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것도 
잊는 일

꽃 지는 일도
잊는 일

나무 둥치에 파넣었으나
기억에도 없는 이름아

잊고 잊어
잇는 일

아슴아슴
있는 일

- 손택수 시 ‘잊는 일’ 전문
 


시인은 개화의 일이나 낙화의 일이나 모두 잊는 일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기쁜 일이나 낙망의 일이나 다 시간의 계류(溪流) 위에 있다는 뜻일 테다. 한때에 있었던 사랑의 흔적이나 상처의 흔적도 이제는 잊히고 그 무늬마저 사라졌다고 말한다. 전부 시간의 지층에 묻혀 흐릿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는 일은 잊음과 잊음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애끓던 일도 지나고 보면 별다른 느낌이 없는 예사의 일이 되곤 한다. 그러므로 어떤 일에, 난처한 일에 직면하더라도 때때로는 좀 무심하게 여길 일이다. 평소에 마음을 잘 헤아리고 다스려 내 마음의 용적을 키우는 까닭도 이 무심을 얻기 위한 것일 테다.

[불교신문3645호/2021년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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