종사와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마정수기를 하는 모습.
원로의장 수봉세민 대종사와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마정수기를 하는 모습.

이어 문 대통령은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과 자비의 마음이 더 넓고 크게 나눠질 수 있도록 불교계가 축원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행복한 세상을 기원하며 밝혀주시는 '희망과 치유의 연등'은 서로의 마음과 세상을 환하게 이어 비춰주고 있다""그 원력으로 우리는 코로나를 이겨낼 것"이라고 봉축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날 봉축법요식에는 사회 곳곳에서 불교 위상을 드높인 이들을 치하하는 불자대상 시상식도 함께 거행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수상자인 박권흠 사단법인 한국차인연합회장, 역사학자 한금순 씨, 부석종 해군 참모총장에게 직접 상패와 상금을 수여하며 격려했다.

주윤식 중앙신도회장은 전국의 사부대중을 대표해 발원문을 낭독하며 매 순간 자신의 본분을 알고 실천할 수 있는 지혜로운 불자가 될 것을 서원했다.

이날 법요식에는 천주교 김희중 대주교,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등 이웃 종교계 대표, 김미숙 김용균 재단이사장, 우다야라이 이주노동자 노조위원장, 헤이만 재한미얀마청년연대 대표, 청주방송국 고() 이재학PD 동생 이대로 씨, 아시아나항공 케이오 청소노동자 지부장 김계월 씨, 정진영 쿠팡노동자 지부장 등 시민사회·노동운동 인사, 미국 콜롬비아 멕시코 중국 일본 등 각국 외교 사절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불기2565년 불자대상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총무원장 원행스님이 불기2565년 불자대상 수상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역사학자 한금순 씨,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총무원장 원행스님, 박덕흠 한국차인연합회장.

또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여영국 정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이원욱 국회정각회장, 주호영 국회정각회 명예회장을 비롯해 정세균·이낙연·홍준표·김영주·박용진·이용·배현진 등 여·야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밖에도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청와대 불자회장),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비서관, 오세훈 서울시장, 이기흥 불교리더스포럼 상임대표 등이 자리를 빛내며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했다.

이밖에도 이날 법요식은 청의동자와 홍의동녀가 도량을 청정히 하고 장엄하는 도량결계(道場結界) 여섯 가지 공양물을 부처님께 올리는 육법공양(六法供養) 중생의 어리석음을 깨치기 위해 북과 종을 울리는 명고(鳴鼓)와 명종(鳴鐘) 번뇌와 탐욕을 씻겨내는 관불(灌佛)의식 등이 진행됐다.
 

헤이만 재한미얀마청년연대 대표(왼쪽)가 헌등 이후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인사를 하고 있다.
헤이만 재한미얀마청년연대 대표(왼쪽)가 헌등 이후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저항을 의미하는 세 손가락 인사를 하고 있다.
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전경.
불기2565년 부처님오신날 법요식 전경.

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사진=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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