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미산정] 십우도 따라가는 마음 치유를 생각한다
[수미산정] 십우도 따라가는 마음 치유를 생각한다
  • 고광록 논설위원·법무법인 율곡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4.05 16:41
  • 호수 366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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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서 자살률 1위 대한민국 병폐
개인 성격 환경 탓 하기에 너무 위험
공동체 관심 사회적 노력 병행해야 해
십우도 과정 접목 한 단계씩 마음 치유
코로나 지친 국민 힘 되고 불교 홍포도
고광록 논설위원
고광록 논설위원

 

올해는 신축(辛丑)년이다. 10간(干) 중 경(庚)과 신(辛)은 흰색에 해당되어 흰 소의 해가 된다고 한다. 불교에서 소는 특별한 동물로 여긴다. 최고의 가르침도 뛰어난 사람도 모두 소에 비유하며, 흰색은 영묘함을 표현한다. 불교뿐 아니라 유교에서도 흰색은 성인을 상징하며, 기독교에서도 흠 없는 순결함과 거룩함을 의미한다.


우리 민족에게 소는 아주 친숙한 동물이다. 옛날 시골집에는 부엌 한켠에 외양간을 만들었고, 가족들 밥상 차리기 전에 여물부터 먼저 끓일 정도로 식구 같은 존재였다.


얼마 전 서울성곽길을 걷다가 성북동 북정마을 만해스님 유택에 들른 적이 있다. 올곧은 기개와 겸손함이 심우장이란 이름에서도 묻어났다. 소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찾아간다는 심우도(尋牛圖)가 떠올랐다. 사찰 법당 외벽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그림으로, 십우도(十牛圖)라고도 불린다. 송나라 곽암(廓庵) 스님의 십우도송이 대표적이다. 소를 찾아 나서는 심우(尋牛)에서 견적(見跡), 견우(見牛), 득우(得牛), 목우(牧牛), 기우귀가(騎牛歸家), 망우존인(忘牛存人), 인우구망(人牛俱妄), 반본환원(返本還源)을 거쳐 입전수수(入鄽垂手)에 이르는 10단계로 묘사되어 있다.


생의 마지막을 학동들과 함께 하며 승속을 초월했던 한국불교의 중흥조 경허(鏡虛)스님이 입전수수의 경지에 오른 대표적인 분이라 할 수 있다. 월정사 신도회장을 맡을 무렵 시공을 넘나든 경허스님의 일대기를 내용으로 한 최인호 작가의 <길 없는 길>이란 소설을 읽었다. 소설 속 경허께서 벼락같은 선풍을 일으켜 세우는 중에도 소는 중요한 매개체였다. “소가 되더라도 콧구멍 없는 소가 되어야지”라는 한 처사의 이야기를 듣고 큰 깨우침을 얻었다고 한다. 십우도를 ‘진흙소의 울음’ 이라는 구도의 길로 표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성우(惺牛)라는 법명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은 점점 복잡하고 다단해지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은 이미 현대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질병이 되었다. 10대에서부터 노인까지 청소년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나타나며, 5대 암 환자보다 더 많은 수가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가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17년에는 UN에서 비상사태로 선언할 정도였으니 전 지구적인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단순히 개인의 성격이나 둘러싼 환경 탓으로 돌리고 외면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공동체의 관심과 사회적인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문득 이를 극복하기 위해 로망이 된 힐링에 십우도의 과정을 접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근차근 한 단계씩 마음을 치유해 갈 수 있다면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고 일상의 활력을 찾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도 십우도의 이해를 통해 자성(自性)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제 막 소를 잃어버린 것을 알게 되었지만, 자취를 따라 소를 찾기만 해도 만족할 것 같다. 소띠 해에 십우도의 이해를 통해 우리나라 불교가 널리 공감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코로나에 지친 국민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간절히 가져본다.

[불교신문3660호/2021년4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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