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절런’ 프로젝트
현재 100여 군데가 넘는
사찰여행을 다녀오며
부처님들께 부탁드린다

“제가 하는 모든 일을
재밌게 열심히 할 테니
늘~ 지켜봐 주세요”

강산
강산

 

코끝을 스치던 차가운 공기에서 따듯한 봄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지났고,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2021년의 따듯한 봄기운을 느낄 수 있는 사찰여행 계획을 세우던 중 다람쥐 방생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방생 소식을 듣고 난생처음 방생법회에 참여하기 위해 관악산에 있는 연주암에 가게 되었다.


연주암이 있는 관악산은 서울의 관악구와 경기도 안양시, 과천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등산 열풍과 함께 많은 사람이 찾는 산이다. 여러 가지 등산코스가 있지만 대부분 연주암을 거쳐 오르는 1시간30분 정도의 등산코스를 많이 이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연주암에서 15분 정도를 더 오르면 의상대사가 좌선 공부를 했다고 전해지는 연주대가 있다. ‘깎아지를 듯한 절벽 위에 위치한 연주대는 어떻게 저기에 절을 지었을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게 한다.


관악산의 정상석이 있는 정상부근에서도 바위 사이를 조심스레 지나가야 연주대에서 기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렇게 힘든 산행을 해야만 도착할 수 있는 곳이지만 연주대에는 항상 사람들이 많이 있다. 수도권의 절 중 일명 ‘기도빨’이 좋다는 곳으로 소문이 나 있다고 한다. 왕복 3시간을 투자해 이곳에 올라 어떤 기도를 하실까? 어떤 바람이 있어 이곳에 왔을까? 기도하는 사람들 중 꽤 연로하신 보살님들도 보이셨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연주대에서 다시 연주암으로 내려와 쉬고 있을 때, 어느 한 보살님이 나에게 소원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늘 새로운 절에 가서 참배를 드리며 이야기한다. 오늘 촬영도 재밌게 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절에 오르는 많은 사람들이 염원하는 가족의 건강이나 학업성취, 사업성공 같은 무언가가 이뤄지기 바라는 기도가 아니기에 나에겐 소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난 소원이 없다고 말씀드렸었다. 옆에서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계셨던 나의 은사 스님께서 나에게 한마디 해주셨다.


“제일 어려운 소원을 빌고 있다. 부처님이 얼마나 바쁘신데 항상 지켜봐달라는 게 제일 어려운 소원이지 않을까?”


아뿔싸. 그렇구나. 난 나름의 차이를 두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언가 이뤄지기 바라는 기도를 하지 않음으로써, 의지하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내가 얼마나 큰바람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봐 주는 행동은 가족, 연인에게도 힘든 일일 것이다. 나는 전국의 많은 부처님들에게 늘~ 내가 잘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봐달라는 크나큰 부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되자 너무 웃기기도 하고 오히려 신나는 마음이 들었다. 왠지 이제는 대놓고 부처님께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찰을 여행하겠다는 ‘아이고절런’ 프로젝트. 현재 100여 군데가 넘는 사찰여행을 다녀오며 많은 부처님들께 부탁을 드리고 있다. 우리나라에 절은 전통사찰만 해도 무려 900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만큼 내 부탁을 들어주실 부처님이 많이 계신다는 거다. 이제는 조금 더 뻔뻔하게 부탁을 드리려고 한다.


“부처님~ 제가 하는 모든 일을 재밌게 열심히 할 테니, 늘~ 지켜봐 주세요.”

[불교신문3664호/2021년5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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