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구니회가 비구니승가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한 수행결사를 시작했다.
전국비구니회가 비구니승가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한 수행결사를 시작했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회장 본각스님)가 비구니 승가공동체 정신 회복하기 위한 ‘전국비구니회 수행결사 발족식’을 4월30일 서울 전국비구니회관 법룡사에서 봉행했다. 이날 발족식에는 5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참석해, 계율을 독송하고 참선하며 수행정신을 이어갈 것을 서원했다.

수행결사가 시작한 첫날, 스님들은 <비구니계 포살본>을 합송하고, 고려시대 보조지눌국사가 정혜결사를 시작하며 쓴 ‘권수정혜결사문’과 봉암사 공주규약을 합송하며 공동체 정신을 되새겼다. 합송 후에는 좌선과 경행을 이어갔다.

이날 출발한 전국비구니회 수행결사는 원로의원 스님을 증명으로 하고,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을 회주로, 부회장 성본스님을 선원장으로 하며, 입승 우현스님과 발기대중, 근본대중, 동참대중이 함께 한다. 결사는 한 달에 2번 모여서 4시간 정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참선을 위주로 하되, 경전독성, 강의 토론 등을 겸할 수 있다. 결사에 동참한 스님들은 비구니 승가공동체의 일원으로 위의를 지키고, 참건 간경 염불 등 집중하는 삶을 실천하고, 비구니계본 포살과 자자 참회를 생활화한다. 또한 친환경적인 의식주의 삶을 살고 절약과 재활용을 실천하는 모범도 보인다. 1차 수행결사는 일단 2023년 4월로 한정하고, 향후 2차 수행결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비구니포살계본을 독송하는 스님들.
비구니포살계본을 독송하는 스님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결사는 회장 본각스님의 원력에서 비롯됐다. 본각스님은 20년 전 일본 도쿄에서 수녀 5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모습을 보며, 비구니 스님들 또한 모여 살며 올곧게 수행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 여성출가자가 급감하는 현실에 대한 위기감도 작용했다. 과거에는 노스님 은사 스님 손상좌까지 있어 승가가 면면히 맥을 이어왔지만, 요즘에는 출가자가 급감하면서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워졌다. 예전같이 100명, 200명 대규모 수행공동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만큼 3~5명이라도 모여 율장과 수행 정신을 구현하는 일이야 말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수행결사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스님들이 만나 법을 논하고 도반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본각스님은 “제 주변에 사찰을 짓고 운영하고, 포교를 열심히 하다가도 문득 스스로 출가사문 절을 지키는 일꾼인지 개탄스러워하는 스님들이 있다”며 “3개월 선방에서 정진하기도 어려운 여건에 처한 스님들이 수행의 끈을 놓치지 않게 같이 마음을 다잡자는 취지에서 수행결사체를 건립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취임 초기에는 땅을 보시해주겠다고 한 비구니 스님이 있어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 도량을 마련하면 좋겠다 싶어서 밖으로 뛰어다녔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혔다. 스님은 “어른 스님이 마련해준 최고의 도량인 전국비구니회관이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법룡사에서 수행결사를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스님은 20년 전 세웠던 수행공동체에 대한 원력을 어른 스님들이 조성한 도량에서 실현했다는 점에서 더 감개무량하다고 밝혔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본각스님은 “소박한 음식을 같이 먹고, 비구니 승가공동체로서 출가정신과 수행이라는 것만 근본에 두고 한달에 두 번 4시간씩 같이 살자”며 “모여서 탁마한 힘으로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 2주간 열심히 살다가 또 모여서 수행하는 일과를 반복하면 정진력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원로회 의장 수현스님은 승가공동체 정신을 회복하자며 모인 후학들을 격려했다. “전국비구니회의 전신 우담바라회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전국비구니회를 결성해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화주하며 참여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비구니회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속”이라며 “비구니 스님들이 마음을 모아 수행결사에도 동참하고 전국비구니회 활동에 수희 동참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전국비구니회 원로회 의장 수현스님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전국비구니회 원로회 의장 수현스님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수석부회장 현정스님은 “고통의 연속인 세상에 우리 출가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의미있고 가치 있는 일은 중단 없이 정진하고 세상을 등지지 않은 채 호흡하는 것, 바로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며 “승가 본래의 의미인 함께 모여서 수행하는 공동체적 수행력을 복원하는 일을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스님은 “비구니 스님들이 여법하게 모여 올바른 수행에 매진하면 불교의 가치도 제대로 인정받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출가승가의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가장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수행모임에 시간을 내는 것을 아끼지 말고, 서로의 수행을 격려하고 정진하는 일에 노력하고 정진하자”고 말했다.

전국비구니회는 수행결사를 발족, 앞으로 한달에 2번 모여 4시간씩 탁마한다.
전국비구니회는 수행결사를 발족, 앞으로 한달에 2번 모여 4시간씩 탁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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