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26일 전국 선원이 일제히 동안거를 해제했다. 지난해 음력 11월 보름부터 올해 정월 보름까지 겨울 3개월을 선원에서 화두 정진했던 납자들은 이날 산문을 나섰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왔다. 도심 보다 춥고 눈이 많은 산중 선원에서 안거를 난 수좌들이 느끼는 고통은 더 컸을 것으로 본다. 더군다나 코로나19로 인한 사찰 경제난이 선원에도 영향을 미쳐 어려움은 가중되었을 것이다. 대부분 사찰이 법회를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선원 방문도 금지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결제철을 나야 했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은산철벽을 뚫기 위한 그 신심과 정진력이 정말 대단하다.


전국선원수좌회가 전국 선원 정진대중 현황을 정리한 선사방함록(禪社芳啣錄)에 따르면 전국 93개 선원에서 총 1951 대중이 용맹 정진했다. 모든 반연 다 끊고, 삼시 세끼 먹는데 초연하며 옆도 돌아보지 않고 오직 화두를 성성하게 챙기는 삼개월 정진을 마친 수좌 스님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


죽비를 내려놓은 선객들은 이제 걸망을 지고 산문을 떠나 세상으로 나아간다. 산철 동안 맞이하는 세속은 여전히 어수선하다. 코로나19로 인해 경기가 얼어붙은 지 오래이며, 이동이 가로막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도 많다. 이럴 때 일수록 수좌 스님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큰 힘이 된다. 당대 최고의 수좌로 존경받았던 적명스님은 40년 전에 “선행(善行)은 불교도에게 소홀히 취급되는 경향이 있으며 그 결과로 덕행의 아름다움이 특히 수좌들에게 대체로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선행의 근본 뜻을 재조명해서 불자로서의 떳떳하고 올바른 대행(大行)의 규범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 한 바 있다. 수좌들에게도 자비행이 중요한 덕목임을 강조한 말씀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도 눈 먼 제자를 위해 바느질을 하셨으니, 수좌 스님들이 그 뜻을 이어가기를 원한다.


우리 종단은 1년 전 코로나19가 대유행 할 무렵 종교 시민 단체 중 가장 먼저 엄격한 방역 지침을 마련하여 전국 사암이 이를 적극 지킨 덕에 국민들의 불교 신뢰도가 높아졌다.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부처님과 고승의 훌륭한 가르침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다. 국민과 신도들은 말 보다 행으로 수행자를 판단하려 든다. 가르침을 갈망하는 시대가 가고 그 가르침대로 실천하는 종교인을 원하는 시대다. 우리 종단이 코로나19 유행을 맞아 국민적 신뢰를 얻게 된 것도 국민 누구나 지키는 방역 지침을 가장 철저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찰도 국민들처럼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그간 모은 정재를 어려운 국민을 위해 아낌없이 내놓았다.


고통을 함께 하면서 자비를 베푸는 종단과 스님에게 국민들이 신뢰와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2000여 정진대중은 종단의 기둥이며 한국불교 희망이다. 고통에 처한 국민들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희망과 안식을 주는 등불이 되기를 바란다.

[불교신문3655호/2021년3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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