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다행?
걱정, 상실, 질투, 욕심 등과 같은 우리의 일상에는 타인에게 털어놓기 힘든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의 멍에가 있다. 이러한 감정은 종종 우리를 힘들게 하기도 한다. 밀교신문 편집국장 출신으로 2010년 계간 종합문예지 <시와 에세이>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유제 작가의 신간 <그나마 다행?>에 수록된 10편의 단편에는 바로 ‘그 멍에’를 짊어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여정을 부처님 가르침에 투영한 담백한 문체로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부제로 ‘지호락(知好樂)을 알고, 낙출허(樂出虛)를 배우다’로 삼은 이유도 남다르다. 저자는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한 수 위이고, 좋아하기만 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상수라는 뜻으로 ‘지호락’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긍정함이 삼밀’이라는 말을 좋아해서 이 또한 긍정적으로 취해본 나름의 해석이라고 한다. 낙출허도 마찬가지다. 비워내는데 즐거움이 있다는 말로 내려놓고 나누는 일을 의미한다. 방하착이라는 말로도 대체될 수 있는 수행방편처럼 귀하게 간직하는 말이라고 소개했다.
저자는 “소설 한 편을 잉태한 다음 기르고 낳아서 독자들 앞으로 떠나보내는 과정은 진통의 연속이었다”면서 “그 고통을 알면서도 좋아하고 즐겼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등장인물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소설 속 무대를 마음껏 거닐고 있다”면서 “떠나보내고도 남은 정은 오래도록 계속될 것이며 그 가운데에서도 지호락하고 낙출허하는 일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도서출판 진각종해인행 주간을 거쳐 현재 진각종 통리원 기획실 연설문 담당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가까이, 마음 가운데>, <마음, 놓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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