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시와 남은돌 모둠

김연호 엮음/ 맑은소리맑은나라
김연호 엮음/ 맑은소리맑은나라

김연호 제천 우리는 선우회장
운허스님 한산시·남은돌 모둠
자료 엮어 책 한 권으로 출간

“우리 곁에 함께 한 한국불교
주역들 마주하는 귀한 시간”

“운허 큰스님은 화가 전혀 없으시고 이해가 전부더라. 큰스님의 곁에선 수행의 가치가 덕화로 피어나 그 향기 그윽했다(전 동국대 이사장 현해스님).” “참으로 진솔한 스님이셨다. 한결같이 맑고 겸손하고 상대를 존경하는 스님의 모델이셨다.(전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스님).” “운허 큰스님은 한국근세불교의 3대 대강백(운허, 관응, 탄허스님)으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전 운문사 승가대학장 명성스님).”

대강백으로 평생을 역경사업에 헌신하며 한국불교 현대화, 대중화에 기여한 운허스님(1892~1980)을 회고하는 종단 어른 스님들의 기억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이런 가운데 운허스님의 한글 역주 한산시 선집과 남은돌 모듬 자료집이 신심깊은 재가불자의 각고의 노력 끝에 한 권의 책으로 엮여졌다.

초대 제천문화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고 현재 제천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며 재가불자회 ‘우리는 선우’ 회장을 맡고 있는 김연호 씨가 엮은 <한산시와 남은돌 모둠>에는 운허스님이 1955년, 63세의 세수로 진주 연화사에서 한산시 일련번호 52번에서 247번까지 역주한 내용 중 총 94편의 주옥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한산자시’라는 제목으로 정리된 원고들은 활자화 돼 인쇄를 하지 못했고 결국 김연호 회장과 인연이 닿았다. 김연호 회장은 “빛바랜 원고지에 적(赤)과 청(靑)의 펜으로 쓰여 진 한산시의 원문과 풀이는 분명 문화재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며 국문 소재의 첫 출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이는 등사본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이 그 신빙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기도 하다”라고 평했다.

김연호 제천 재가불자회 ‘우리는 선우’ 회장이 한국불교의 대강백 운허스님의 한글 역주 한산시 선집과 남은돌 모듬 자료집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한산시와 남은돌 모둠’을 최근 출간했다.
김연호 제천 재가불자회 ‘우리는 선우’ 회장이 한국불교의 대강백 운허스님의 한글 역주 한산시 선집과 남은돌 모듬 자료집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한산시와 남은돌 모둠’을 최근 출간했다.

이와 더불어 운허스님을 중심으로 불교를 염려하며 불법의 대중화를 꾀하기 위해 모였던 15명의 원로 스님들의 모임인 ‘남은돌 모둠(여석회)’의 행적을 사진과 자료를 통해 소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남은돌 모둠에는 운허스님을 비롯해 홍경스님, 자운스님, 벽안스님, 고암스님, 석주스님, 서옹스님, 월하스님, 석암스님, 영암스님, 구산스님, 대휘스님, 지월스님 등이 동참했다. 1962년 부산 청량사와 김해 육주사에서 예비모임을 가진 뒤 15년간 17회까지 지속된 어른 스님들의 활동상을 만나볼 수 있다. 더욱이 한국불교의 미래를 염려하는 내용과 유신난국 속의 스님들의 활약도 함께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에서의 큰 수확이기도 하다. 근현대 한국불교의 실상을 알게 해주는 실질적인 자료들의 총람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또한 책의 뒷부분에는 부록으로 ‘한산시 해제’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는 김연호 회장의 아들이자 현재 동아시아학 박사과정에 있는 여철스님이 ‘한산시와 운허스님의 한글 역주 한산시 선집에 대한 일고찰’을 주제로 게재한 것이다. 한산시의 판본, 한산시 저자의 생존연대, 근현대 한산시 한글 번역의 흐름, 한산시 선집의 특징을 주제별로 정리해 일목요연하게 싣고 있다. 김 회장은 “올 해가 재가불교운동의 50주년을 맞는 해이자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고희를 맞는 해인만큼 고승 대덕들의 편린들을 엮은 이 책은 ‘우리 곁에 함께 하신 한국불교사의 주역들’을 마주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한 운허스님(1892~1980)는 출가 전 만주지역에서 10년 동안 일본에 대항한 독립운동가다. 이어 스님은 1921년 30살이 넘은 늦은 나이에 불문에 귀의했지만 출가한 지 7년 밖에 안 되는 1928년 청담스님과 함께 ‘전국강원학인대회’를 개최해 승려교육 개혁을 이끌었다. 1936년부터 봉선사에 홍법강원을 개설했으며 1946년에 광동중학교를 설립했다. 특히 운허스님의 가장 큰 족적은 역경불사다. 스님은 1952년부터 <능엄경>, <무량수경>, <범망경>, <유마힐경>, <화엄경>, <열반경> 등을 번역했으며 1964년 동국역경원 초대원장을 맡아 ‘한글대장경’ 완간의 초석을 다졌다. 당시 법정스님을 비롯해 무비스님, 지관스님, 월운스님 등 현대 한국불교사에 손꼽히는 스님들이 운허스님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