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 마음의 무게 내려놓기
[문화人] 마음의 무게 내려놓기
  • 원혜림 디펀 대표
  • 승인 2021.02.09 16:41
  • 호수 3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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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형’ 인간은 일이 틀어지면
심리적 스트레스로 잠도 설친다
하지만 모든 게 뜻대로 되는가

생각대로 마음대로 안 되더라도
끝까지 놓지 않고 달려 나가면
한 단계 성장하는 경험하게 돼
원혜림
원혜림

작년에 성격 검사로 유행했던 MBTI 검사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집 안에서 손쉽게 검사할 수 있어 사람들은 ‘너 MBTI가 뭐야?’라고 할 정도로 화제였다. 에너지 방향을 나타내는 외향과 내향(E-I), 외부 정보에 대한 수집을 하여 인식에 차이가 있는 감각과 직관(S-N),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방법인 사고와 감정(T-F), 이러한 인식과 판단이 생활양식으로 드러나는 판단과 인식(J-P)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MBTI의 마지막 분류인 생활양식을 참고했을 때 J는 일반적으로 계획형, P는 즉흥형으로 볼 수 있다. 나는 그 중 정말 모든 일에 대해 늘 계획부터 하고자 하는 J형으로 기간이 길고 큰 일 일수록 일에 대한 할 일이나, 목록을 작성하는 편이다. 본래 계획하고 있던 계획이 예상치 못하게 틀어지거나 할 수 없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순식간에 언짢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캐릭터 디자인을 겸해 굿즈를 제작하고 있는 나는 작년 연말이 다가오기 전 12월 중순 꽤 많은 수량의 굿즈 세트를 납품하는 일을 맡았다. 수량이 천 단위가 되고 세트로 구성되는 굿즈도 다양해 여러 종류의 제품을 제작해야 했다. 사실 일을 진행하기 시작해서 제품이 제작되는 날짜가 여유롭거나 적당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제작할 수 있는 제품으로 구성하고 날짜 또한 제작 업체와 조율하며 기한 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 디자인을 있는 힘껏 다해 빠르게 제작해 전달했다.

하지만 계획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사람 간에 날짜에 대한 약속을 했음에도 내가 제품을 받을 날짜가 다가올수록 느낌이 좋지 않았다. 분명 약속한 날짜가 되어 가도 이상하게 공장과 제작 업체에서 연락이 오지 않아 ‘직감적으로 몇 제품이 제때 오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제작업체에 여러 번 문의하고 날짜에 당부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몇 가지 제품은 늦게 온다는 답변을 받았다.

더군다나 우려하고 있지 않던 제품이 늦게 온다니, 무게가 나가는 이 제품 상자를 옮기고 다른 것들과 함께 조합해 하나의 굿즈 세트로 포장하기 위해 파트 타이머 여럿과 팀원들도 시간을 모두 빼놓았지만 한 순간에 제품이 오지 않아 허탈했다. 우리 굿즈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양해를 구하며 최대한 정확한 날짜에 맞춰 새 계획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이전과 같은 완벽한 계획은 아니었을지라도 일을 다시 처리해나갔다.

아주 완벽한 계획이었음에도 완벽한 계획은 없었다. 모든 것은 내 뜻대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말로는 이해가 안 되지만 상황이 닥치니 크게 다가왔다. 제품들은 조금 늦춰졌지만 주변인들에 양해를 구하고, 다시 사람을 모으고 하니 다행히 일을 끝내고 납품할 수 있었다.
이번처럼 계획이 틀어지면 너무 싫어서 정신적으로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잠도 오지 않아 하루하루가 떨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확실히 느꼈다. 사람 일은 생각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을 가지고 끝까지 놓지 않고 달려 나가면 분명 다음 단계로 가는 새로운 일이 펼쳐지고 나 스스로도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불교신문3652호/2021년2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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